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총장이 가진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검찰을 대표하는 강골검사이자 칼잡이인 윤 총장은 보수·진보진영으로부터 각각 극찬도 받았고 버림도 받았다. 특히 진보진영에서의 이력이 더 극적이다.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 초반만 해도 보수정권에 대한 적폐수사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맹활약했다. 문재인 대통령과도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오죽하면 문 대통령이 우리 총장님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과시할 정도였다. 문 대통령의 강력한 신임에 여권 지지자들도 열성적인 응원을 보냈다. 다만 검찰총장 임명 이후 상황이 180도 역전됐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조국사태를 기점으로 양측은 완전히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 21대 총선 압승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이후 손봐야 할 대상 1순위로 윤 총장을 공공연히 거론할 정도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사상 초유의 압승을 거두면서 윤 총장이 자진사퇴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뉴시스
뉴시스

- 판도라 상자 열리나? 입에 따라 권력형 게이트 비화
윤석열 박해받을수록 정치적 위상 급등 보수 러브콜 쇄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의사 없이 버티고 추미애 법무장관은 물론 윤석열 저격수를 자처하는 민주당 의원들까지 압박에 나서면서 상황은 하루 단위로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역설적으로 윤 총장을 향한 범여권의 공세가 강화되면 될수록 정치적 주가는 상한가를 치고 있다.

특히 뚜렷한 차기주자가 없는 보수야권에서 윤 총장을 향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윤 총장은 한 때 차기주자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물론 현직 검찰총장의 정치입문과 차기 대권도전은 전례가 없는 사안이다. 윤 총장 또한 대권도전 여부에는 극구 부인하며 손사래를 쳐왔다.

문제는 윤 총장이 가진 폭발력이다. 윤 총장은 검찰수장으로 주요 사건을 지휘하면서 문재인정부 최측근 실세들의 아킬레스건을 사실상 쥐고 있는 상황이다. 조국사태,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김경수 경남지의 댓글조작 공모공 의혹,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논란 등 개개의 사안이 가진 폭발력은 엄청난 수준이다.

기 대선국면에서 윤 총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대선판이 출렁일 수도 있다. 더구나 정치는 생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윤 총장의 등판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차기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이 윤 총장의 입을 주목하는 이유다.

추미애, 노골적인 찍어내기전방위 압박

공수처 설립과 검찰개혁은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른바 속도전이다. 다만 윤 총장의 존재는 여권에 부담이다.

문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추미애 법무장관과 민주당 저격수들이 일제히 나섰다. 추미애 장관은 현직 검찰총장과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노골적 찍어내기를 시도하고 있다. 윤석열 저격수로 불리는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도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 감찰 문제가 불거진 갈등이지만 지난해 조국사태 이후 누적된 갈등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윤 총장의 침묵에도 범여권의 공세는 융단폭격 수준이다.

우선 추 장관은 윤 총장을 향해 연일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갈등이 격화되면서 문 대통령이 지난 622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의에서 상호 협력을 당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모양새다. 추 장관은 지난 624일 제57법의 날정부포상 전수식 축사에서 법의 눈높이가 국민 중심으로 가 있듯 법을 다루는 분들도 주권자인 국민들로부터 위임된 권한을 행사하는 것뿐이라면서 자기 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 기술을 벌이고 있어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불편한 심경을 여과없이 노출한 것이다. 다음날인 25일에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추 장관은 민주당 초선의원 강연에서 장관 말을 들었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새삼 지휘해서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 일해 본 법무부 장관을 본 적이 없다며 윤 총장을 사실상 불신임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윤 총장을 향한 압박이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해찬 대표가 정치적 파장을 의식해 함구령을 내렸지만 윤 총장에 대한 범여권의 거부감은 여전하다. 설훈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 “윤 총장이 정부와 적대적 관계라고까지 하기는 지나치지만 어쨌든 각을 세운 건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라면서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만큼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장모 혐의는 물론 검찰 제 식구 감싸기와 야당의 명백한 비리 사건은 수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법꾸라지를 넘어 법뱀장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야 할 수준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불어시민당 대표를 지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다시 묻는다. 윤 총장님, 이제 어찌할 것입니까?”라고 사퇴에 가세했다. 대표적인 윤석열 저격수인 김남국 의원도 법무부가 검찰이 잘못됐을 때는 감찰하고 지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윤 총장을 압박했다.

