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 한 달 만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인수위가 국회에 낸 정부조직개편안에 온 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에서까지 반대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고액 투자 상담’ 등 사기혐의로 검찰수사대상이 된 고종완 전 경제 2분과위원회 자문위원 사태까지 터져 바람 잘 날이 없다. 더구나 지나치게 조이고, 때리는 인수위의 ‘초강력 펀치’에 얻어맞아 정부 부처 사람들은 ‘해도 너무한다’고 아우성이다. ‘천하무적’으로 떠오른 인수위의 황당 처신을 집중 해부한다.


558명 자문위원 중 ‘진짜’극소수

자문위원 고종완씨의 검찰수사를 계기로 인수위 조직의 ‘묻지 마’ 운영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인수위원회 외곽조직격인 ‘자문위원’들이 논란의 핵심이다.

인수위원회는 184명으로 이뤄져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경숙 인수위원장을 비롯, △각 분과 간사위원과 인수위원 23명 △전문위원 71명 △실무위원 76명 △사무직원 14명이다. 실질적인 ‘인수위 인사’는 전문위원 이상을 말한다. 실무위원은 이들을 보좌하는 공무원들로 이뤄져 있다.

밤낮없이 강행군하는 인수위를 돕기 위해 ‘정원 밖’ 인사들을 초빙하는데 그게 문제의 ‘자문위원’이다. 자문위원 규모는 558명. 한마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인수위사무실에 책상을 두고 상근하는 ‘진짜’ 자문위원도 있지만 대부분은 비상근직이다. 무보수 명예직이고 회의도 없다. 말 그대로 ‘껍데기 감투’다. 그럼에도 서로 명함을 가지려 경쟁자가 넘친다.

이렇듯 특별한 임무나 권한이 없음에도 이들이 ‘자문위원’간판을 이용, 실세인 척 나서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558명에 달하는 자문위원을 모두 관리할 수 없다. 사실상 통제 불능”이라고 말했다.


술렁이는 관가

한편 인수위에 얽힌 구설수는 정부조직개편과 인력감축을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인수위가 행정자치부를 통해 보낸 공문을 꼼꼼히 살피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우린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냐”는 한숨부터 시작해 “정권을 넘겨받지도 않은 인수위가 사실상 모든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들린다.

한 부처의 국장급 인사는 “인수위가 부처 통·폐합을 발표한 뒤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도대체 몇 명의 ‘목을 베야’ 성에 찰지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인력을 대폭 줄이는 것도 모자라 생판 모르는 부서에서 일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도 동요하고 있다.

인력이 반 토막 나는 국무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순환근무제도에 따라 근무처를 돌고 있다. 하필 지금 인수위가 나서 생면부지 부처로 끌려갈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인수위의 ‘관가 군기잡기’에 일침을 가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인수위가 내건 ‘작고 효율적인 정부’ 이론을 ‘한물갔다’고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공무원 전체를 개혁의 대상, 공공의 적으로 삼아 자존심을 상하게 해선 안 된다”며 공무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인수위?

이렇듯 인수위의 입김은 막강하다. 일각에선 인수위의 활동영역이 도를 넘어선 ‘오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수위는 정권인수를 위한 시한부 기구다. 따라서 ‘인수위=새 정부’란 등식도 지나친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인수위가 비현실적 공약을 무리하게 밀어붙여선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한건주의’를 경계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의 인수위는 이런 충고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

결국 모 인수위원은 “인수위 일부 관계자는 새 정부 장관이라도 되는 듯 정책을 남발해 ‘오버액션’을 한다”고 꼬집었다. 인수위의 ‘월권’은 내부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여기에 인사 청탁을 노린 로비도 끊이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 전문위원은 매일 같이 혼자 점심약속에 불려나가 ‘손님’들을 만난다.

인수위출범 때 “될 수 있으면 밖에 나가지 말고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라”는 당선자의 지시는 깡그리 무시됐다.

또 다른 학자출신 인수위원은 자신이 출강한 대학출신 기자들만 모아 저녁식사를 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기자들에게 새 정부의 ‘특정 감투’를 쓰고 싶다는 뜻을 은연 중 흘렸다.

자리를 함께한 기자들 사이에서 그런 작태에 대한 비난이 흘러나온 것도 당연하다.


기강해이, 두고 볼 수 없다

뒤늦게 인수위는 일부 인사들의 ‘오버액션’이 불러올 ‘사고’를 막기 위해 단속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인수위 자체 감찰반을 운영하고 심사기구를 만드는 등 조직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인수위 관계자는 “최근 인수위 사무실 근처에서 한 전문위원이 술에 취해 주정을 부려 경고를 받았다. 불미스러운 행위를 막기 위해 감찰반 운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인수위 소속 인사들의 ‘황당 처신’을 근절하기 위한 자체 심사기구도 만들어졌다.

백성운 인수위 행정실장은 “인수위가 많은 주목을 받아 인수위를 사칭하거나 소속원을 비방하는 사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심사기구를 둬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보다 더 센 힘을 휘두르는 인수위가 ‘전투적 실세’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인수위 말 따라 ‘교육주’ 사면 대박?

인수위 한 마디에 주식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인수위의 잇따른 교육정책발표에 주식시장에서 교육주식 값이 무섭게 치솟았다. 코스닥시장에서 주가 30만원 선을 넘은 메가스터디, 디지털대성, YBM시사닷컴 등 교육주는 연일 상승세를 타며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인수위가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과 수능과목 축소, 초·중·고 영어수업 등의 정책을 발표하며 사교육시장의 성장세를 암시해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는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조건 투자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발표된 정책은 곧바로 기업실적으로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교육주의 상승세가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한 투자전문가는 “교육도 하나의 서비스산업이다. 종목을 고를 때 꼭 실적과 브랜드이미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위기만 믿고 덥석 투자했다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전문가도 “인수위의 교육정책은 사교육시장이 커지는 하나의 기회”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지난 성과나 시장위치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돈을 쏟아 붓는 건 자살행위”라고 지적했다.


##간사위원 300만원, 인수위원 250만원…인수위 월급봉투 엿보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직원들이 지난 22일 첫 월급을 탔다.

급여와 활동비 명목으로 월 평균 140만원 수준이다. 두 달간 활동할 이들에겐 5억3980만원의 돈주머니가 주어졌다.

인수위의 월급봉투를 들여다보면 직급별로 적잖은 금액 차이가 난다. 정부 부처에서 파견돼 월급을 따로 받는 직원들은 ‘일반 활동비’조로 급여를 받는다. 이 중 직급이 가장 높은 간사위원은 16대(250만원)보다 20% 오른 월 300만원을 받았다.

그 아래 인수위원은 250만원으로 25% 늘었다. 전문위원과 실무위원은 각 60만원과 40만원으로 지난 16대보다 10만원씩 더 받았다.

사무직원도 5만원 오른 25만원의 활동비를 챙겼다.

한편 소속기관이 없어 보수를 받지 못하는 ‘인수위’ 직원 50명에겐 ‘급여성 활동비’가 주어졌다. 전문위원 150만원, 실무위원 130만원, 사무직원은 100만원을 받았다. 이는 16대와 같은 수준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최근 5년간 물가상승률(15.4%)을 감안하면 급여 차이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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