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뒤통수’에 분노한 박근혜


‘폭풍전야’의 고요함이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공천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당선인(약칭 MB) 쪽과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중국특사자격으로 중국을 다녀왔다. 출국 전 박 전 대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실공천을 막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한동안 휴식기를 가졌지만 본격적인 승부는 이제부터란 뜻이다. 친박 진영 인사는 “최후통첩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하며 “이 당선인 쪽이 계속 기득권을 주장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국내 복귀 뒤 박 전 대표가 내놓을 대대적인 반격 프로그램을 놓고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친박 진영이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중국특사로 국내를 떠나 있는 상황에서 MB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이 독설을 퍼부었다.

이 의원은 “벌써부터 ‘내 몫 내놔라’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박 전 대표를 향해 작심한 듯 일침을 날렸다.

4월 총선도 ‘이명박 브랜드’로 치러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쪽은 “또 뒤통수를 맞았다”며 대대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친박 진영은 4월 총선이 MB정부 출범 뒤인 만큼 박 전 대표가 다시 전면에 서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강 대표, 중립 아니다”

당 지도부가 공천심사위원회를 24일 구성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이 당선인 쪽은 외부와 당내 인사 비율을 6 대 5로 하자는 안을 내세웠다.

하지만 친박 진영은 당엔 중립인사가 없는 만큼 양쪽 인사를 고루 배치해야 한다고 맞섰다.

중재에 나선 강재섭 대표가 “누구랑 가까운지, 누가 뒤에서 미는지가 공천기준이 돼선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친박 진영 관계자는 “강 대표가 지난해부터 보여준 행보를 보면 중립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MB브랜드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전제는 우리에 대한 숙청작업을 뜻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쪽은 일단 공천심사위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재오 의원이 ‘편 가르기’라며 칼을 빼든 만큼 반격작전을 꾀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쪽 의원들 30여명은 연초 한 자리에 모여 ‘집단행동’에 의기투합했다.

열쇠의 키는 중국에서 돌아오는 박 전 대표가 쥘 전망이다.


“박 떠나면 MB 위기”

박 전 대표 진영은 다양한 상황을 고려 중이다.

MB쪽이 박 전 대표를 향해 ‘차기 국무총리’ 운운하는 것도 친박 진영 내부를 분열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친박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총리직을 받아들일 경우 두 개의 함정에 걸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당세가 MB쪽으로 기울 텐데 공천을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 전 대표가 총리가 되면 반대했던 대운하 구상의 총대를 메야한다. 이는 잘못될 경우 차기대권과 영원히 멀어짐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 쪽이 예상하는 전망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번 총선공천에서 5 대 5 정도의 비율은 약속 받아야 박 전 대표의 총리직 수락도 가능하다는 것.

두 번째는 이 당선인 쪽이 계속 “당이 알아서 할 것”이라며 시간을 끌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박 전 대표는 중국 출국에 앞서 20일 께 공천심사위 구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보다 4일이나 늦게 공천심사위를 발족하면서 그 구성마저도 친박 진영 의도와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계획했다.

친박 진영으로선 다분히 ‘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박 전 대표 쪽은 일단 국민들을 상대로 ‘구태 정치’임을 적극 알린 뒤 그래
도 안 되면 마지막 승부수를 꺼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자꾸 우리를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쪽으로 몰아가는데 말도 안 된다. MB쪽 최측근들 다수가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믿겠지만 출마자가 점점 더 늘지 않느냐.”

박 전 대표가 전면전을 실천에 옮길 경우 탈당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당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도된 `총선의석수’ 분석보고서가 박 전 대표 탈당을 가정했다는 점도 암시하는 바가 크다.

이에 따르면 박 전 대표가 당에 남을 경우 한나라당은 지역구 158석, 비례대표 27석 등 185석을 확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박 전 대표가 탈당, 이회창 전 총재의 (가)자유신당과 손잡을 땐 지역구 129석, 비례대표 18석으로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대표의 탈당가능성은 현재진행형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그가 과연 MB를 향해 비수를 꺼내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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