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생명력, 이집트

[편집=김정아 기자/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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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프리랜서 이정석  기자] 우리는 흔히 강을 '생명의 젖줄'이라 표현한다. 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상투적인 수식어를 몸으로 체감해 본 적은 없다. 강이 없더라도 나무와 풀이 빽빽한 풍경에 익숙한 탓이다.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다 본 나일 강은 말 그대로 생명의 젖줄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북 아프리카 사막을 뚫고 굽이쳐 흐르는 초록의 생명력. 이집트 여행은 미처 체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시작됐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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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교회 & 공중교회 (Cavern Church & Hanging Church)

카이로 시내 남쪽의 올드 카이로에선 이슬람 사원은 물론 여러 개의 기독교 성지를 만날 수 있다. 마가복음의 저자인 마가가 주창한 콥트교(Copt)의 본산지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과거 이슬람과 십자군 등의 박해에도 살아남아 현재 이집트 인구의 10%가 콥트교회를 섬긴다. 대표적인 교회로는 동굴교회와 공중교회를 꼽을 수 있다.

 

동굴교회는 아기 예수와 가족이 헤롯왕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도망쳐 머물던 동굴 위에 세워진 교회다. 원래 명칭은 성 세르지우스와 바커스 교회(Saints Sergius and Bacchus Church). 세르지우스와 바커스는 예수를 믿다 순교한 로마 병사들로, 이들을 기려 5세기에 교회가 지어졌다. 아기예수 피난교회, 아부 세르가(Abu Serga) 교회라고도 불린다. 지하로 내려가면 아기 예수가 몸을 숨겼던 동굴도 볼 수 있다.

공중교회는 690년 로마 시대 성벽 위에 지어진 교회로, 투명 유리를 통해 바닥이 떠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원래 이름은 성모 마리아 교회(Saint Virgin Mary's Church). 입구에 29단의 계단이 있어 '계단교회'라고도 불렸다. 내부에는 성모 마리아와 사도 마가 등을 표현한 1백여 점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칸 엘 칼릴리 바자르 (Khan el-Khalili Bazar)

카이로의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체 인구 1억 명 중 2천만 명이 수도 카이로에 모여 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거리는 항상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재래시장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따라서 이집트의 만물상으로 불리는 칸 엘 칼릴리에선 극한의 인구밀도를 체험할 수 있다. 1382년 문을 열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으로 꼽히는 칸 엘 칼릴리에는 알려진 상점만 1500개가 넘는다. 몇 대를 이어 가업으로 운영하는 곳도 셀 수 없이 많다. 워낙 대표적인 시장이다 보니 ‘카이로 시장’이라고도 불린다. 미로 같은 골목을 한참이나 돌아다니다 뻐근한 다리도 쉴 겸 카페를 찾았다. 민트차와 커피를 주문하며 주인에게 언제 문을 열었는지 물었더니 200년 정도 됐다고 한다. 재래시장의 작은 카페에서도 이집트의 고고한 역사는 흐르고 있었다.

 

룩소르 신전 (Luxor Temple)

룩소르 신전은 기원전 1408년 아멘호테프 3세가 조성한 것으로 삼위신인 아문과 그의 아내 무트, 아들인 콘수에 헌정된 신전 단지이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데다 야경이 멋지다는 말에 해 질 녘 신전을 찾았다. 노란 조명을 받은 신전 입구는 다른 신전에서 볼 수 없었던 웅장함이 압권이다. 그런데 뭔가 불안정한 모습이 눈에 거슬린다. 높이 24m의 대형 오벨리스크가 입구 왼편에만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 오벨리스크는 기원전 1300년 람세스 2세가 좌우로 2개를 세웠는데, 1829년 이집트 정부가 프랑스 왕인 루이 필립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이 오벨리스크를 본 기억이 난다. 당연히 프랑스군이 훔쳐 온 것으로 생각했는데, 선물로 받은 것이라고 하니 당시의 오해가 조금 미안해진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조금 더 들어가자 대형 열주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작은 광장을 지나면 비슷한 열주 식 안뜰이 하나 더 보인다. 보랏빛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거대한 기둥들이 과거 이 신전의 위엄을 현재까지도 보여준다. 신전 끝부분에는 내부 성소가 자리하고 있다. 아문 신에게 바치는 성소인데, 아멘호테프 3세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벽에는 이 탄생 장면을 묘사한 부조가 걸려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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