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예상...사각지대 막을 아동보호 대책 필요
교사 주기적 면담 필요...체벌이 훈육이라는 인식 바껴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아이들의 신호에 응답하라' 캡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아이들의 신호에 응답하라' 캡쳐

[일요서울ㅣ광주 안애영 기자] 최근 창녕과 천안에서 잇따라 발생한 도를 넘은 아동학대 사건이 많은 국민들에게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광주에서도 의붓아버지가 숙제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초등학생 아들을 갈비뼈에 금이 가도록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자녀를 상대로 한 부모의 아동학대 수위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아동학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아동학대 사각지대를 메울 아동보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계부와 친모에 의해 2년간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당하다 지난달 29일 극적으로 탈출한 경남 창녕의 9살 소녀와 이달 초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여행용 가방 안에 7시간을 갇혀있다 사망한 천안의 9살 소년의 사건 모두 가정폭력이 의심되는 정황이 계속 있어온 것으로 드러났지만 지자체나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포착되지 않은 경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및 비대면 생활방식과 온라인수업 등으로 아동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방지할 수 있는 ‘아동학대 의심신고’ 부분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광주에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 2곳에서 올해 5월까지 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284건으로 이는 지난해 동기간 462건 보다 38.5%가 감소했다. 2018년 동기간 595건과 비교하면 무려 52.2%가 감소한 수치다.

통상적으로 국내 아동학대 신고는 겨울방학 기간인 1, 2월 줄었다가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이후 늘어나는데 이는 집에서 학대 받던 아이들이 등교 이후 교사나 친구들에 의해 피해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아동들이 집에만 있게 되니 사회에서 학대를 발견하고 신고할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들어 발견률이 낮아졌다”며 “창녕아이의 경우도 코로나로 등교가 늦어져 발견이 더디 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또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신고가 전국 평균 30%정도인데 그 중 교사들에 의한 신고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학교의 개학이 모두 이루어진 상태에서 주 환경이 집에서 학교로 옮겨지면서 학교의 선생님들에 의해 발견되어 신고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여러 정책들이 있어왔지만 아동학대는 근절되지 않고 꾸준히 늘고 있다. 작년 9월에 발간된 보건복지부의 '2018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광주지역 아동학대 피해아동 발견률은 인구 1,000명당 3.61명으로 전국 특·광역시중 가장 높다. 또, 광주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7년 1036건, 2018년 1157건, 2019년 1116건 등 최근 3년간 3309건으로 하루 평균 3건이(3.02) 발생되고 있다. 사망사고는 2017년 1건, 2019년 2건이 발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임미란 의원은 지난 18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광주시교육청에 대한 시정 질문을 통해 현재 시 교육청 아동학대 업무가 예방교육과 신고의무자 교육에 치중되어 있고 최근 5년간 아동학대 관련 예산 집행 내역은 전무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동학대 예방, 대응, 대책 수립을 위한 전담부서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신고가 학대를 예방할 해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양희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교수는 “교사와 아이들이 신뢰관계를 형성, 주기적으로 면담을 하는 것이 학대를 예방할 가장 좋은 길”이라고 말하며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현재 코로나19로 업무 과부하에 걸려 있다”며 “교육부는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교사의 업무 과부하를 해소할 방안을 함께 구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아동보호 전문기관 관계자들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훈육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 한선희 관장은 “전 세계적으로 58개국에 부모들에 의한 체벌 금지 조항이 있는데,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특히 자녀들을 훈육하는 방법으로 매나 체벌을 사용해도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매와 체벌의 강도가 세지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이 되면 그게 아동학대다. 더 이상 자녀의 훈육에 매나 체벌이 아닌, ‘긍정적인 훈육 방법’을 부모들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은 내 아이를 잘 키우려면 남의 아이도 함께 잘 키워야 된다. 그래서 아동학대가 의심되거나 발견되면 신고할 수 있도록, 연락해서 알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