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왼쪽상단부터시계방향)멍텅구리배 모형, 목재보살입상, 신안선 모형도, 중국동전, 자연사박물관, 수중생명관, 육상생명관

















추천, 3월의 가 볼만한 곳
바야흐로 봄이 시작됐다. 이를 시샘하려는 듯 ‘꽃샘추위’의 막바지 기승도 없지 않았지만 자연의 순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행은 어떤 면에서 ‘배움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묘미와 새로운 지식을 여유롭게 즐기며 얻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이번 호에선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곳을 살펴봤다. 가족들과 함께 떠난다면 그 이상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목포시 용해동의 갓바위 공원 바닷가에 자리잡은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우리나라 유일의 해양박물관이자 수중발굴조사 전문기관이다.


국내 유일 해양박물관
1976년 1월 어느 날, 어부 최형근씨는 전남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건져 올린 저인망 그물에 아주 오래된 항아리가 걸려 올라왔다. 이 때부터 시작된 ‘신안 해저유물 발굴조사’는 10여 차례에 걸쳐 이뤄지며 숱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신안군 증도면 방축리 일대의 반경 2km 해역에서 발굴된 유물만도 모두 2만 3,502점에 이른다. 2만 600여 점의 도자기를 비롯해 각종 공예품, 28톤 분량의 중국 동전, 목재(자단목), 후추나 계피 같은 향신료 등이 여기에서 쏟아졌다.

청동저울추 같은 금속유물, 장기나 주사위 등의 놀이도구, 일상용품 등 다양한 종류의 유물도 무더기로 발굴됐다. 그중 청동저울추에는 ‘경원로(慶元路)’라는 지명이 몸체에 새겨져 있어 이 배의 출항지가 지금의 중국 절강성 영파(寧波)임을 알려줬다.

또 다른 인양유물 중 하나인 목간(木簡: 나무로 만든 표찰)에는 ‘至治三年六月一日’(지치3년 6월1일)이라는 날짜가 기록돼 이 배가 중국 영파에서 무역품을 싣고 일본을 향해 출항한 시기가 1323년 6월 1일임을 말해줬다.

이처럼 어떤 난파선보다도 많은 유물이 쏟아져 나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신안선’은 수심 20m의 바다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발견 당시 갯벌 밖에 드러난 선체 부위는 원형이 거의 상실된 상태였다.

다행히도 갯벌에 묻힌 부위는 비교적 원형이 잘 남아 있어 오랜 보존처리 과정을 거쳤다. 1981년 8월에 신안선의 선체와 인양유물의 보존처리 및 복원을 전담하는 기구로서 문화재연구소 부설의 ‘목포보존처리장’이 개설됐다.


신안선 유물 형태와 규모 쉽게 파악
1990년에는 ‘목포해양유물보존처리소’가 문을 열었고, 1994년 12월에는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정식 개관했다.

전시관은 6,073평(2만75㎡) 부지에 지하1층, 지상2층 규모로 지어졌다. 신안선실을 비롯해 완도선실, 어촌민속실, 선박사실, 체험실 등이 들어서 있다.

그중 신안선실에는 20여 년 간의 과학적 보존과 복원과정을 거친 신안선의 ‘선형구조물’이 설치돼 있어서 신안선의 실제 형태와 규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중국에서 일본으로 가던 무역선인 신안선에 적재됐던 다양한 무역품들의 실물도 전시됐다.

완도선실에는 1983년에서 1984년 사이에 전남 완도군 약산면 어두리 앞바다에서 인양된 고려시대의 배와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다. 길이 9m, 폭 3.5m에 무게가 10톤쯤 되는 완도선은 현재까지 발견된 우리나라의 전통 배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 배에서도 청자를 비롯한 도자기 3만여 점, 선원들이 썼던 각종 생활용품이 인양됐다.

그밖에 어촌민속실에는 전통 어촌의 다양한 민속과 어구에 관련된 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다. 그리고 선박사실은 선사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전통배, 즉 한선(韓船)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곳이다. 전통 노젓기, 바닷소리 듣기 체험 등이 가능한 체험실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선사시대부터 다양한 전시관 눈길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위치한 목포시 용해동 ‘갓바위 문화의 거리’는 대도시에도 흔치 않은 전시공간 밀집지역이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의 맞은편에는 목포자연사박물관의 자연사관과 문예역사관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목포자연사박물관 옆에는 목포지역 도자기 산업의 역사와 현황을 보여주는 한국산업도자전시관이 있고, 그 앞쪽에는 소치 허련의 손자이자 한국 남화의 대가인 남농 허건의 작품을 소장한 남농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남농기념관의 도로 건너편에는 목포문화예술회관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그 중에서 가장 볼 만한 곳은 2004년 9월에 개관한 목포자연사박물관의 자연사관이다. 연면적 6,610㎡에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지어진 자연사관은 지질관, 육상생명1관, 육상생명2관, 수중생명관, 지역생태관, 기증품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전시실 입구인 중앙홀에 전시된 각종 공룡 화석이 맨 먼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그리고 각 전시실에는 46억 년의 지구 역사가 낳은 각종 자연사 유물과 진귀한 화석, 생생한 박제와 표본 등이 다양하게 진열돼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목포자연사박물관의 전시공간은 하나같이 그냥 지나치기 아까울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여기에 다채로운 체험공간까지 갖추고 있어서 어린이들의 현장체험학습장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목포는 1897년 10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개항한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근대도시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수탈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목포의 중심지였던 목포시 대의동, 중앙동, 유달동 일대에는 지금까지도 일제의 자취가 짙게 남아 있다.

그 중 대의동의 목포문화원 건물은 일본영사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1900년에 목포에서 처음 서양식으로 지어졌다. 해방 이후에는 1947년부터 목포시청, 1974년부터 목포시립도서관으로 사용되다가 1990년부터 현재까지 목포문화원 건물로 활용되고 있다. 사적 제289호로 지정된 국가지정문화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옛 일본영사관 건물에서 200m 내외의 거리에는 일제의 수탈기관이었던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현재는 목포근대역사관) 건물, 일본식 정원과 가옥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훈동정원도 있다.

사진,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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