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요즘이 궁금하다

김대중 · 김영삼 · 전두환

정권 격변기 때 역대 대통령들은 무엇을 하며 지낼까. 역대 대통령들은 그동안 중앙정치에서 떨어져 있어도 정치권의 시선 밖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실세(?) 중의 실세다. 신병이상설, 위중설, 비자금설 등 역대 대통령들에게 들리는 갖가지 소문들은 초미의 관심사다. 건국 이후 대통령을 지낸 사람은 모두 8명.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 대통령은 고인이 됐고 남은 전직 대통령은 4명이다. 이 가운데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해 초 미국 샌디에이고를 방문, ‘신병 이상설’에 휩싸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2006년 전립선암수술을 받은 뒤 몸의 균형감각을 잃어 건강이 악화된 상태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DJ)는 한 때 ‘뉴욕 비자금설’로 정치권을 들썩였고, 김영삼 전 대통령(YS)는 최근 차남 현철씨의 18대 국회의원 공천문제로 ‘좌불안석’이라고 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근황을 살펴본다.


“DJ-YS 뒷심은 여전하네”

전직 대통령들의 입김은 여전히 정치권에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원외로 물러난 지 상당 시간이 흘러도 정치권에선 원로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변함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DJ행보만 봐도 그렇다. 대선정국을 끝내고 총선정국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또다시 ‘훈수정치’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DJ가 총선을 앞두고 분화직전의 대통합민주신당(약칭 민주신당)을 한데 끌어 모으는 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박지원 전 장관 출마지원설

‘DJ’의 파워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민주신당 내 한 초선의원은 “DJ가 다시 총선에 입김을 불어넣는 건 동교동계의 최측근인 박지원 전 장관의 출마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전남 목포 출마를 서두르고 있다.

정치권에선 “아직도 DJ의 살아있는 정치를 보는 것 같다”는 평가를 한다. 그러나 민주신당을 떠난 이계안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선 때 DJ훈수가 당내 동력을 발휘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봤다”면서 “하지만 (DJ 입김은) 예상 외로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런 DJ가 요즘 짬이 날 경우 시간을 많이 내는 쪽은 TV보기다. 그 중 즐겨보는 프로는 ‘홈쇼핑’ 방송. 홈쇼핑을 통해 상품구매를 즐긴다는 소식이다.

또 시간이 날 때면 빼놓지 않고 보는 게 ‘다큐프로’다. DJ는 지난해 해외여행을 자주 즐겼다. 이때도 최측근인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을 위로 차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장관은 DJ의 대북송금사건에 얽혀 옥살이를 한 장본인이다. 때문에 DJ는 박 전장관이 출소한 뒤에도 동교동계 최측근으로 가까이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DJ는 오는 4월 15일 강연회 일정이 잡혀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아들 공천문제로 ‘전전긍긍’

YS는 요즘 차남 김현철씨의 공천출마문제로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YS는 지난해 초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MB)과 약 두 시간동안 독대한 뒤 MB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때부터 YS가 아들 현철씨의 총선출마를 염두에 둔 계산된 정치행보가 아니냐”고 점쳤고, 그의 행보는 맞아떨어졌다는 시각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현철씨가 경남 거제시지역 출마선언을 한 뒤 ‘공천을 받지 못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철씨의 공천여부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시점이다. YS가 모든 사정을 모를 리 없지만 현철씨가 공천받길 바라고 있는 건 사실이다”고 귀띔했다. 거제출신의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이 출마 뜻을 굳히고 공천에 힘을 쏟고 있어 현철씨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YS는 다른 전직대통령들보다 상당히 몸이 건강한 편이다. 체력단련을 위해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나 조깅을 즐긴다.

고령에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DJ, YS와 달리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건강문제로 고생하고 있다. 병원신세를 지며 몸을 추스를 정도다. 서울대병원 특실
에서 한동안 죽 조차 못 먹을 정도로 위독했다는 얘기까지 들렸다.

그는 2006년 전립선암수술을 받아 현재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그런 그가 최근엔 호흡기질환과 관련, 또다시 입원한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지병으로 다시 입원했다”면서 “병원에선 투석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몸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신병 이상설’ 깨고 건강 과시

‘신병 이상설’이 나돌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최근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팔순 회고록을 담은 출판기념회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그가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 정가엔 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신병 이상설’이 계속 나돌았다.

‘건강악화설’의 근원지는 미국 한인사회였다. 지난해 초 그가 미국 샌디에이고를 돌연 방문하자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얘기가 정치권에 흘러들었다.

미국 한인사회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그 때 “샌디에이고의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던 건 사실이다”고 확인해줬다.

그 뒤 한국으로 돌아온 전 전 대통령은 지방에서 며칠 휴식을 갖는 시간이 잦았다. 그 무렵 기자가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찾았을 때 공교롭게도 고향(경남 합천)에 며칠 동안 휴식을 취하러 내려가 만날 수 없어 이를 뒷받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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