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을 맞았다. 6·25전쟁이 우리 국민에게 던지는 가장 큰 화두는 이 땅에 다시는 6·25와 같은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지켜내어 평화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각오를 되새기게 한다는 것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국토는 시산혈해(屍山血海, 시체가 산같이 쌓이고 피가 바다같이 흐름)가 되었고, 초토화되었다. 유엔 16개국 62만 명의 참전용사들도 이 땅에 와서 피 흘리며 죽었다. 전쟁의 폐허 위에 대한민국은 70년 동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여기에는 건국의 선각자들과 산업화 역군, 민주화 주역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다.

혈맹들이 흘린 피의 대가로 지켜낸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가 목하 위협받고 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온갖 욕설과 협박을 쏟아내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한순간에 폭파했을 뿐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다시 군사 요새화하겠다며 무력도발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전쟁 억제와 평화 유지는 힘의 우위를 가질 때만 가능하다. 전쟁은 미연에 방지해야 하지만 두려워 피하기만 해서는 자유와 평화를 지킬 수 없다. 언제 포성이 울릴지 모르는 안보위기 상황에서 여·야는 안보를 위해서는 중지(衆志)를 모아야 한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미국 탓을 하며 북한을 두둔하는 반미·종북 성향을 나타내는 자들이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야권은 정체성 논란으로 더 걱정스럽다.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안보위기 상황에 ‘보수’를 포기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한 술 더 뜨는 자가 있다.

지난 6월 17일 정병국 전 통합당 의원은 초선의원 공부모임에서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을 당에서 떼자”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그러면서 “세 분이 당의 뿌리라는데, 그들은 극과 극으로 싸웠던 사람들이다. 보수라는 가치의 혼란이 오게 된 근거다. (세 대통령의) 좋은 부분만 본받겠다는데, 국민은 이들의 부정적 측면만 바라보고 당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들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공과(功過)’가 있다. 공과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과 발전 방향 제시 없이 사진이나 내리자는 식의 제안은 포퓰리즘식 ‘정치 쇼’에 불과하다.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는 부질없는 짓이다. 이승만은 대한민국 건국의 원훈이며 공산주의와 싸워 자유민주주의를 지켰고, 박정희는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으며, 김영삼은 민주화를 통해 직선제를 쟁취했다.

이 분들의 발자취가 바로 보수의 가치인 것이다. 보수 정당에서 다선의원의 혜택을 본 정 전 의원은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라)’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4·15총선 참패 이후 미래통합당의 자기비하(自己卑下)가 도를 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103석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의석은 아니다. 1996년 제15대 총선 때 당시 김대중 총재가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는 79석을 얻었지만 이듬해 대선에서 승리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파는 더 이상 안 되며 좌파를 배워야 한다’는 발상은 지극히 패배주의적인 자세다. 미래통합당이 중도 흡수를 위해 진보의제를 선점하고 복지 분야에서 ‘좌클릭’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보수에 뿌리를 두고 해야 하며, 야당 정치인들은 보수 사회 전반에 팽배해있는 패배주의를 막아야 할 책무가 있다.

우파가 재집권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먼저 자신감을 회복하여 자기파괴를 막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보수 정치인과 보수 정당이 몰락한 적은 있지만, 보수의 가치가 몰락한 적이 없다. 앞으로 보수의 가치가 역사와 정의의 편이라는 믿음을 세워야 한다.

미래통합당은 보수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기본소득’이니 뭐니 하며 좌파 정당 정책 흉내를 내고 있다. 보수의 정체성을 버리고 ‘퍼주기’가 시대정신이라고 착각하다가는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좌파 정당을 흉내 내서는 집권할 수 없고 영원히 그들의 3중대 역할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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