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사단 ‘권력 대이동’

임태희 · 이동관 · 강만수 · 강승규 · 한승수 · 정두언

2월 25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MB)의 사람들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오직 하나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바탕을 만든다는 것이다. 물줄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대선캠프에서 핵심으로 뛰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이 당선인과 청와대에 들어가 손발을 맞출 전망이다. 이 당선인 공약의 큰 부분을 맡았던 일부 브레인들은 내각에 직접 들어가 국정운영을 보좌할 것으로 전해진다.

행정권력 접수에 이어 의회권력 접수도 시도될 예정이다. MB쪽은 4월 총선에서 최대 200석, 최소한 과반수이상의 의석은 확보하겠다는 복안을 세워놓았다. 측근들 중 적잖은 수가 내부공천경쟁에 뛰어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권력의 전면으로 나서고 있는 MB 실세들을 집중 취재했다.

새 정부 출범을 준비 중인 MB의 손놀림이 빨라지고 있다. 이 당선인은 최근 각 인선작업에 속도를 내며 MB체제구축에 서두르는 모습이다.

인수위 안에선 진로를 놓고 청와대, 여의도, 내각행이 심심찮게 얘기되곤 한다.

몇몇 인사들은 당선인의 간곡한 만류로 총선출마의지를 접고 청와대 행을 택했다.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자리를 놓고선 막바지 ‘충성 경쟁’도 뜨겁다. 대통령이 인사권자인 공기업 수장 자리도 인기가 높다.

MB관계자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체제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저마다 역할을 나눠 진로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믿을 사람은 소수”

이 당선인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들 중 적잖은 수는 ‘청와대행’에 동승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가 청와대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눈빛만 봐도 의중을 알 수 있는 핵심측근들이 당선인을 따라갈 전망이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외교안보실장 자리를 합한 대통령실장은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자리다. 전무후무할 정도로 강력한 역할과 책임이 주어지므로 사실상 정권의 실세로 불릴 가능성이 높다.

당선인 쪽에서도 이 자리를 채울 사람을 놓고 오래 전부터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지지만 MB는 이에 대해 좀체 입을 열지 않았다.

MB쪽 사람들에 따르면 임태희 비서실장(51)과 유우익 서울대 교수(58)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당선인은 국무총리 등 주요 인선작업 때마다 두 사람을 불러 논의했을 만큼 믿음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현역 국회의원인 임 의원은 원만한 비서실장 역할과 정무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료출신이란 점도 장점이다.

반면 10여년 전부터 이 당선인과 알고 지내며 핵심브레인 역할을 했던 유 교수는 정책분야에서 우위지만 정치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유 교수는 대선승리 후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당선인은 어려운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그를 불러 도움말을 구했다.


‘동고동락’ 교수들

청와대 수석급 인선에서도 이명박 사람들이 대거 포진할 전망이다.

MB정부의 정책을 조정할 국정기획수석엔 정책을 총괄해온 곽승준 인수위 위원이 유력하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 등 굵직한 공약들의 근간을 세운 인물이다.

외교안보수석엔 현인택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위원이, 사회정책수석엔 김대식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위원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인재과학문화수석엔 이 당선인의 과학정책을 책임졌던 민동필 서울대 교수의 이름이 나돈다. 교수출신인 이들은 정책과 믿음이란 면에서 청와대행에 가깝다는 평이다.

정무수석엔 국민중심당을 떠난 정진석 의원과 신재민 당선인 비서실 정무기획1팀장이 후보군이다. 민정수석엔 법무부 차관 출신인 정동기 인수위 법무행정분과 간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살림을 책임질 총무비서관은 MB의 오랜 측근인 김백준 비서실 총무담당보좌역이 내정됐다. 청와대 대외창구를 책임질 대변인 자리엔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 이 대변인은 서울지역 총선출마의지가 강했지만 곁에 두려는 당선인의 뜻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종 면담만 남아”

