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4월의 가 볼만한 곳 <2> 경북 예천
활짝 만개한 꽃들이 봄의 전령이 돼 ‘여행길’을 재촉하고 있다. 꽃샘추위도 지나고 ‘황사’도 거의 끝나가는 시기다. 가족들과 함께 주말 나들이 가기에도 지금처럼 좋은 계절이 또 있을까.이번 호에선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각광 받고 있는 경북 예천을 찾아갔다. 아직도 과거 농촌 모습이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예천에서 따사로운 봄햇살을 만끽해 보자.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에 있는 상금곡리는 예로부터 금당(金塘)으로 불렸다.

마을 지형이 ‘물에 떠있는 연꽃’을 닮았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은 이곳을 십승지지 중 한 곳으로 적고 있다.

이처럼 용문면 일대는 명당으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병마와 환란이 들지 못한다’는 구시대적 의미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개념의 명당으로 부상하고 있다. 바로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 받고 있는 것.

‘영어완전정복’(2003년)과 ‘나의 결혼 원정기’(2005년)를 촬영했던 용문면 상금곡리 금당실 마을, ‘그해여름’(2006년)의 배경이 된 용문면 선2리 선리마을에 이르기까지 그 명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영화뿐 아니다. 지난해 말 인기리에 종영된 KBS 드라마 ‘황진이’의 촬영지였던 병암정도 용문면 성현리에 있다.


병풍바위와 ‘병암정’
이처럼 용문면 일대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는 이유는 60~70년대 우리 농촌의 모습이 잘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금당실 마을의 고택과 돌담, 선리마을의 오지 풍경은 그 자체가 귀한 드라마 세트다.

중앙고속도로 예천 나들목을 빠져나와 928번 지방도를 타고 용문방면으로 8km 정도 가면 도로변으로 큼직한 이정표 하나가 시선을 끈다. 바로 병암정(문화재 자료 제453호)이다. 이 곳은 ‘황진이’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이다.

경북 예천군 용문면 성현리 정자들 동쪽에 위치한 병암정은 병풍바위라 불리는 큼직한 바위 위에 자리하고 있어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황진이(하지원 분)와 김은호(장근석 분)의 애틋한 사랑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저 멀리 보이는 병암정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설렐 만하다. 병암정에서 촬영한 장면들은 유독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황진이의 첫사랑에 관련된 내용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선 김은호가 실에 끼운 반지를 황진이에게 건네는 장면과 황진이가 국화 깔린 다리를 건너는 장면 그리고 김은호와 황진이의 첫 키스 장면에 이르기까지 모두 손에 꼽을만한 명장면들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병암정에서는 더 이상 드라마 황진이의 촬영세트를 만날 수 없다. 안전상의 문제로 정자와 구름다리 일부를 철거했고, 나머지 부분도 모두 철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황진이와 김은호의 사랑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구불구불 ‘돌담길’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와 ‘영어완전정복’의 촬영지인 금당실 마을은 병암정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다. 병암정에서 982번 지방도를 타고 용문사 방면으로 700m 정도 가면 길 건너편으로 상금곡 버스정류장이 보이는데, 이곳에서 우회전해서 들어가면 금당실 마을이 나온다.

금당실 마을의 행정구역은 경북 예천군 용문면 상금곡리다. 금당실 마을로 들어서면 우선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고택들과 구불구불한 돌담길이 시선을 끈다.

무엇보다 당황스러운 건 7.4km에 걸쳐 미로처럼 이어진 비슷비슷한 골목들. 덕분에 마을 어딘가에 있을 두 영화의 촬영장소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골목에서 길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마을주민들의 말이 농담만은 아닌 듯싶다.

영화 ‘영어완전정복’이 촬영된 고택은 박연이씨 댁으로 현재 별채에 대한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영화를 촬영했던 본채에 대한 공사는 거의 마무리된 상태여서 둘러보기에 별 무리는 없다. 반송재 고택이 자리한 마을 입구에서 조금 거슬러 만나게 되는 첫 번째 골목 왼쪽 코너 집이다.

박춘수씨 댁은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를 촬영한 곳이다. 박연이씨 댁에서 골목을 벗어나 첫 번째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우측으로 빠지는 세 번째 골목을 끼고 있는 코너 집이 박춘수씨 댁이다.

금당실 마을의 고택들은 대부분 ‘OO씨 댁’ 하는 식으로 이름이 붙어있다. 그래서 마을 안에서 길을 찾을 때, 특히 어르신들에게 길을 물을 때는 ‘영화촬영지가 어디입니까’라고 묻는 것보다 ‘OO씨 댁이 어디입니까’라고 묻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양반 체험’ 등 다양한 행사
금당실 마을로 들어섰다면 영화 촬영지만 둘러보고 발을 빼지는 말자. 금당실 마을의 매력은 단순히 보는 여행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상의 문화가 공존했던 마을의 특성을 살린 ‘양반체험’과 ‘전통혼례체험’ 그리고 ‘농촌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또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옛 사대부의 생활상을 배워볼 수 있는 ‘에헴 나도 양반’ 체험은 아이를 동반한 부모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갓과 두루마기를 곱게 차려입는 것으로 시작하는 양반체험은 서예와 다도 등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예절배우기를 중심으로 체험이 진행된다.

영화 ‘그해여름’을 촬영했던 선리마을은 금당실 마을에서 3km 쯤 떨어진 곳에 있다. 용문면 선2리에 속하는 선리마을은 금당실 마을 입구 용문면사무소 뒷길로 이어지는데, 도로변에서는 ‘청룡사’ 이정표를 따라 사괴당 고택을 끼고 좌회전하면 된다. 마을사람들 사이에서는 선동이라고 부르
는 곳이기도 하다.

선리마을은 사실상 영화 ‘그해여름’의 주 촬영지라 할 수 있다. 석영(이병헌 분)과 정인(수애 분)이 만나게 되는 결정적 계기인 석영의 농촌봉사활동 장면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선리마을의 대표적 촬영지는 역시 선동분교. 봉사활동 온 대학생들과 마을주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에서부터 석영과 정인이 영화를 보며 손을 잡는 장면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선동분교 뒤로 화재 장면을 찍었던 교회 터와 정인의 집 그리고 정인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던 마을이장의 집도 찾아볼 수 있다.


천년고찰 ‘용문사’
금당실 마을과 선리마을 주변으로는 볼거리도 넉넉하다. 선리마을에서 금당실 마을을 거쳐 928번 지방도로를 따라 동로 방향으로 조금 가면 도로 왼쪽으로 초간정이 보인다.

예천군 보문면 죽림리에 위치한 문화재자료 제143호인 초간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을 지은 초간 권문해(1534~1591)가 세운 정자로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곳이다.

초간정을 지나 다시 조금 더 차를 몰면 원류 삼거리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에서 우회전하면 예천을 대표하는 사찰, 용문사에 닿을 수 있다.

신라천년 고찰인 소백산 용문사는 그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대장전(보물 제145호)과 윤장대(보물 제684호) 그리고 목각좌과 목각탱(보물 제989호), 교지(보물 제729호) 등 많은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금당실 마을 입구에서 용문사에 이르는 벚꽃 길도 멋스럽다. 20~30년생 왕 벚꽃 나무가 928번 지방도를 따라 용문사까지 8km 정도 연이어진다.

사진,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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