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동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했던 존 볼턴의 회고록이 출간되면서 전세계는 물론 한국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회고록인 그 일이 일어났던 방: 백악관 회고록에서 청와대의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저자세 외교를 구체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볼턴 회고록을 바탕으로 봤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했던 한반도 운전자론이 미국과 북한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했고, 볼턴은 “(한국 관련 내용) 진실을 적은 것이라며 재반박했다. 미래통합당도 볼턴 회고록이 진실에 가깝다고 보고 국정조사를 거론하기도 했다. 볼턴 회고록에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길래 청와대 및 여야 정치권이 이러한 반응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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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남측 지역으로 건너 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사이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환담하고 있다. 2019.07.01, 뉴시스

-‘회고록두고 청와대 사실 왜곡” vs 통합당, “국정조사 검토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출간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 실현이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1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고,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상대로 종전선언을 설득했다.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던 6.30 판문점 회동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방안을 제기해 관철하는 등 적극적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 주장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은 6·30 판문점 회동에 문 대통령이 동행하는 것을 마뜩찮게 여기는 등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환영을 받지 못했다.

북미 1차회담, 정의용이 김정은에 먼저 제안

회고록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2018412일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사태의 소용돌이 와중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백악관 국가안보 사무실에서 만난 것을 회상하며 “20183월 집무실에서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자는 김 위원장의 초청장을 건넸고 트럼프 대통령은 순간적인 충동으로 이를 수용했다역설적으로 정 실장은 나중에 김 위원장에

게 먼저 그런 초대를 하라고 제안한 것은 자신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 모든 외교적 판당고(스페인의 열정적인 춤 이름)는 한국의 창조물이었다. 김정은이나 우리 쪽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보다 관련이 있었던 것이라며 내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북한 비핵화 조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근본적인 미국의 국익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것은 내 관점에서 보면 실질적인 내용이 아닌 위험한 연출이었다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다녀온 직후인 20183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뒤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정 실장에게 다가오는 4·27 남북 정상회담 대 비핵화 논의를 피할 것을 촉구했던 사실을 전하면서 평양이 서울과 일본, 미국 사이의 틈을 벌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북한이 선호하는 외교적 전략 중 하나가 한미일간 균열 심화라고 봤다.

또 같은해 5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6·12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 취소 트윗글을 올리려고 했었다고 주장했다. 김영철 당시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같은 해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려 백악관을 찾았을 때 이 친서를 차에 두고 내렸다는 비화도 공개했다.

2018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야 한다”, “그를 백악관으로 초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당신을 곧 보기를 고대한다고 적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참모들이 올린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 초안에 서명했다고 회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의 종전을 공식 선언하려 했으나 일본이 반대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대해 느꼈던 실망감과 비관적인 견해도 회고록에 적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거의 아무런 진전을 만들어낼 수 없어서 엄청나게 실망스럽다고 전화로 보고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전선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의 논의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한국전에 대한 종전선언이라며 처음 종전선언이 북한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후에 이것이 자신의 통일 어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을 만한 또 하나의 이유였다. 실질적으로 종전 아이디어는 그것이 좋게 들린다는 점을 빼고는 채택할 이유가 없었다나는 문 대통령이 이러한 나쁜 아이디어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유하는 데 대해 우려했지만 결국 그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에 대해 조현병 같은 생각(schizophrenic idea)”이라고 적었다. 그는 지난해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비핵화 문제 해결 노력을 이같은 단어로 폄훼했던 것이다.

실제 볼턴 전 보좌관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정 실장과 회동한 내용을 소개하며 문 대통령의 비핵화 접근이 조현병 환자같다고 주장했다.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해 미국과 상반된 입장을 보으나 한국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중국의 비핵화 해법인 수평적이고 동시적이라는 원칙을 지지하고 있는 게 이율배반적이라고 평가다.

트럼프, 주한미군 주둔 철수 위협 김정은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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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전 보좌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으로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50억달러를 받지 못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라고 위협했다고 증언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에 관한 회의를 진행하던 중 한미연합훈련을 지목하며 그 워게임은 큰 실수라며 우리가 (주한미군기지 지원 댓가로) 50억달러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거기서 나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훈련이 모의연습이고 자신도 훈련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정신병자와 평화를 이뤄내려고 노력 중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을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훈련을) 이틀 안에 끝내라. 하루도 연장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볼턴 전 보좌관이 같은해 7월 방위비 분담금 협상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뒤 귀국해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80억달러(일본)50억달러(한국)를 각각 얻어내는 방식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어 그것이 당신을 매우 강한 협상 지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적당한 액수라고 판단하는 만큼 지불하지 않는 나라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그의 궁극적인 위협이 한국의 경우 진짜일 것을 두려워했다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려고 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612일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을 거론하자 즉석에서 돈 낭비라며 중단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정색한 얼굴로 한미연합훈련에 지쳤다면서 훈련 범위를 축소하거나 없애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뒤 4.27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군사훈련 문제를 제기했지만 미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연합훈련이 도발적이고 시간과 돈의 낭비라고 대답한 뒤 군 장성들의 생각을 꺾겠다면서 양측이 선의로 협상하는 동안 훈련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에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게 했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환하게 미소지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회상했다.

홍준표, “트럼트와 정권 동시 몰락 예고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 부분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 문제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보이다 지난해 8월 트위터로 해고당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감정을 품고 회고록으로 복수를 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대북 정책을 주도 했고, 메모광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거짓말이나 소설로 치부하긴 어렵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출간 전 백악관으로부터 기밀 유출과 관련한 검열 절차를 거쳤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사실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정확하지 않으며 왜곡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 정상들 간의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으로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고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라며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고 윤도한 수석이 전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국정조사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기밀 누설이라며 사실상 사실을 누설한 듯한 반증의 레토릭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국정조사와 관련해 의원들 사이에 상당한 공감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박대출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볼턴 회고록과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관련 의혹을 언급하면서 덮어서는 안 되고, 덮을 수도 없는 핵폭탄급 사안들로 의혹이 눈덩이처럼 쌓였으니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정권의 대북 대국민 사기극이 볼턴의 회고록에서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북에 놀아난 트럼프와 문 정권의 동시 몰락을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국민을 속이는 정권은 반드시 징치(懲治·징계하여 다스림)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기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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