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클린턴’정·우·택 충청북도지사

지난 1월21일 본지 왕성상 편집국장과 대담하고 있는 정우택 충북도지사(오른쪽)

충청북도는 지난 25일 오후 라마다플라자 청주호텔에서 의미 깊는 행사를 가졌다. ‘경제특별도 선포 1주년 기념식’이 그것이다. 정우택 도지사(55)를 비롯, 시장·군수·시·도의원과 시민 등이 참석한 행사에선 중·장기 발전계획인 ‘충북 아젠다 2010’을 보완 수정해 새로 만든 ‘충북 아젠다 2010플러스’ 선포식도 있었다. 2010년 충북도민 1인당 소득 3만3000달러, 수출액 150억 달러 달성이 골자다. 투자유치도 더 탄력을 받아 당초 10조원에서 16조원으로 올려 조정됐다. 그에 따른 일자리창출도 6만1000개에서 7만5000개로 는다.

충북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경제발전에 있어 소외돼 왔다. 그런 충북이 최근 ‘경제중심지’로 떠올라 눈길을 끈다. 지난해 경기도 여주와 충북 청주가 뜨겁게 싸웠던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을 낚아채면서다. 이를 계기로 20여 개월만에 14조원에 이르는 투자유치실적을 올리면서 ‘경제특별도’로 우뚝 섰다.

이런 성과 뒤엔 정 도지사의 ‘선별과 차별화 전략’이 먹혀들었다. 물론 노화욱 부도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노력과 행정시스템도 뒷받침됐다. ‘충북도 공무원들의 열정’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충북의 클린턴’으로 불리며 충북CEO로 변신한 정 도지사를 최근 도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 ‘충청북도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지리적 중심지인 충북이 기능성 중심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로 3개, 남북으로 4개 고속도로를 갖추는 등 충북은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다. 사회간접자본 부족은 성장의 걸림돌이다. 국토 중심에 있는 충북은 장벽을 느끼지 않는다. 전국 어디든 2시간 안에 닿을 수 있다. 여기에 도민이 함께 잘 살아보자는 의지가 피어난 덕택이다.

― 놀라운 기업유치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뭔가.
▲ 정치인과 행정부서 장관으로 일한 경험이 추진력을 발휘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 도지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면 공무원들은 그 임무를 완수한다’는 것이다. 목표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기도가 민선 3기 4년 동안의 실적을 넘는 기업유치목표를 잡았을 때 투자유치팀원들은 한 결 같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대로 밀어붙이자 이들은 끝내 받아들였다. 지금은 그들이 핏발이 설 정도로 적극 뛰고 있다.

― 공무원을 비롯, 모든 도민들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인가.
▲ ‘경제특별도’는 한마디로 잘 사는 충북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업의 자유스런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가장 빠른 경제발전이 이뤄지는 게 경제특별도의 핵심이다. 그 성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민선 4기 출범 뒤 14조원의 기업유치계약을 맺었다. 본격적으로 투자가 이뤄지면 충북은 작지만 잘사는 스위스처럼 될 것이다. 2010년에 주민소득을 3만3000달러로 잡았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20% 이상 높은 것이다.

― 지나친 장밋빛 청사진이 아닌가.
▲ 계량적으로 제시한 수치가 아니다. 재정경제부가 밝힌 국가장기발전계획인 ‘2030계획’에도 나와 있다. 또 2010년까지 충북의 경제비중을 전국의 4%대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 역시 간단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 있다. 지도자는 조직과 국민들에게 비전을 주고 그를 전략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또 목표를 위해 조직과 국민을 결집시키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경제특별도’란 충북의 발전전망과 이를 계량화한 ‘아젠다 2010’을 도민에게 제시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남은 숙제는 충북의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민들의 뜻을 한곳에 모으는 일이다.

― ‘기업하기 좋은 충북’이 되기 위해 한 일이 있다면.
▲ 수도권에서 충북으로 오는 기업은 최고 100억원까지, 비수도권에서 옮겨오거나 충북에 있는 기업이 재투자를 하면 최대 50억원을 지원토록 했다. 또 유치할 기업에 줄 땅 매입이나 기타 융자금 지원을 위해 200억원 정도의 기금도 만들어 놨다. 여기에 ‘기업예우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20일 이상 걸리던 여권발행기간을 충북지역 기업인은 3일 만에 발급해주고 있다. 공항 VIP룸 이용과 항공기도 앞좌석으로 배려하고 있다. 특히 예전엔 기업인들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서류를 내던 것을 이젠 ‘원스톱서비스 체제’로 바꿨다.

