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취임 D-30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500여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거짓해명 관련 전국 시민사회단체 비상 시국회의’를 마친 뒤 이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을 한 달 여 앞두고 반대 세력들이 총집결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과 관련한 시민단체들과 야당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는 분위기다.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정치권과 공무원 조직이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명박 특검도 이어져 관련 압수수색이 이뤄지며 핵심을 향한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올봄 국회의원 선거 공천과 관련된 한나라당 내 ‘친박’진영의 반발도 예사롭지 않다. 이 대통령 당선인의 발목을 붙잡는 복병들이 곳곳에 널려있다는 얘기다. 대선정국 때 뺏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반(反)MB세력들의 반격 전략을 추적했다.

이명박 당선인의 첫 발걸음이 순탄치 않다. 자칫하면 대통령 취임도 하기 전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선 공약의 핵심이랄 수 있는 대운하 건설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반 MB’목소리를 내놓는 첫 번째 이유다.

이 당선인은 대운하 공약과 관련, “모든 절차를 밟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며 “국내 민간 투자유치와 여론수렴 등을 거쳐야 하므로 실제 착공은 취임 뒤 1년 뒤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호남 ‘들썩’

대운하 구상에 대한 반대여론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건설업계와 금융권, 부동산업계에선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국무총리직 수락을 망설이는 배경에도 그 동안 반대해왔던 대운하 구상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 18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경부운하저지국민행동은 “경부운하 TF(테스크 포스)팀을 해체하고 국민검증기구를 설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공간에선 운하건설을 반대하는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충청·호남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최근 금강운하건설 반대 행사를 벌였다.

광주·전남환경운동연합과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영산강 호남운하 반대운동에 나섰다.

대통합민주신당 역시 연구재단인 한반도전략연구원 주최 토론회를 통해 대운하 구상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이 당선인이 거의 반민주적 폭거 방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맹비난하며 “대운하와 관련된 지역에선 벌써부터 엄청난 투기바람이 불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원 박사는 “대운하가 건설될 경우 홍수 때 범람할 수도 있다”는 학술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운하공약 추진과 함께 관련기관들도 늘어난 업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관기관인 수자원 공사 관계자는 “대운하 건설과 관련돼 차출된 직원들이 연일 밤낮으로 고생하는 중이다”고 어려움을 전하며 “이런 거대 공사를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하려다 보니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 사회 ‘술렁’

정부조직의 대대적인 개편 또한 국회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합신당과 민주노동당을 비롯,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이 약속이나 한 듯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통일부와 여성부를 비롯, 일부 부처의 통·폐합문제가 논란의 핵심이다.

이 당선인이 각 당 지도부와 만나 국회처리 협조를 당부했지만 인수위 쪽 원안이 통과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신당 손학규 대표는 “통일부 존치 입장이 당론이다”고 개편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노당 심상정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당선인을 만난 자리에서 “여성부 폐지는 섭섭했다”고 심경을 전하며 “새 정부가 여성을 포기한 것 아니
냐고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 위원장은 이 당선인이 추진하는 대학 본고사, 규제 완화책에 대해서도 “약육강식 질서를 강요하는 것이다”고 강력 비판하며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국회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 7000여명의 공무원 감축계획이 나도는 공직 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은 최근 “인수위가 능률과 효율을 강조하고 있지만 인기주의적 강박관념에 빠져 민주성, 공익성, 사회공공성 등의 가치를 무시했다”고 주장하며 정부조직개편안을 곧바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명박 특검 ‘분주’

이명박 특검도 불똥이 어디로 튈지를 놓고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BBK주가조작과 서울 도곡동 땅, (주)다스 차명보유 등 이 당선인 관련의혹을 조사 중인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지난 15일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특검수사 결과는 오는 2월 25일로 예정된 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일 전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이 당선인의 국정운영과 4월 총선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한나라당이 특검팀의 이 당선인 소환 가능성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해도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 경쟁력”이라고 언급하며 “소환에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제동을 건 것도 위기감을 대변한다.

한나라당은 특검결과가 이 당선인에게 불리하지 않게 나올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특검팀에 소환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손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 ‘MB 견제’

올봄 총선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정치일정도 이 당선인에겐 결코 유리하지 않다.

MB쪽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얻어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기틀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적지 않은 당선인 측근들이 전국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나라당내 ‘친박’인사들과 통합신당, 민노당, (가칭)자유신당 등은 일제히 이 당선인을 향해 총부리를 겨눌 태세다.

친박 진영은 총선 공천이 3월로 연기된 것을 놓고 이 당선인 쪽이 밀실공천을 하려는 의도라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양쪽의 갈등이 격화돼 친박 진영의 탈당으로 이어진다면 MB쪽은 회복하기 힘든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통합신당도 자체 분위기를 추스르며 MB 견제세력 결집을 강조하고 있다. 손 대표가 한나라당 출신이란 점이 라이벌의식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분석이다.

이회창 전 총재가 추진하는 (가)자유신당이 충청권과 영남권에서 바람을 일으킬 경우에도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은 위태롭게 된다.

비대위 체제로 바뀐 민주노동당도 보수 색채가 강한 이 당선인의 새 정부가 진보정당의 부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각 정당을 순회하며 “야당이라고 무조건 반대하고 여당이라고 일방적으로 하는 ‘세 정치'는 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반 MB 세력들은 이 당선인을 ‘세 정치'의 주범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사방에서 물밀 듯이 밀려오는 공격을 이 당선인이 과연 어떻게 헤쳐 나갈지가 총선 정국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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