차기 대선의 향방을 가를 더불어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물밑 각축전이 뜨겁다. 표면적으로 이해찬 대표 이후 민주당 당권 경쟁이지만 속내는 차기 대선의 주도권 다툼이다. 특히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른바 이낙연 대세론과 관련해 친노무현계와 친문재인계의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민주당 주류의 권력지형은 참여정부 시절 친노를 시작으로 현 정부 친문으로 이어졌다. 친노와 친문을 기계적으로 가르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차기 대선을 앞두고 미묘한 변화의 흐름도 엿보인다. 대표적인 게 참여정부의 주축이었던 친노계 인사들과 현 정부 주축인 친문계 인사들의 분화 현상이다. 근본적인 분기점은 이낙연 대세론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다. 친노계와 친문계가 문재인 대통령 이후 권력의 향방을 놓고 대격돌을 펼칠 조짐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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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연 대세론 전대 앞두고 당권대권 독식 논란에 흔들
- 김부겸 승부수에 이어 반()이낙연 잠룡연합군 형성

실제 여의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낙연 대세론 견제를 위해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정세균 국무총리는 물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까지 거대한 연합군을 형성했다는 관측마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총선 압승 이후 이낙연 대세론으로 흘렀던 차기 당권·대권구도가 사실상 요동치게 되는 것이다. 한때 차기 지지율 40%대에 육박하며 굳건했던 이낙연 대세론마저 흔들릴 수도 있는 양상이다.

특히 차기 당권에 따라 대권지형 또한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 안팎의 주요 세력들은 정치적 운명을 건 진검승부에 사실상 돌입한 셈이다. 전대 열기가 고조될수록 친()이낙연 vs ()이낙연 대립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대역전극을 노리는 잠룡 연합군과 굳히기에 돌입한 이낙연 대세론과의 격돌을 짚어봤다.

지지율 40%대 대세론 흔들당권·대권 독식 논란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정치적 상품이다. 문재인정부 전반기 대통령의 굳건한 신임을 바탕으로 착실하게 점수를 쌓았다. ‘국무총리의 무덤으로 일컬어지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보수야당 인사들의 맹공을 특유의 논리적 언변과 유머로 가볍게 제쳤다. 네티즌을 중심으로 사이다 총리라는 애칭이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또 강원도 대형산불 등 각종 사건사고 현장을 찾을 때에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수첩총리의 꼼꼼함도 선보였다. 아울러 국무회의 석상에서는 내각의 군기반장 및 시어머니 역할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도와 국정을 보좌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론을 앞세워 남북미 3각 외교에 전념할 때는 사실상 내치를 전담하면서 문 대통령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른바 비문이라는 핸디캡과 꼬리표를 떼고 어느 때부터인가 차기 대선주자로 우뚝 섰다.

지난 4월 총선은 이낙연 대세론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서울 종로에서 차기 라이벌이었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가볍게 제쳤다. 특히 전국적 지원유세로 민주당의 총선압승에 기여한 것은 물론 당내 기반도 다졌다. 총선 이후 국민여론은 이낙연 전 총리를 압도적인 차기주자로 꼽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40%라는 기록적인 지지율이 나왔다. 말그대로 이낙연 대세론이다.

총선 이후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맡았던 이낙연 전 총리는 조만간 거취를 정리하고 당권도전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다만 최근 상황은 미묘하다. 민주당의 8월 전대를 앞두고 불거진 당권·대권 독식 논란의 여파다. 흔히 가랑비에 옷젖는다고 이낙연 대세론도 조금씩 금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안팎의 상황을 보면 굳건했던 이낙연 대세론도 다소 흔들리는 조짐이다. 당권·대권 독식 논란의 불씨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김부겸 전 장관은 차기 당 대표 선출시 중도사퇴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당권·대권 분리 규정으로 전대 승리시 7개월만에 사퇴해야 하는 이낙연 전 총리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물론 21대 총선 압승 이후만 해도 이낙연 전 총리가 당권을 접수한 뒤 차기 대권으로 나갈 것이라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당 안팎의 공개 저항은 아예 없었다.

그러나 
민주당 전대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당 안팎의 불만은 점차 표면화되고 있다. 당권주자인 우원식 의원은 벌써 합종연횡, 힘겨루기, 대리 논쟁 등 낡은 문법들이 언론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당이 지켜줘야 할 대권 후보들 간의 각축장이 벌어진다면 두 후보의 상징성과 치열한 경쟁의 성격상 어떤 결과가 나와도 우리의 소중한 대선 후보에게 큰 상처만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총리와 김부겸 전 장관의 전대 출마 재고를 요청한 것이지만 방점은 이낙연 전 총리에 찍혀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친문 핵심으로 이낙연 전 총리를 지지하는 최인호 의원은 내년에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이유로 특정 정치인에게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라는 것은 무책임한 배제라면서 대선주자는 대표 임기를 다 채울 수 없다는 페널티를 안고 당원과 국민의 평가를 받으면 된다고 반박했다. 이 전 총리와 가까운 이개호 의원 역시 반()이낙연 연대와 관련, “대세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부겸-정세균-임종석-안희정·이광재까지 연대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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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현안에 대해 지나치게 침묵하고 있는 이낙연 전 총리의 태도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윤미향 사태, 기본소득 이슈는 물론 최근 북한의 대남도발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국회 주변에서는 주요 현안에 대한 이낙연 전 총리의 입장은 엄중 대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는 우스개마저 나오고 있다. 반면 당권 라이벌인 김부겸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현안 개진이 활발하다. 특히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예민한 이슈에도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릴 정도다.

