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리 대표 멍에 벗고 4월 광풍 준비 한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강금식, 박홍수 전 장관 등 새로 임명된 최고위원들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첫 회의를 갖기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한나라당을 떠났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대통합민주신당호’ 선장이 됐다. 역대 의장들이 ‘독배’를 드는 자리로 언급했던 위치에 선 것이다. 당 안팎과 정치상황도 마찬가지다. 4월 총선 때까지 ‘시한부’ 대표를 지내며 자신의 리더십을 검증받아야 한다.

당 일각에선 여전히 ‘들러리’란 극언까지 사용하고 있다.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며 탈당한 이해찬 전 총리가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손 대표 쪽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올봄 총선에서 기적을 낳겠다는 굳은 의지다. 수도권지역 386세대 의원들이 중심축이 될 전망이다. ‘제1야당’ 총수로 살아남기 위한 손 대표 쪽의 노림수와 움직임을 좇아가 본다.

손 대표가 독배를 받아 안았다. 독이 약이 될 것이란 희망은 한갓 실 날 같기만 하다.

4월 총선을 앞둔 통합신당 상황은 4년 전 한나라당의 그것과 비슷하다. 2004년 초 탄핵역풍에 휘말려 ‘타이타닉호’에 비유될 정도로 휘청거렸던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와 ‘천막당사’를 통해 어렵게 위기에서 벗어났다.

새로운 통합신당의 리더로 뽑힌 손 대표도 박 전 대표의 그런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손 대표는 박 전 대표와 달리 당내 뿌리가 그리 깊지 못하다. 지난해 그를 대선 후보군으로 받아들였던 통합신당이지만 이른바 ‘정체성 논란’은 아직까지 튀어나오고 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일부 친노파들은 ‘탈당’이란 강경수까지 썼지만 손 대표는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5년 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손 대표로선 이번 4월 총선이 첫 고비가 될 전망이다. 제1야당 자리 확보와 한나라당의 과반수 의석을 막는 게 일차적 목표로 거론된다.

두 가지 모두 성공한다면 이명박 당선인의 라이벌로 군림하며 상당기간 독주채비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정치적 운명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마당발 신계륜 역할론

손 대표는 일단 ‘수도권’과 ‘386’을 중심축으로 삼았다. 신계륜 사무총장, 우상호 대변인, 이기우 대표 비서실장 체제는 총선을 겨냥한 친정체제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들은 모두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손 대표를 도왔던 사람들이다. 신 총장은 서울 성북을, 우 의원은 서대문 갑, 이 의원은 수원 권선을 지역구로 삼고 있다.

특히 신 총장은 당내 386의원들 사이에서 맏형으로 통하는 마당발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와 깊은 친분을 맺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비서실장을 지냈을 정도로 친노그룹과도 가깝다. 김근태 의원으로 대표되는 재야파도 신 총장과 가깝다.

이런 이유로 신 총장은 손 대표를 대신해 당내 계파를 잇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대철 상임고문과 천정배·염동연 의원, 추미애 전 의원 등 대표 선출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낸 인사들과의 화해도 신 총장이 총대를 멜 것으로 보인다.


‘제3의 길’ 모색 중

손 대표는 취임 일성에서 “새로운 진보세력을 자임, 이 땅에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며 당 쇄신의지를 드러냈다.

오래 전부터 자신이 얘기했던 ‘제3의 길’과 ‘신 진보’를 통해 유권자들 표심을 잡겠다는 것.

하지만 그 첫 단추부터 논란이 일었다. 손 대표는 당 최고위원에 초·재선 386의원들을 제외한 대신 기존의 정균환·김상희 최고위원을 유임시켰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박홍수 전 농림부 장관, 유인태·홍재형·박명광 의원들은 새로 임명됐다.

당초 내걸었던 ‘당 쇄신’보다 ‘안정’ 쪽에 무게를 둔 인선이었다. 손 대표도 “지금 누구를 쳐내고 그럴 상황은 아니다”고 고충을 털어놓으며 “모두가 같이 쇄신해야 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최고위원 중 정 위원은 민주당 탈당파와 호남권, 김 최고위원은 시민단체와 여성을 배려한 차원이었다. 유 의원은 서울과 중진그룹을, 홍 의원은 탈당설이 나도는 충청권 몫으로 평가받았다. 박명광 의원은 정동영 전 후보의 핵심인사였다. 외부인사 몫도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강금실·박홍수 두 전직 장관에게 돌아갔다.


‘자기희생론’ 의미

최고위원 인선을 통해 ‘통합’을 강조했지만 공천과정에선 ‘쇄신’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으로 전해진다.

손 대표 쪽에선 ‘혁명적 물갈이’란 단어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인적 쇄신을 통해 공천에서 유권자들에게 점수를 얻지 못한다면 4월 총선도 물 건너갈 것이란 위기의식이 적잖다.

이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은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 손 대표가 최고위원 인선을 균형에 맞게 안배한 것도 이를 예상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

손 대표가 추진하는 ‘쇄신 작업’의 성공 여부는 물갈이 폭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달렸다. 그는 이와 관련 “인적 쇄신보다는 새로운 인재를 보강하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폭넓은 쇄신’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자기희생’을 강조했다.

‘자기희생론’에 대해 당 안팎에선 총선출마자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MB견제자 자임

손 대표는 ‘당 쇄신’과 함께 이명박 당선인의 견제자임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엔 적극 협력하겠지만 부정부패, 재벌그룹 위주의 정책, 투기경제, 권력남용 의혹, 경부운하 추진, 본고사 부활 등에 대해선 철저히 견제구를 던지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처럼 4월 총선이 이 당선인과 손 대표의 대결구도로 간다면 충분히 승산 있다는 게 신당 쪽 사람들의 판단이다.

수도권과 당내 386세대 ‘젊은 피’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는 손 대표가 총선을 통해 제1야당 리더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금까지의 경우를 보면 독배가 약이 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4·9 총선, MB표 저격수들 급부상
김근태·한명숙·신기남 ‘위기설’

오는 4월 총선에선 그 어느 때보다 통합신당 중진들이 위태로울 전망이다.

한나라당, 특히 이명박 당선인(약칭 MB)쪽의 신진인사들이 이들을 겨냥해 출마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게 그 이유다.

이동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통합신당 내 재야파의 상징인 김근태 의원(서울 도봉갑)을 상대로 출사표를 던졌다. 뉴라이트그룹의 핵심인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도 이 지역에 출마할 예정이어서 예선전이 뜨거울 전망이다.

백성운 대통령직 인수위 행정실장은 친노 인사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경기 고양시 일산구 갑)를 향해 칼을 빼들 것으로 보인다. MB캠프 공보팀을 이끌었던 배용수 인수위 정무분과 자문위원도 3선인 신기남 의원(서울 강서구 갑)에게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MB와 오랫동안 연을 쌓았던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3선인 유재건 의원과 서울 성북구 갑에서 재대결을 준비 중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