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떠나면 즐겁다 | 원시림 제주 곶자왈 속으로

제주는 5월이 가장 푸르다.
그 색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곳은 낯선 만큼 설렘을 부른다. 바람도 그곳에서 숨을 고른다. 콘크리트 벽과 지붕이 없는 원시림 박물관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이다. 바위 위에 나무가 자라고, 식물도감에서 찾을 수 없는 희귀식물이 허다하다. 수만년 전 제주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인공적으로 심어놓은 식물원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민들조차 그곳에 무엇들이 숨쉬고 있는지 모를 만큼 사람의 때가 없기 때문이다. 곶자왈은 보존해야 할 곳이기 때문에 제주에 오면 꼭 확인해야 할 곳이기도 하다. 5월의 곶자왈을 향해 떠나보자.


곶자왈. 생소한 단어다. 제주 곶자왈은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용암지대에 분포하는 독특한 숲을 말하는 순수 제주어다. 또 아마존 밀림 등과 함께 식물학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식생 중 하나다.

지질학적으로 보면 곶자왈은 토양 발달이 빈약해 식물 분포가 힘든 용암지대다. 하지만 제주 곶자왈은 지질학적 상식을 뒤엎는다. 난대림과 온대림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고 식물 다양성도 한라산 국립공원과 비교될 정도다.

일반적으로 숲은 원시림과 2차림으로 구분된다. 원시림은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는 천연을 말한다. 숲은 장구한 시간에 따라 식물의 군집변화가 생기는데 원시림은 생물의 다양성이 발달한 숲을 말한다. 지구에서 가장 다양한 식물이 분포하고 있는 아마존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또 2차림은 사람에 의해 벌채되거나 방목으로 원시림이 없어진 후 생긴 숲이다. 때문에 2차림은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이 집단적으로 서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곶자왈은 수백년 동안 방목을 위해 불을 놓거나 벌채된 곳이기 때문에 2차림에 속한다. 하지만 생태적 특징은 원시림과 다르지 않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계곡과 폭포 주변에서나 볼 수 있는 이끼류와 고사리종류 등 지천으로 널려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이끼 낀 바위가 마치 해초로 덮인 갯바위를 연상케 한다.

특히 곶자왈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일반 숲과 달리 흙이 드문 바위 층에 이룬 숲이라는 점이다. 이런 특징은 곶자왈에 들어서면서 느껴지는 촉감으로 알 수 있다. 거대한 암반층은 수분 증발을 억제해 공중 습도를 높게 한다. 또 용암동굴이나 숨골이 발달한 곳은 연중 습도가 높은 수증기를 내보낸다. 때문에 곶자왈은 사계절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고 겨울철에 따뜻하고 여름철에 시원하다. 숲이 스스로 숨을 쉬며 식물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는 셈이다.


생태탐방의 백미
곶자왈의 생태학적 가치가 밝혀지면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관광의 보고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5년‘곶자왈사람들’ 보호단체가 구성, 보존 운동과 생태 탐사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또 곶자왈사람들은 올해부터 곶자왈 1평사기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보존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생태탐방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곶자왈 생태탐방은 훼손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인공적인 시설물이 설치된 다른 지역의 휴양림 형태의 생태체험과는 성격
이 다르다. 탐방객들을 위한 길이나 시설이 없다. 맨몸으로 들어가 걸어 다니며 느끼고 돌아오는 체험인 셈이다.

곶자왈사람들(www.gotjawal.com)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구나 탐사 일정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특히 정기 탐방이 매달 1회에 이뤄지며 주말에 실시되기 때문에 제주를 찾는 주말 관광객들도 참가가 용이하다.


#곶자왈 탐사 포인트

저지곶
최고령목으로 추정되는 개가시나무가 있는 저지곶은 종가시나무 맹아림 중에서도 약란초의 집단자생지이며 개가시나무, 녹나무 및 백서향 등 희귀식물의 분포밀도가 높은 곳이다. 환경부 법정보호식물인 개가시나무는 국내에서는 제주도에만 서식하는 나무이다.

선흘곶
선흘 동백동산은 지방기념물로 보존되고 있는 난대림중 하나로 종가시나무, 참가시나무, 동백나무 등이 울창한 곳이다. 특히 육박나무와 백서향을 비롯, 골고사리 등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또한 선흘곶은 동백동산은 물론 묘산봉 일대와 김령곶에 이르기 까지 광대한 면적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산양곶
산양곶은 곶자왈 용암이 다른 어떤 곳보다 크고 많아 거대한 바위들이 모여 있고 마치 바위구릉과 같은 함몰지가 불규칙하게 발달하여 지형적, 경관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곳이다. 상록활엽수가 울창한 곶자왈산양곶은 저지곶이나 선흘곶보다 표고가 낮고 오래전부터 인근에 민가와 경작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산양곶은 큰 바윗덩어리로 이루어져 있고 패인 함몰지가 많아 인위적인 간섭을 다른 곶자왈보다 적게 받은 것처럼 보인다.

교래송당곶
교래송당곶은 때죽나무 맹아림을 대표할만한 식생이 있는 곶자왈이다. 비교적 건조한 지역은 복수초의 집단 자생지이며, 특히 새우란, 금새우란을 비롯하여 자연교잡종인 한라새우란이 풍부하다. 또한 교래송당곶 중에서 습기가 비교적 보존이 잘되는 함몰지에는 숟갈일엽, 골고사리, 큰톱지네고사리, 좀고사리, 지리산숲고사리, 홍노도라지, 변산바람꽃 등 주로 북방계 식물이 서식하여 주목할만 하다.

<곶자왈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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