한승수 유엔 기후변화협약 특사가 MB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사실상 내정된 가운데 후속인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3~4배수의 후보군이 검증작업을 통해 걸러져 1~2배 수로 압축됐으며 당선인과의 직접면담을 통해 거취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명단을 확정한 뒤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중 적잖은 수가 이 당선인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MB사람들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엔 MB경제공약의 근간을 만든 강만수 전 재경원 차관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그는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를 맡아왔다. 윤진식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부위원장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되는 교육과학부의 초대장관으론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학장이 유력한 가운데 이경숙 인수위원장도 발탁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문화부 장관엔 박범훈 중앙대 총장(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과 방송인 겸 탤런트 유인촌씨(중앙대 연극학과 교수),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엔 원세훈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보건복지여성부 장관 후보론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이 유력시 된다.


“최대 100석 이상 확보”

하지만 당선인 쪽은 오는 4월 총선을 겨냥, 의회권력접수에도 상당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의원 과반수 의석확보에 실패해 ‘여소야대’ 상황이 되면 대통령 임기 내내 고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당선인의 최측근 중 현역의원인 정두언·박형준·주호영 의원은 총선출마를 결심했다. 캠프 좌장이었던 이재오 의원과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 박희태 의원 등 중진의원들까지 합치면 MB진영 현역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을 압도 한다.

당선인 쪽 사람들의 권력이동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40~50대의 핵심 실세 인재들을 추가로 올봄 국회의원 총선에 내보낼 계획이다.

박영준 비서실 총괄팀장(경북 고령·성주·칠곡), 송태영 당선인 부대변인(충북 청주 흥덕) 백성운 인수위 행정실장(경기 고양 일산갑), 강승규 인수위 부대변인(서울 마포구 갑), 김영우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경기도 포천·연천), 진성호 인수위 전문위원(서울시 중랑구 갑), 권택기 당선자 정무2팀장(서울시 광진구 갑), 김용태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서울시 양천구 을), 조해진 당선인 부대변인(경남 밀양·창녕) 등이 지역출마를 준비 중이다.

정무1팀의 허용범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경북 안동에서 출마할 예정이고 은진수 법무분과 자문위원은 서울시 강동구 갑지역 출마를 최종 결정했다.

안국포럼 때부터 ‘당선인의 입’으로 활동했던 배용수 인수위 정무분과 자문위원은 서울시 강서구 갑지역에 나간다.

이들이 총선에서 큰 전과를 세울 경우 의회 내 MB그룹은 100석 안팎의 명실상부한 최대 계보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MB사단의 전진배치에 대해 “당 사람들보다는 교수출신 등 자기사람들을 중요시하므로 참여정부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분석하며 “이념성향이나 결집력에선 친노그룹에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장악력은 더 높을 것이다”고 예측했다.


#통합신당 흔들리는‘서부벨트’

수도권-충청권-호남권으로 이어지는 ‘서부벨트’는 대통합민주신당이 전통적으로 강조해왔던 요충지였다. 1997년의 DJP연합, 2002년 대선 때의 행정수도이전공약 등이 대표적이다.

손학규 대표체제가 시작됐지만 당 안팎에서 위기론이 가시지 않는 것은 충청권·호남권의 여론이 심상찮은 게 가장 큰 이유다.

통합신당 내 충청권 의원들의 경우 공천을 보장받지 못하면 이회창 전 총재의 자유신당으로 당적을 옮길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손 대표체제를 반대하거나 보수성향이 짙은 현역의원들의 선도탈당설도 나돈다. 이를 막기 위해 손 대표는 충청권의 홍재형 의원을 최고위원에 임명했다.

호남에서의 승리도 낙관할 수 없다. 오래 전부터 지역에서 터를 닦아온 민주당의 원외위원장들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염동연 의원은 얼마 전 “호남민심이 심상찮다”고 전하며 “능력 있는 사람들이 나오면 무소속이라도 찍고 싶다는 게 시중의 여론”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통합신당이) 창조적 파괴를 두려워하고 현실에 머문다면 호남권에서 멸문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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