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업체 양심 속이지 말라”...아이들 급식까지 위협받나 ‘우려’

[농협몰][출처=영상쟁이팝콘TV 영상 일부]
[출처=영상쟁이팝콘TV 영상 일부]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서울시와 경기도가 추진한 ‘학생 식재료 꾸러미·바우처 지원사업’으로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자녀 1인당 10만 원씩 지급받았다. 이런 가운데 바우처를 지급받은 A씨는 최근 농협몰 포인트로 구매한 식재료를 받아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애벌레를 포함한 이물질이 포함돼 있는 데다가,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만큼 품질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 같은 식재료가 더 이상 아이들의 급식 식자재로 납품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 얼갈이배추 애벌레‧배설물 ‘득실’...바우처 시행 前‧後 평점 ‘극명’
- “복합적으로 어려운 상황...공급업체 당부‧관리 더욱 신경 쓸 것”



서울시와 경기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급식업계와 학부모들을 위해 ‘학생 식재료 꾸러미·바우처 지원사업’ 추진에 나섰다. 이에 따라 서울과 경기 지역에 재학 중인 초‧중‧고교생 86만 명의 학부모들은 3~5월간 집행되지 않은 학교급식 비용을 1인당 10만 원씩 수령하게 됐다. 4만 원은 ‘농협몰 포인트’로 지원됐고, 나머지 6만 원은 쌀과 농축산물을 담은 ‘식재료 꾸러미’를 통해 현물형태로 지급됐다. 농협몰 포인트는 학부모가 해당 쇼핑몰에 가입하면 포인트가 충전되는 방식으로, 오는 7월까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사업에 따른 혜택을 받은 다수의 학부모들은 코로나19로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 가운데 식비에 많은 보탬이 될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청 당시 접속자가 몰려 복잡하기는 했지만, 지급된 포인트와 금액으로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어 가계 사정에 도움이 됐다는 의견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저마다 해당 바우처에 대한 사용 후기 등을 공유하며 유용하게 사용하는 방법 등을 알리기도 했다.

바우처 구매=하자 상품?
“징그러워 어쩔줄 몰라”


이런 가운데 최근 바우처로 구매한 농협몰의 식재료가 안전성 위협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신을 바우처 지급 대상 학부모라고 밝힌 A씨는, 지급받은 농협몰 포인트로 구매한 식재료가 전혀 먹을 수 없는 채로 배송됐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의 블로그와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농협몰로부터 배송된 식재료 상태를 공개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A씨에 따르면 해당 바우처로 식재료 구매를 신청하면 품질에 문제가 있어 상품 가치가 떨어진 식재료를 보내주는 것 같다는 주장이다.

A씨는 지급받은 포인트로 ‘착한 소비’를 실천하기 위해 농수산물 위주로 구매 신청을 했고, 주문한 지 하루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식재료를 받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주문한 식재료들 가운데 얼갈이배추를 보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농수산물의 위생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낡은 종이박스에 포장된 데다가, 포장을 뜯고 꺼낸 배추의 겉면이 모두 벌레 먹은 흔적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여섯 단의 배추 모두 살아 움직이는 도둑나방 애벌레가 가득한데다가, 배설물과 알로 의심되는 이물질들이 셀 수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출처=영상쟁이팝콘TV 영상 일부]
[출처=영상쟁이팝콘TV 영상 일부]

A씨는 “얼갈이배추가 겉부터 안까지 벌레가 갉아 먹힌 흔적이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애벌레와 배설물, 알 등이 너무 많아 도저히 손 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배송 받은 직후 오픈 과정을 영상에 담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생김새의 애벌레들이 나와 너무 징그러워 어찌할 줄을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주문 후 집에 배송되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문제가 생겼다기보다는 처음부터 상품가치가 떨어진 배추들을 보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농협몰][출처=영상쟁이팝콘TV 영상 일부]
농협몰의 해당 식재료에 대한 평점 게시판[농협몰]

A씨는 이 같은 주장의 배경으로 해당 상품에 대한 후기글을 제시했다. 해당 상품에 대해 지난 2월부터 5월 말까지 작성된 평점후기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높은 별점과 긍정적인 내용의 상품평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반면 이달부터 작성된 평점후기에는 별점 1개도 채워지지 않고 비판적인 내용이 가득했다. 실제로 해당 게시판에는 그간 싱싱하고 깨끗하다는 등의 상품성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바우처 지급이 이뤄진 이달 7일 이후부터는 상품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A씨 외에도 적지 않은 구매자들은 해당 게시판을 통해 “먹는 식품이 다 찢어진데다가 배송 박스도 걸레처럼 찢겨 있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분개했다. 또 다른 작성글에는 “이제껏 주문했을 때는 상품이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벌레 먹고 상한 배추가 배송돼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한정된 기간, 많은 수요…
“위해 없게 최선 다할 것”


무엇보다 A씨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식재료들로 인해 아이들의 건강이 위협받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학교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데다가, 농가의 피해를 줄여주기 위해 시작한 교육청 바우처인 만큼 더 이상 아이들의 안전을 간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A씨는 “이렇게 관리 엉망인 재료들이 학교 개학 후 아이들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며 “농협몰은 물론 쓰레기와 같은 식재료를 납품하는 업체도 양심을 속이지 말기를 바란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현재 A씨에 따르면 해당 상품을 반품 처리 요청한 상태지만, 농협몰 측은 사과와 함께 폐기하라고 안내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농협몰 측은 한정된 시기에 많은 수요가 이뤄진 데다가 코로나19 사태, 날씨 등의 여러 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부득이한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포인트를 통한 구매자와 결제 구매자에 따른 차별적 상품 발송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공급업체에 대한 당부와 함께 꾸준한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농협몰 운영팀 관계자는 “우선 상품이 좋지 않게 도착한 점에 대한 사과를 드린다”며 “공급업체에 대한 당부와 관리에 더욱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해당 공급업체에 대한 페널티 여부에 대해서는 “주로 농업인이나 농업인조합 등과 거래를 하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관리와 노력의 의지가 없을 경우 연중 평가를 통해 점수와 페널티를 부여하는 등 자체적인 관리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현재 수요가 몰린데다가 날씨 요인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택배사의 배송 환경 등 좋지 않은 상황이 복합적으로 겹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 급식에 따른 식자재 공급업체의 경우 농협몰의 일정 공급업체 입점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이 외에도 시청, 교육청, 학부모 위원회를 통한 품평회 등 꼼꼼한 기준을 거쳐 공급되는 만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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