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묶였던 공덕동 부지, ‘일몰제’ 앞두고 용지 변경… 토지주들 민원·항의

서울 마포구 공덕동 255단지 일대 공덕공원 부지 모습이다. [사진]
서울 마포구 공덕동 255단지 일대 공덕공원 부지 모습이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공덕오거리 대로변 노른자땅을 두고 토지주들과 서울시가 대립 중이다. 서울시가 40년간 공원용지로 묶어 둔 이 땅은 사실 엄연히 주인이 있는 사유지다. 그러나 땅이 묶여 있는 탓에 주변 일대는 고층건물이 즐비해도 이 땅은 여전히 저층의 오래된 건물들이 밀집해 있다.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도시공원 일몰제’를 시행함으로써 40년간 묶였던 이 땅도 공원용지에서 해제되는 줄 알았지만, 토지주들은 서울시에 “시효가 20년 더 연장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후 공원용지를 공공공지로 변경하게 되면서 지난해부터 일몰 20년을 다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토지주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토지주들 “40년간 사유재산 침해 받았는데… 용도 바꿔 또 제한”

마포구 “신축 건물 계획 없어… 청년임대주택 사실 아냐”

지난 16일 공덕역을 찾았다. 공덕오거리 길가에 고층 건물들이 빽빽한 사이로 좁은 골목과 낡은 건물들이 보였다. 저층의 낡은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는 이 땅은 40년간 공원으로 묶여 있는 255-*번지 공덕공원이다. 효성그룹 사옥 맞은편에 위치한 이 건물 일대는 지하철 5호선과 6호선, 경의중앙선이 만나는 공덕역 5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 초역세권 땅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구역 일대를 재개발 사업을 위한 근린공원으로 지정했다. 민간 개발업자가 이 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으로 빌딩을 짓고자 한다면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연면적의 비율)을 높여주는 대신 이 공원용지를 매입해 공공에 기부채납하게 했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은 진척이 없었다. 결국 공덕 공원은 공원 매입, 건물 신축 등이 이뤄지지 않은 채 40년간 현재 상태로 남아있다.

기업은행 전광판 아래 공원으로 묶여 있는 땅이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 내달 시행
그러나 시효 연장 통보

정부는 이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도시공원 일몰제’를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 도시공원 일몰제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았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일몰)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1999년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른 것으로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만들었다. 여기서 일몰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가 지듯이 법률이나 각종 규제에 효력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도록 한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해제될 줄 알았던 공덕공원은 올해 초 서울시가 이 구역 토지주들에게 “시효가 더 연장됐다”는 통보를 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결과 공원 용지가 공공공지로 변경됐고 이에 지난해부터 일몰까지 20년을 다시 지내야 한다. 공공공지는 시·군내의 주요 시설물 또는 환경 보호, 경관의 유지, 재해대책, 보행자의 통행과 주민의 일시적인 휴식 공간 확보를 위해 설치하는 시설로 공공 목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규모로 설치해야 한다. 공원과 다르게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다.

한 매체에 따르면 공덕공원 구역의 일부 땅을 소유한 토지주 A씨는 서울시가 공공공지로 변경한 것에 대해 “공원으로 지정돼 40년간 사유재산을 침해 받았는데 자기네들 쓰고 싶은 대로 용도를 바꿔 또 제한한 것은 당하는 입장에서 이게 행정인가 싶다”며 “양아치보다 더 심한 행패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긴 세월 동안 공공에서 차라리 매입해 공원을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서울시와 마포구는 공원 매수의 의무가 없다는 답변만 했다”며 “민간에서 사들여 기부채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땅만 챙기겠다는 공공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토지주들은 마포구에 민원을 넣고 항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매체는 서울시와 마포구가 공덕공원을 공공공지로 변경한 이유가 청년임대주택을 짓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에 토지주들은 기부채납도 받기 전 원래 묶은 용도인 공원이 아니라 공공공지로 용도를 바꿔 임대주택을 짓는 것은 40년간 공원이라고 제약 받아온 토지주에게는 억울하다며 반발했다.

[사진=신유진 기자]

 

임대주택 건립 사실무근
마포구 “서울시 결정이다”

마포구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공원용지에서 공공공지로 바뀐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분들(토지주)은 현재 그 땅에 신축 건물을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그 부지에 신축 건물은 어렵다. 만약에 (일몰제) 해제가 된다고 해도 그곳은 서울시가 소유한 땅도 있다”며 “건축물 대지 소유자에 서울시가 끼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동의를 못 받는다면 신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포구 관계자는 사실상 그 건물에 신축건물은 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했던 청년임대주택을 짓는다는 소식에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없는 얘기를 자꾸 쓰니 황당하다. 임대주택을 지을 것도 아니고, 그 부지에 무엇을 한다는 계획도 없다. 다만 정비기반시설이기 때문에 사업에 그곳을 포함시켜 그 부분에 대해 사업 진행은 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현재는 기반시설이 뭐가 들어올지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공공공지로 변경된 것은 맞지만 나중에 기반시설이 뭐가 필요하냐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공공지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서는 마포구는 모른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에서 고시가 나기 때문에 결국 최종결정권자는 서울시라는 설명이다. 공덕공원의 경우 서울시가 40%, 나머지 60%는 약 40여 명 정도의 토지주가 지분을 쪼개서 갖고 있다. 사유지를 서울시보다 여러 명의 토지주들이 더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건물을 지을 경우 다른 소유자의 토지가 있다면 사용 승낙을 받아야 건물을 지을 수가 있다. 현재로써는 서울시가 신축 건물 짓는 것에 찬성하지 않기 때문에 토지주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마포구 관계자는 “토지주 분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니 모든 부분에 다 관여를 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마포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로써는 협의를 잘하고, 민원 제기가 안 되게끔 진행이 잘 됐으면 좋겠다. 공사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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