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 vs 미국 ‘정책법’ 폐지…부산에 기회 제공

부산이 제 2의 홍콩을 꿈꾸며, 홍콩 소재 금융기관을 상대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글로벌 금융 허브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사진은 야경이 찬란한 홍콩 시가지. [이창환 기자]
부산이 제 2의 홍콩을 꿈꾸며, 홍콩 소재 금융기관을 상대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글로벌 금융 허브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사진은 야경이 찬란한 홍콩 시가지.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미국의 홍콩 정책법 폐지로 홍콩 금융가의 불안한 상황을 틈타 부산광역시가 홍콩 소재 글로벌 금융기업들을 향한 손짓을 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홍콩에서의 국가보안법 적용을 위한 ‘초안’을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통과시키면서, 미국은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에 부여해 오던 경제 및 통상 부문의 우대 혜택을 철회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의 미국 내 피해가 확대되면서 홍콩은 방치된 채 중국의 눈치만 보는 상황. 부산국제금융센터 입주 혜택을 들고 미국, 영국 등으로 투자설명회를 다녔던 부산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 홍콩 소재 금융기관 유치에 나섰다. 

부산국제금융센터 63층 무상임대 앞세워 홍콩 IR 추진
정부 규제 및 세제혜택 등 ‘금융기업하기 좋은’ 여건 필요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18일 박영호 부산국제금융도시추진센터장과 연간 마케팅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영국계 글로벌 컨설팅 기업 지엔(Z/Yen) 측과 홍콩 보안법 관련 현재의 상황 및 불안한 아시아 금융 시장에 대한 전략회의가 진행됐다. 이날 회의는 코로나19 등으로 온라인 화상회의로 개최됐다. 양측은 최근 홍콩을 둘러싼 중국 및 미국의 상황과 부산의 아시아 국제금융허브 역할 수행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논의했다.

부산시는 그간 상·하반기로 나눠 홍콩 등 해외를 방문하고 연간 2회씩 투자설명회(IR)을 이어왔으나, 현재 홍콩의 입국이 금지된 상태이므로 오는 7월 비대면 IR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런던과 싱가포르, 북경 등을 방문하고 해외 IR을 진행했다. 

부산시는 금융감독원과 협업을 통해 현지의 자산운용사나 은행들을 위주로 참석자를 모집하고 IR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글로벌 금융기관들에게 부산국제금융센터 입주의 이점과 각종 지원 방안들에 대해 전달했다. 

글로벌 금융기관 일부 관심 드러내

부산시 관계자는 “초청을 받아 현장에 와준 기업들의 관심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면서도 “다만 한 기관이 옮겨가는 문제, 무엇보다 본사도 없는 타국에 지점을 개설하거나 사무소를 개설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한 번 물꼬가 트인 기업들은 지속 팔로업하면서 마케팅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IR에 참여했던 기업 가운데에는 특별히 관심을 드러내거나 부산시로 추가적인 문의를 해온 기업들도 있었다. 특히 부산시가 가장 크게 내세우고 있는 인센티브가 금융센터 63층의 무상 임대인데, 이곳의 규모로 볼 때 약 3~4개 기관이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실사를 다녀간 기관이나, 관심을 드러낸 기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는 그간 아시아권의 금융 중심지 도쿄나 싱가포르, 홍콩 등에 소재하고 있는 기업들 뿐 아니라 뉴욕이나 런던 등 본사를 유럽이나 미국에 둔 다국적 금융기관까지 확대해서 유치 대상을 찾아왔다. 다만 올해는 홍콩 사태와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 상황과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아시아에 집중해서 IR을 전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물론 부산에 비해 도쿄, 홍콩, 싱가포르 등은 그간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금융 허브 역할을 해왔고 홍콩이 문을 닫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싱가포르나 도쿄는 쉬운 경쟁 상대가 아니다. 부산이 지리적으로 유리하다는 근거도 없고, 특색 있는 지원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공항의 규모나 편의성도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이와 관련 부산 측은 홍콩 사태 이후 홍콩 분야 필드 전문가도 자문관으로 두고 네트워킹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 여건이 수월하지 않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 

홍콩에 대한 뉴스를 통해 접한 것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자금 입출 수준의 움직임은 어려움이 없으나 한 기관이 몽땅 빠져나가는 정도의 현지 본점 이동이나 지사 이동 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간 일국양제를 유지해오던 중국 정부가 일국일제로 바꾸고자하는 분위기 및 움직임을 보이면서 각 기관들이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현지 기관을 자유롭게 빼내기란 더더욱 눈치가 보이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싱가포르, 대만 vs 부산 환경조성 ‘우선’

만일 상태가 더욱 나빠진다고 가정하면 이를 무릅쓰고 이동하는 기관이나 지점 이전 등을 계획한 기관들을 볼 때 가까이 있는 싱가포르나 대만 등이 반사 이익을 누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고하고 같은 아시아권에 있는 금융도시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은 두드려 보고 있다”며 “해양파생금융 분야로 특화된 장점 속에 최근 LNG선 유치 등의 먹거리도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들도 1차 이전에 이어 2차 이전을 계획하는 가운데 추가적으로 금융공공기관들이 부산으로의 이전을 통해 부산금융센터가 집중을 받으면 국제 금융 허브로 부각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부산시는 현재 홍콩에 소재하고 있는 금융기관에 집중해 글로벌 은행이나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컨택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면으로는 국내에 이미 진출한 금융기관들을 향한 유치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지점 개설을 염두에 둔 금융기관들도 있어 유치 대상에 포함하고 지속 접촉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미 홍콩에 이어 그 힘을 드러내고 있는 싱가포르가 당장 홍콩 소재 금융기업들에 손을 뻗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부산을 포함한 우리나라도 외국계 기업 유치를 위한 환경이 나쁘지는 않으나 싱가포르의 경우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해 글로벌 금융 허브의 언어적 조건, 홍콩과 가깝다는 지리적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산의 인프라를 비롯해 금융 관련 정부의 규제나 세제 혜택이라는 면에서도 싱가포르나 가까이 있는 도쿄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돌아봐야 한다. 이미 골드만삭스가 철수했고, UBS와 HSBC 등이 물러난데 이어 남아 있는 SC나 시티은행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금융환경이 ‘금융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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