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상임위 원 구성 관련해 면담을 마친 뒤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 2020.06.25.[뉴시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상임위 원 구성 관련해 면담을 마친 뒤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 2020.06.25.[뉴시스]

 

[일요서울] 원 구성 협상에서 '거여'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국회로 다시 복귀하면서 대여(對與) 투쟁도 2라운드로 진입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통합당 소속 의원 만장일치로 재신임을 받고 손상된 리더십을 회복했다. 그가 열흘 만에 다시 원내 지휘봉을 잡고 투쟁의 동력을 되살리고 있지만 앞으로의 투쟁은 이전처럼 가시밭길을 예고한다. 당장 민주당은 26일 본회의에서 원 구성을 마무리짓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당 안팎에선 "문재인 정권의 폭정, 집권 여당의 폭거에 맞서 싸우겠다"며 강경한 투쟁을 예고한 주 원내대표가 막상 '발목잡기'라는 여권의 비판을 피하면서도 원내에서 효과적인 대여투쟁을 전개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현재로서는 통합당이 장외투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만큼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에 제동을 걸 만한 합법적인 수단은 국정조사를 들 수 있다. 

일부 통합당 의원 사이에서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위안부 기금 유용 등 의혹,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문재인 정권 대북외교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거론하는 것도 여권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 역시 윤미향 의원 기부금 유용 의혹, 대북외교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공개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분식평화, 남북위장평화 쇼와 관련된 여러 가지 국민들의 의문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고 답변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청와대에서 성실한 답변이 없다면 국민을 대표해서 국회 차원에서라도 필요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역으로 대여 투쟁의 동력을 더 떨어뜨릴 수도 있다.
 
국회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만 서명하면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할 순 있지만, 민주당 내부 기류는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하는 분위기다. 이렇게 되면 본회의 의결은 고사하고 그 전제가 되는 조사위원회 지정부터 통합당은 벽에 부닥친다.

일각에선 실제 국정조사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여당의 실정을 부각하는 수단으로 국조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는 논리도 있지만 여론전 효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주 원내대표도 당 내에서 제기된 '한명숙 판결' 국정조사에 관해 "제가 언젠가 (언론에) 판결로 확정된 부분이고 유죄 확정 증거도 있고, 대법원 전원일치 판결도 있는데 한 전 총리가 진정 (재조사를) 원하는지 궁금하다고 한 적 있다"며 "그것과 비슷한 차원 아닌가 싶다"고 즉답을 피했다.

통합당이 법사위의 '게이트 키퍼(문지기)'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불리한 국면에서 법사위 개편도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검토 중인 국회법 개정안에는 법제사법위원회 기능을 축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권한을 폐지하고 법사위의 '법제'를 뗀 사법위로 개편하는 대신 체계·자구 심사권은 국회의장 산하 전문가로 구성된 검토기구를 두고 전담하는 식이다.

통합당도 법사위 개편에 반대하다가 찬성으로 돌아섰지만,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선출한 후부터 기류가 바뀌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강원도 고성 회동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법사위 분리안을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김 원내대표가 거부했다. 민주당이 법사위 장악을 통한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만큼 법사위원장의 '권한'을 굳이 분산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여당이 원 구성을 마치는 대로 3차 추경안 심의는 물론 공수처 후속법안,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등을 거침없이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원 구성 다음 승부처는 공수처가 될 가능성이 짙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당은 법사위 개편 문제 뿐만 아니라 법사위 안에서의 투쟁 전략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상임위 참여를 놓고 당론이 분열 직전 양상을 보였던 만큼 주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의 내재된 불만을 잠재우는 것도 숙제다.

상당수 초선 의원들과 하태경, 장제원 등 일부 중진 의원들은 상임위원장 선출에 연연하지 않고 조건없이 등원해야 한다고 공개 주장한 바 있다. 원 구성 협상에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코로나 경제 위기, 안보 위기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상임위로 복귀해 여당과 정책대결을 하자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당 내 상당수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상임위 참여를 두고 의원들 간 시각차를 보이면서 통합당이 원 구성 협상에 임하기 전 내분부터 먼저 추스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 원내대표는 일단 '국회 안'으로는 들어왔지만, 상임위원 명단은 제출하지 않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회의장에 공을 넘겼다.

민주당과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15일 일방적으로 상임위원장 6석과 상임위를 강제배정헀던 만큼 다른 상임위장 선출과 원 구성도 야당 없이 여당 단독으로 강행해보라고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는 176석의 거대 여당의 '독주'를 막을 힘도, 막을 의사도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주 원내대표가 국회 복귀 후 상임위 사보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상임위 참여 여부를 놓고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두고 의도적인 '전략적 모호성'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으로서는 추경안 처리가 시급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상임위를 풀 가동해야 하지만 주 원내대표가 상임위 복귀 시점을 늦출 경우 민주당이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26일 본회의에서 야당 없이 단독으로 상임위장 12석을 모두 선출해 원 구성을 마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으나, 박병석 국회의장도 이를 들어주기에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따른다.

만약 지난 15일에 이어 다시 한 번 '친정'의 요구대로 상임위장 선출과 상임위 강제 배정에 박 의장이 직접 나설 경우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 꽉 막힌 정국에서 여야 간의 타협을 중재해야 할 국회의장이 정파적 판단에 치우쳐 일방적 원 구성을 묵인함으로써 정국이 더 경색되는 것은 물론 국회 파행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공세를 감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정국 운영 속도전에 나선 민주당과, 야당 및 여론의 반응을 살필 수밖에 없는 박 의장 간 관계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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