― 전임자였던 이원종 전 도지사도 비슷한 얘기를 한 것 같은데.
▲ 이 전 지사는 경제통이라기보다 내무통에 가깝다. 하지만 나의 정책바탕은 경제다. 공부도 경제학을 했고, 경제기획원에서 일도 해봤다. 물론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지금 광역단체장 중 ‘경제’를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 정책 중 가장 저평가 받는 게 경제다. 국민의 60% 가까이가 ‘경제정책에 실패했다’고 평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성과면에서 시·도별로 차이가 나는 것은 공무원의 정신무장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공무원의 정신무장을 어떻게 시켰나.
▲ 공무원을 변화시킨 것은 교육의 힘이었다. 내무행정에 길든 공무원들을 경제(마인드)로 무장시켰다. 이를 위해 여러 프로그램들을 개발, 교육했다. 공무원들이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게 한 원동력이 됐다. 그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얻은 전국 투자유치 1위란 성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오지의 충북도 하니까 된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전국체전에서도 11위를 했다. 역대 체전에서 거둔 최고성적이다. 10위를 목표로 했던 장애인전국체육대회에서도 6위를 했다. 자신감은 단지 경제에만 나타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공무원=기업사냥꾼’이다. 투자 1번지 충북의 ‘경제특별도 펀드’ 만들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 충북도의 기업유치 성과가 궁금하다.
▲ 지난해 13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기업 중 1조원을 투자할 수 있는 곳은 2~3개에 그친다. 많은 중견기업들을 충북이 유치했다는 얘기다. 투자기업의 90%가 잠재적 성장기반이 되는 IT(정보기술)·BT(생명공학기술)·재생산업이다. 특히 선별적으로 충북의 발전전략과 맞아떨어지는 기업만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충북의 앞날은 매우 밝고 국토중심에서 실질적인 21세기 선진국가발전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이다.

― 충북의 기업유치 성과를 두고 일각에선 수도권 규제에 따른 덕이라고 보고 있다.
▲ 그런 점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규제 때문’이라고 한다면 강하게 부정하고 싶다. 편중된 불균형 성장이 낳은 병폐가 곧 수도권문제 아닌가. 균형발전이 잠재력을 키우는 데 효율적이란 것은 재계나 학계에서 공히 인정한 사실이다. 수도권의 발전과 성장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이곳에 쏠려있는 것을 반대하는 얘기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게 위정자들이 할 일이다. 집중현상으로 나타나거나 다른 도시는 죽어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뒤 농업의 경쟁력 제고가 농도(農道)인 충북입장에서 더 시급한 게 아닌가.
▲ 물론이다. ‘경제특별도’와 같은 개념으로 충북의 또 다른 이름 ‘농업명품 도 충북’ 실현을 통해 ‘가고 싶은 농촌, 살고 싶은 농촌’을 빠른 시일 안에 만들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농업명품이란 한마디로 말해 충북산 농산물을 명품 브랜드화 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10대 프로젝트를 선정, 발표했다. 2010년까지 이 사업에 국비와 지방비 2800억원을 포함해 3938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 ‘농업명품도’ 정책목표별 세부 추진계획도 마련, 연차별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다.

― 10월 충북 오송에서 열릴 ‘바이오코리아 2008’은 어떤 행사며, 행사준비 상황과 기대효과는.
▲ 오는 10월 8일부터 사흘간 오송생명과학단지에서 열릴 바이오코리아박람회는 국내 유일의 국제수준급 바이오분야 전문박람회다. 박람회엔 국내·외 250개 기업이 참여하며 바이오관련전문가 1500여명이 참관한다. 박람회는 오송생명과학단지의 활성화와 국제경쟁력 강화란 기대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바이오산업에 대한 대외홍보 및 인식제고, 국내기술 상용화, 수출산업화 기여 등 지역은 물론 국내 바이어, 학계, 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한다. 기대해 달라.

― 올해 중점을 두고 추진할 도정방향은.
▲ 국가경제 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핵심일류기업의 지속적 유치로 떠오르는 경제특별도 건설과 가고 싶은 농촌·살고 싶은 농촌을 만들기 위한 농업명품도 건설, 경쟁력 있는 글로벌 인재육성, 교육인프라 확충을 위한 교육강도(敎育强道) 실현에 중점을 두겠다.

― 충북도 직원들에게 들은 얘긴데 작명을 잘 하는 것으로 안다.
▲ 사람 이름을 짓는 게 아니다. 도청 업무와 관련된 작명이다. ‘경제특별도’ ‘잘 사는 충북, 행복한 도민’ ‘농업명품도’ ‘복지선진도’ ‘BIG충북’ ‘가고 싶은 농촌, 살고 싶은 농촌’ 등이 그것이다. 그동안 뛰어온 일과 나아갈 방향이 이들 속에 다 들어있다.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만난 것으로 안다. 새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점은.
▲ 지방재정권 확보와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른 보완조치 등을 건의했다. 상수원 보호구역을 무조건 막는 건 문제다. 지방경제 살리기와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수도권공장 총량제의 당분간 유지 발표를 환영한다. 선 지방광역경제권 구축, 후 수도권 규제완화도 마찬가지다.

― 짬이 나면 즐기는 일과 평소 건강관리는.
▲ 바둑(아마추어 5단)을 둔다. 주 7일 중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열심히 일하고 토·일요일은 될 수 있는 대로 쉰다. 건강은 가끔 골프(핸디캡 14)를 치며 다진다.

― 음악에도 일가견 있다고 들었는데.
▲ 전 미국 대통령 클린턴처럼 기회가 있으면 색소폰을 분다. 충북을 클린턴 전 대통령이 주지사로 활동했던 미국 아칸소 주라 생각하고, 악기를 가까이 하게 됐다. 병원에서 폐활량이 뒷받침 된다고 해서 자신이 붙었다. 색소폰을 불면 문화적인 친근감이 든다.

― 어릴 때의 장래 희망과 노후의 꿈은.
▲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나이가 들어 공직을 떠나면 지식을 사회환원 하면서 국가와 소외계층에 보탬이 되는 ‘큰 일’을 하고 싶다. 국가원로그룹에 들어가서 나라 이익에 도움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그런 차원에서 재단설립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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