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값 올려도 정유사 ‘울상’ 정제마진 ‘마이너스’ 행진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반면 정유사들은 석유제품 가격 상승에도 정제마진 마이너스에 울상이다. 사진은 서울 소재 한 주유소. [이창환 기자]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반면 정유사들은 석유제품 가격 상승에도 정제마진 마이너스에 울상이다. 사진은 서울 소재 한 주유소.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산유국간의 감산 합의를 이뤄내면서 국제유가가 회복기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이 소비자들은 불만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져 이전 대비 30% 수준을 밑 돌때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가격을 찔끔찔끔 내리더니, 유가가 조금 오르기 시작하니까 기존의 가격을 회복이라도 할 듯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반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6월 들어 평상시의 60~70%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정유사들은 이런 가격 상승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석유제품 가격 내릴 땐 ‘더디게’ 올릴 땐 ‘재빨리’
휘발유 리터당 1336원, 이 가운데 ‘유류세’가 70%

 

19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 흐름 속에서도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항공유와 선박유 등의 수요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아직 이를 극복하지 못해서다. 

주유소를 찾은 소비자들은 국제유가 급락에도 휘발유 가격은 내리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유가가 조금 회복세를 보인다고 가격이 바로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강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마이너스를 벗어날 길이 없어 울상이다. 

또한 통상적으로 국제유가의 국내 반영은 2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연일 유가하락 뉴스가 나오더라도 당장 소비자들이 느끼는 석유제품 가격은 더디게 하락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유가 2주 뒤 국내 반영 ‘숨은’ 원리

이는 국제유가 > 싱가포르 현물시장 > 국내반영으로 이어지는 흐름에 따른 것으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면 아시아 국가들의 현물 가격은 싱가포르 시장의 석유제품 가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유럽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미주는 미국 뉴욕시장 등이 국제 현물시장의 석유제품 가격을 결정짓는 지표로 형성돼 있다. 이들 현물시장의 가격은 국제유가와 연동해 수급 상황에 따라 등락을 보인다.

국제유가가 국제 현물시장에 반영되기까지, 그리고 이곳에서 형성된 가격이 국내 주유소에 반영되기까지 각각 1주일씩 약 2주가 지나야 국내 시장에 국제유가가 반영된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만날 수 있게 된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의문은 또 있다. 국제유가는 반 토막을 지나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국내 주유소의 제품 가격은 겨우 20~30% 하락에 그친데 따른 것이다. 

이는 국내 주유소의 석유제품 가격 구성에 그 원인이 있다. 소비자들이 마주하는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를 포함하고 있는데, 유류세는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등으로 구성돼 있다. 

휘발유의 경우 유류세가 차지하는 부분은 교통세가 리터당 529원(고정), 교육세가 교통세의 15%, 주행세가 교통세의 26%다. 여기에 변동되는 가격에 따른 부가세가 10% 추가된다.
 
19일 기준 휘발유 가격이 전국평균이 리터당 1336원을 가리키고 있다. 여기에 유류세를 적용해 보면 교통세 529원, 교육세 79.35원, 주행세 137.54원 등 총 745.89원에 이른다. 추가로 10%인 부가가치세 133.6원을 더하면 879.49원으로 약 880원에 이른다. 실제 세금을 제한 가격은 리터당 456원이며 여기에 정유사와 주유소 그리고 유통 마진 등이 붙은 셈이다.

평균 60-70%의 세금을 제하고 나면 정유사 입장에서 마진을 붙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최근 항공 산업의 위기와 조선업의 침체가 정유 업계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휘발유 값 올라도 밑지는 장사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출입국 문을 걸어 잠그면서 우리나라 기준 국제선 항공기 운항률이 97% 하락했다. 전체 항공사의 90% 항공기들이 날개를 펴보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항공유 소비율이 바닥에 머물렀다. 조선 및 해운업도 유럽계 선사들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라 소비침체를 겪으며 발주를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일부 무역선을 기준으로 선박유 소비는 이뤄지고 있으나 기대 이하의 수준이다.

정유사 A업체 관계자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데 정제마진은 마이너스 기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유사 입장에서는 당장이라도 가격을 코로나19 상황 전으로 회복시키고 마진율을 올리고 싶겠지만 그나마도 유가 흐름을 따르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뿔난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대형 정유사들을 고발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나왔다. 대형 정유사들이 독과점에 의해 유류 유통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어 효과적인 소비자 밀착형 서비스를 베풀지 못하고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이어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에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전문 유류 유통업체를 육성해 경쟁력 있는 가격 및 서비스 제공으로 소비자의 피해를 막고, 대형 정유사들은 급변하는 원유 시장에 선제적으로 참여해 원유 가격 변동에 능동 대처하며 에너지 수급의 영향을 조절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다.

이 외에도 정유사들이 가격 내릴 땐 더디게 내리면서 올릴 땐 급하게 올린다는 등의 청원도 올라왔다. 정유사들이 석유제품 가격을 조절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고발도 함께 나왔다.

원유 감산 합의 내년 공급 부족 초래

다만 업계에서는 연일 뉴스에서 국제유가가 하락한다고 하니 그에 미치지 못하는 국내 휘발유 가격에 불만을 품는 소비자들의 마음은 이해한다면서도 정유사들이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전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고 국제유가가 회복 되면서 석유제품이 원래 가격대로 상승하더라도 정제마진이 개선한다는 예측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올해 일일 수요 감소량 전망치를 860만 배럴로 제시하며 지난 4월 전망치인 930만 배럴보다 70만 배럴 하향 전망했다. 다만 유럽과 미국 물동량 유지와 중국 원유 수요 등으로 감소치 확대 폭을 조절했다.

반대로 이달 석유시장 보고서는 내년 전망치를 공개하며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와 올해 부족분에 대한 수요증가로 원유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는 수요급증에 따른 부족이 아닌 가격 조절을 위한 생산 축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전문가는 “코로나19가 극복된 이후 내년 수요가 일부 증가하겠으나, 최저의 유가 상황에서도 소비 증가 폭이 크지 않았다”며 “최근 영국 정유사 BP의 CEO가 인터뷰에서도 밝혔든 원유 수요 정점 가능성도 있고 언택트, 디지털, 친환경 중심의 소비패턴으로 들어가면서 전기차, 수소차 보급에 이어 대중교통도 친환경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등 비석유제품의 에너지 활용 수요의 증가에 따라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항공유, 선박유수요의 원상회복에 달려 있다. 한편 지난 1분기 약 2조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던 SK이노베이션이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는 소식도 들렸다. 전기차 배터리 투자를 확대하며 사업구조 재편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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