이낙연 대세론이 미묘하게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면서 반()이낙연 연대도 가시화되는 조짐이다. 차기 지지율 1위 주자에 대한 당 안팎의 견제는 정치적으로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거대한 잠룡 연합군이 이낙연 전 총리를 포위하면서 압박하는 형국은 예사롭지 않다. 이낙연 전 총리 입장에서는 당권·대권 독식 논란에 이어 신경쓰이는 대목이 적지 않다. 주요 당권주자는 물론 차기 잠룡들의 집중 견제가 시작된 셈이다. ()이낙연 연대의 핵심 축은 김부겸 전 장관이다. 김부겸 전 장관은 노무현·문재인을 잇는 민주당 내부의 대표적인 영남주자라는 점에서 당의 외연확장이 가능한 정점이 있다.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정세균 국무총리의 연대설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김부겸 전 장관과 정세균 총리는 반()이낙연을 매개로 한 정치적 연대설에 펄쩍 뛰고 있지만 여의도 안팎에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른바 김부겸 당권·정세균 대권을 매개로 반()이낙연 연대의 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또 최근 통일부장관 하마평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행보도 관심사다. 21대 총선에서 내심 서울 종로 출마를 희망했던 임종석 전 실장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임 전 실장은 50대 중반으로 정치적으로 보면 여전히 젊은 나이다. 필요한 곳은 정치적 둥지다. 이른바 86그룹의 리더로 차차기 대선을 고려해본다면 가장 매력적인 곳은 역시 서울 종로다. 이낙연 전 총리 이전에 서울 종로의 주인이었던 정세균 총리가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임종석 전 실장에게 지역구를 승계하면서 정치적 협력을 모색한다는 게 골자다.

또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핵심 측근들이 모두 김부겸 전 장관 캠프로 이동했다. 참여정부 시절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내면서 안희정 전 지사와 가까웠던 김택수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과 이광재 전 지사의 보좌관 출신으로 지난 총선에 경북 경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전상헌 전 보좌관이 대표적이다. 참여정부 시절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며 권력핵심에 섰던 두 사람이 김부겸 전 장관과 정치적 연대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당 외곽의 견제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이낙연 전 총리 측이 대세론을 바탕으로 당권 접수에 이어 차기 대권 직행을 선택하자 여권 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 시장과 이 지사 주변에서는 이 전 총리의 당권 도전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역학관계를 고려하면 이낙연 대세론 견제를 위해 김부겸 전 장관에 대한 잠재적 지원사격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색무취, ‘부자 몸조심2의 이회창·이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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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총리는 논쟁적 이슈에 개입하지 않는 무색무취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른바 부자 몸조심이다. 이대로만 간다면 당권과 대권은 따놓은 양상인데 불필요한 정치적 잡음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잘해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논쟁적 이슈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대세론 방어에 주력하는 것이다. 흔들리는 정치적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최대한 잡음 없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이낙연 전 총리의 의중대로 향후 정치상황이 흘러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역대 대선은 늘 다이내믹했다.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대세론을 누리다가도 마지막 한 달을 버티지 못하면 역전승도 허용하는 게 대한민국 정치다. 과거 이회창 대세론과 이인제 대세론의 실패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97년 대선, 2002년 대선, 2007년 대선 등 3차례나 대선 도전에 나섰던 이회창 전 총재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압도적인 대세론을 누렸다. 다만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막판에 고배를 마셨다. 이인제 전 의원 역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직전까지만 해도 동교동계의 지원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대세론을 누렸지만 국민경선을 통해 기적적으로 드라마로 만든 노무현 바람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민주당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고위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대세론만큼 허망한 것도 없다. 예기치 않게 불리한 이슈에 휘말릴 경우 정치적 위상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민주당은 물론 여의도 정치권에 득세했던 이낙연 대세론이 이제야말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특히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의 본격적인 견제는 물론 보수야당에서도 차기 대선을 둘러싼 검증 공세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이낙연 전 총리가 민주당 내부의 견제와 추격은 물론 야당의 검증공세라는 이중고를, 특유의 정치력을 발휘해 돌파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김준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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