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뉴시스]
조영남. [뉴시스]

[일요서울]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을 자신이 직접 그린 것처럼 판매한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75)씨가 의혹 제기 4년여 만에 대법원 판단을 받는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날 오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 씨와 매니저 장모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조 씨는 지난 2016년 화가 송모씨 등이 그린 그림을 넘겨받아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피해자들에게 판매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매니저 장 씨는 조 씨의 작품 제작 및 판매 등에 관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송 씨 등이 거의 완성된 그림을 넘기면 조 씨가 가벼운 덧칠만을 한 뒤 자신의 서명을 남긴 것으로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 과정에서 조 씨는 송 씨 등이 자신의 지시에 따라 밑그림을 그려준 조수에 불과할 뿐이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현대미술의 특성상 조수를 활용한 창작활동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송 씨 등은 조 씨의 창작활동을 돕는 데 그치는 조수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일부 피해자들은 조 씨가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진술한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작품의 주요 콘셉트와 소재는 조 씨가 결정했고 송 씨 등은 의뢰에 따라 조 씨의 기존 작품을 그대로 그렸다"면서 "보조자를 사용한 제작 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하는 이상, 그 방식이 적합한지의 여부나 미술계의 관행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법률적 판단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조 씨와 검찰 양측의 주장을 직접 듣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검찰은 조 씨의 조수로 알려진 송모씨가 그림에 기여한 정도를 따져보면 '조수'가 아닌 '대작 작가'로 봐야 하고, 그 존재 자체를 숨기고 그림을 판매한 행위는 사기라고 강조했다.

조 씨 측은 작품의 본질이 되는 창작적 요소를 제공한 것이 조 씨이고, 조 씨 작품을 바라보는 검찰 측 견해가 미술계의 일반적 견해와 다르다고 맞섰다.

공개변론에 직접 참석한 조 씨도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의 음악에서는 반드시 엄격한 형식과 규칙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그에 반해 미술은 놀랍게도 아무런 규칙이나 방식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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