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에는 과연 날개가 있을까’. 21대 원구성을 두고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법제사법위원장을 빼앗긴 미래통합당, 특히 주호영 원내대표가 현재 자신에게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일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뒤 호남의 한 사찰에 칩거 중이다. 통합당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재신임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출구전략을 놓고도 당내 의원들 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나아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합당 내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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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조차 꽉 막혀...우왕좌왕하며 김종인 비토론까지 확산
- 김 위원장, ‘대구.경북초선의원 공식회동설득작업 나서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이후에도 우리는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

얼마 전 기자와 만난 통합당 한 의원이 현재의 안타까운 처지를 두고 넌지시 꺼낸 말이다. 한나라당(통합당 전신) 원내수석부대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정책위의장, 당의 싱크 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현 여의도연구원) 역임하는 등 당내 대표적인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는 주 원내대표.

하지만 그 어떤 전략이나 흔한 지략도 펼쳐보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 원구성 협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리고 충남, 호남 등의 사찰을 순례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로서는 고심을 거듭해 내린 결론이다. 당내에서도 아무것도 없이 주 원내대표가 돌아와선 안 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초선 의원, 전날 재선 의원 모임에서도 주 원내대표의 즉각적 복귀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다수였다. 주 원내대표의 복귀가 여당과의 협상 개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뾰족한 수 없는 통합당, 출구전략 놓고 불협화음

다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통합당 의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원구성 협상 과정에 대한 여론도 통합당에 우호적이지 않다. 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대해 국민 절반 이상이 잘한 일이라고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등 범여권이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에 대한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국회법 준수, 국회 역할 수행 등을 위해 잘한 일이라는 응답이 국민의 절반 이상인 52.4%였다. ‘합의 관행 무시, 여당 견제 수단 박탈 등 잘못한 일이라는 의견에 공감한다는 응답은 37.5%, ‘잘 모르겠다10.1%였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잘한 일이라는 의견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전라는 70.6%잘한 일’, 서울(54.6%), 경기·인천(50.5%), 대전·세종·충청(53.7%), 강원(54.3%), 광주·전라(70.6%), 제주(52.4%)도 공감도가 높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16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9777명에게 접촉해 최종 500명이 응답(응답률 5.2%)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특히 시간은 통합당 편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민생 경제의 어려움에 더해 북한의 도발로 시급한 현안이 발생해 계속 등원을 거부하는 데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상임위 참석 대신 당내 외교안보특위를 가동하면서 현안에 대응하고 있지만, 국가 안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합당 내부에서는 출구전략을 두고 다양한 들이 나왔지만 의원들 간 의견이 일치가 되지 않아,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통합당 한 의원에 따르면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의원직 총사퇴를 제안했으나 의원들 일부에서 반대했다. 특히 세비반납 등을 거론했으나 이 역시 일부 의원들이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출구전략을 두고 의원들이 우왕좌왕하면서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이냐는 자조도 나왔다. 통합당 관계자는 “20대 국회의 패스트트랙 국면은 물론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 개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처리 과정에서도 속절없이 밀렸는데, 이번에도 시작부터 당했다패배주의가 아예 뿌리를 내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출구전략이 없다보니 당내 의원들 간의 불협화음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우선 미래한국당 출신 비례대표 의원들이 당의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당의 주류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일부의원들의 총사퇴’, ‘세비 반납의원을 거론하면 비례대표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강하다정치적 경험이 있거나 연륜이 있는 의원들이 목소리가 약해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귀띔했다.

실제 통합당 중진 일부에서는 국회 복귀론에 무게가 실리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국가적 위기라며 국방위, 외교통일위 정도는 가동해 북한 위협에 대한 초당적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각 상임위로 들어가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고 국회 복귀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초선 의원 및 재선 의원들은 지금은 복귀할 때가 아니다라고 반대했다.

당 지도부 향한 비판 목소리 솔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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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좌), 김태년 원내대표(우) . 뉴시스

이처럼 당내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도 지도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물밑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원 구성 협성과정에서 주 원내대표가 민주당과의 협상력에서 밀렸다는 점이다. 실제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국회 상임위원장을 117로 배분하고, 논란이 된 법제사법위원장은 민주당이 가져가는 대신 야당 몫으로 예결위원장을 나눠 갖는 협상안을 보고했다. 그러나 의총에서 추인에 실패했다. 정진석 의원은 부의장을 안 해도 좋다고 했고, 뒤이어 법사위를 제외한 안은 받을 수 없다는 중진 의원들의 불만이 이어졌던 것이다.

이에 대해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일방적인 제안에 대한 당연한 반발이라며 마치 주 원내대표가 일부 세력에 휩쓸리는 것처럼 몰아가는 언론 플레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통합당 내부에서는 민주당 안을 애초에 받지 말았으면 언론 플레이에 말려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통합당 한 관계자는 법사위원장 하나만 챙겨오거나 아예 여당에 모든 상임위원장을 주자는 기류가 강했는데, 주 원내대표가 117이라는 안을 받아와 의총에 붙인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차라리 이참에 김태년 원내대표의 카운터 파트너를 바꿔 더 강경한 인물을 내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재선의원 모임에서도 원내대표가 하루빨리 칩거를 풀고 국회로 복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고, 상임위 강제 배정, 일방 선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셨는데 지금 사퇴를 철회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나아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불만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와 의원들 간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초선의원은 비대위원들이 김 위원장에게 의원들이 제안한 정책에 대해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의원들은 김 위원장이 킹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김 위원장이 원희룡 제주지사 등 야권 내 대선주자들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 한 인사는 김 위원장이 경제·복지 정책들을 꺼내놓고 있지만, 통합당의 보수 성향 의원들이 수용해 입법화하기 어렵다김 비대위원장의 어젠다에 대한 보수 진영의 합의 때문에 갈등 구조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김위원장 식사정치통해 작은 것 집착말고...” 설득

김 비대위원장은 원내 의원들과의 갈등을 의식한 듯 최근 의원들과 만나 식사정치를 하고 있다. 서울·경기·강원·충북 초선 의원들과도 오찬한테 이어 18일에는 대구.경북 초선의원들을 만났다. 19일에는 초선 의원들과 첫 공식 만남을 가졌다. 이와 관련,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비대위의 운영방침과 당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고, 초선 의원들은 각자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말했다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자리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은 당의 변화에 동참하라는 말씀을 주로 했다저희가 확고한 결의를 통해 나름의 역량을 발휘하면 우리당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겠나. 국민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으니 작은 것에 집착하지 말고 큰 틀에 우리가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초선 의원들은) 비대위에 여러가지 정책에 대해 제안을 했고, 그것에 대해 팔로우업이 제대로 되느냐고 질문했다“(김 위원장은) 끝까지 팔로우업하고 특히 경제혁신위와 외교안보특별위원회에서의 현안에 대해서는 적극 대처하겠다. 당의 변화에 대한 현안에 대해서는 정책화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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