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촬영지를 찾아서 대조영·황진이

두터운 외투를 벗을 때가 마침내 찾아왔다. 따스한 봄바람에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기에 제격인 계절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대하사극’의 촬영현장을 찾는 것은 여행과 역사공부를 동시에 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상의 코스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호에선 지난해 말 인기리에 종영된 <황진이>와 현재 방영중인 <대조영>의 촬영현장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1박 2일 코스로 두 곳을 모두 둘러볼 수도 있다.



대제국 발해를 세운 힘 <대조영>

귀하게 태어났지만 천하게 자란 남자가 있다. 하지만 훗날 그는 ‘발해’라는 커다란 제국을 건설했다.

사랑보다 나라를, 나라보다 백성을 더욱 사랑한 영웅 대조영은 비운의 운명을 타고 났다. 때문에 그는 노비로 살아야만 했고, 어머니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온갖 역경을 극복한 대조영은 마침내 나라와 백성을 구하는 영웅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드라마 <대조영>의 초대형 세트장은 속초에 있다. 속초 한화리조트 내에 설치된 이곳은 오픈촬영세트로 발해테마파크로 불린다. 2만7,000여 평의 부지에 시대를 옮겨놓은 듯한 세트장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세트장 입구에는 보기에도 위엄이 느껴지는 광개토대왕비가 세워져 있다. 너비 1.35m~2.0m, 높이 6.39m로 실물에 해당하는 엄청난 크기다.

세트장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중국 황궁이 눈에 띈다. 높이 18m 규모로 지어진 건물로 붉은 색 지붕이 이색적이다. 중국 전통 주거 유형인 사합
원에서는 명료한 위계질서를 만날 수 있다.

이 건물은 하나의 중정을 둘러싸는 네 건물로 구성됐는데 고증을 거쳐 실감나게 재현됐다. 내부로 들어가는 길 양쪽에 줄지어 매달려 있는 붉은 등이 매우 고풍스럽다.

세트장 중에서 눈여겨 볼 것은 중국 최초의 여자 황제인 측천무후의 후원이다. 이곳은 당 황궁과 중국 4대 정원 중 하나인 졸정원을 모델로 만들어져 유려한 경치와 큰 규모를 자랑한다.

겨울이 아니라면 운치 있고 아름다운 연꽃향기가 퍼져있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원향당에선 세트장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75m의 거대한 고구려 성곽이 테마파크 전체를 둘러싼 풍경도 가히 압권이다. 고구려 저잣거리와 당나라 저잣거리도 볼 만하다. 특히 당나라 저잣거리에는 당시 의상을 입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체험장도 마련돼 있어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이 외에도 고구려궁, 취성루, 관아, 수로, 대조영 가옥 등 200여동의 옛 건축물이 고풍스런 사극의 정취를 그대로 전해준다. 세트장을 천천히 돌아보면 잃어버린 우리 역사의 숨결과 만나게 된다. 입장료는 성인기준 6,000원이다.

이 외에도 테마파크 내에서는 외줄타기 체험과 풍물놀이 한마당, 고구려군 무예시범 등 다양한 이벤트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인근에는 설악산과 동해바다가 인접해 있어 한층 다양한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한화리조트는 온천과 레포츠 시설이 갖춰져 있어 가족나들이 장소로 매력적이다.

강릉시 저동에 있는 참소리 축음기&에디슨 박물관도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입장료가 성인 기준 7,000원으로 다소 비싸긴 하지만 볼거리가 많다. 1992년 문을 연 이곳은 에디슨 이후 16개국에서 만들어진 축음기 4,000여대가 전시돼 있다.

에디슨박물관엔 틴포일을 비롯, 수많은 진귀명품이 있고 축음기에 관한 기록과 사진자료도 7,000여점에 이른다. 이 외에도 10여만장의 각종 음반과 8,000여권의 관련서적, 백열전등, 영사기 등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참소리박물관을 나와 조금만 가면 해안모래와 만나는 곳에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경포호가 있다.

정철의 관동별곡에 소개된 이 호수는 바다에서 장엄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 달밤의 호수경치,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경치가 절경을 이룬다. 낭만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 드라마 <대조영> 촬영지 찾아가는 방법
■ 설악 한화리조트 : 서울-영동고속도로(호법IC-원주, 강릉방향)-대관령(속초방향)-현남IC-속초-한화리조트
■ 주변 볼거리
참소리 축음기& 에디슨 박물관, 경포대, 경포해수욕장, 오죽헌 등
■ 숙식정보
동해권은 먹을거리가 아주 많다. 강릉은 도루묵찌개를 비롯하여, 콩비지로도 유명하다. 고성으로 가다보면 가진항이 나오는데 물회가 별미. 강릉과 속초 해수욕장부근에 깨끗한 모텔과 민박도 많다.


아직 끝나지 않은 춤판 <황진이>

천하게 태어났지만 고귀하게 살다 간 여인 황진이. 재물보다 사랑을, 사랑보다 예술을 선택했던 황진이의 춤사위에 지난해 말 시청자들은 넋을 잃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사랑을 받았던 또 다른 이유는 배경으로 나온 아름다운 절경 때문이다. <황진이>의 주배경지가 됐던 곳도 바로 동해안 지역이다. 강릉의 선교장은 드라마 속 황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기거하던 곳이요, 은호도령과 황진이가 풋풋한 첫 입맞춤을 가졌던 낭만의 장소다.
조선시대 사대부 가옥으로 중요 민속자료 제5호인 선교장은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총건평 318평으로 긴 행랑채에 둘러싸인 안채, 동별당, 가묘 등이 정연하게 남아있으며 사랑채인 열화당에는 용비어천가가 보존돼 있다.

선교장의 주변경관 또한 뛰어나다. 문 밖 수백평의 연못 위에는 활래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여름이 오면 화려한 연꽃이 가득 뒤덮는다.

황진이가 수련을 쌓던 폭포는 동해의 무릉계곡이다. 황진이를 몰래 훔쳐보던 은호도령과의 첫 만남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무릉계곡은 두타산과 청옥산을 배경으로 형성돼 호암소에서 시작, 약 4km 상류 용추폭포까지를 말한다.

넓은 바위 사이를 흘러 모인 넓은 연못이 특히 아름다우며, 수백 명이 앉을 수 있는 무릉반석을 시작으로 삼화사, 학소대, 옥류동, 선녀탕, 쌍포, 용추폭포에 이르기까지 절경이 펼쳐진다.

드라마 황진이의 촬영지는 이 외에도 많다. 김정한과 운명적인 만남을 나눈 곳은 경북 청송의 주산지다. 300년 이상 된 왕 버드나무가 물 위, 아래로 뻗어내린 모습은 가히 선경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진이의 스승, 백무가 마지막으로 학춤을 추고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곳은 안동 하회마을의 부용대고 그 외에 병암정, 고창읍성 등이 촬영지로 사용됐다.

■ 드라마‘황진이’촬영지 찾아가는 법
[선교장] : 강릉IC → 속초, 경포방향 → 경포동사무소 → 선교장(약 10분소요)
[동해 무릉계곡] : 삼척 - 7번국도 - 6km - 좌회전 - 42번국도 - 해성주유소 - 무릉계곡
[주산지] 청송에서 포항쪽으로 가는 31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청운리에서 이전 방면 914번 지방도를 탄다. 상이전에서 주산지와 절골계곡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고창읍성] 서해안고속도로 고창나들목 → 고창읍내 → 고창읍성


사진,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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