윤석열 찬반국민여론 팽팽통합당 러브콜

윤 총장의 차기대권 도전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윤 총장 본인이 정치에 나설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것은 물론 현직 검찰총장이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것도 드문 사례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 발탁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하다가 검찰총장에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범여권과 척을 지고 정치판에 뛰어들기도 쉽지 않다. 다만 윤 총장과 범여권의 갈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전혀 예상치 못한 정치적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1대 총선을 거치면서 차기주자들이 궤멸에 가까운 수준으로 몰락한 통합당이 윤 총장을 향해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황교안 전 대표는 물론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유력 차기주자들이 모두 낙선하면서 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야권의 차기 스케줄은 시계제로다. 오죽하면 외식사업가인 백종원이 거론될 정도로 참담한 수준이다.

게다가 지난 대선에 나섰던 주자들의 경우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무소속 장외주자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경우 정치적 호불호가 엇갈리는 것은 물론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보수야권의 대표 차기주자로 나서기에는 정치적 파괴력이 다소 떨어지는 상황이다.

통합당 안팎의 정치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실 윤 총장만큼 매력적인 카드도 없다. 범여권의 혹평과는 달리 윤 총장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나쁘지 않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최근 조사에서 윤 총장의 직무수행에 대한 찬반 여론은 팽팽하게 엇갈렸다. ‘잘한다는 긍정평가는 45.5%, ‘잘못한다는 부정평가는 45.6%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과 서울, 부산·울산·경남에서 상대적으로 잘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아울러지지 정당별로 살펴보면 미래통합당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긍정평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통해 보수야권의 차기 주자로 나설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다.

실제 윤 총장은 지난 1월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의 차기 대권주자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하며 여야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지지율 10.8%를 얻으면 이낙연 전 국무총리(32.2%)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여야의 유력주자들을 모두 따돌렸다. 대검은 윤석열 장을 여론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윤 총장의 정치적 위상이 공식 확인된 순간이었다. 사실상 여권의 거듭된 압박이 윤 총장을 정권 핵심부로부터 박해받는 피해자의 이미지를 만들어 정치적 위상은 더 높아지는 상황이다.

정권 아킬레스건 한손에불출마해도 파괴력 막강

물론 윤 총장은 차기 대선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그대로 여야 정치권은 윤 총장의 움직임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다. 윤 총장은 임기 절반을 채웠지만 범야권의 전방위적인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민주당 안팎의 압박 수위를 고려할 때 현 상황에서는 윤 총장이 내년 상반기까지 임기 2년을 채울 가능성이 희박하다. 본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배수진을 치고 검찰총장에서 물러날 경우 정치권이 윤 총장을 그대로 두지 않을 수 있다. 윤 총장은 정치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장 야권의 러브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징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권 도전 여부와 관련, “자기가 생각이 있으면 나오겠지라고 말했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로 새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람 중에서 나올 수는 없다면서 모두 이 사람이 나왔구나라고 할 만한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역대 정부에서 킹메이커로 활약해왔던 김종인 위원장의 정치적 내공을 고려하면 흘려듣기 힘든 대목이다. 김종인 위원장의 화두가 윤석열 총장을 지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준표 전 대표 역시 올초에 윤석열 총장과 관련, “진정 대한민국의 검사다. 해방 이후 이런 검사를 나는 본일이 없다며 극찬한 바 있다.

문제는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이후 윤 총장의 행보다. 윤 총장이 설령 차기대선에 플레이어로 나서지 않는다 해도 정치적 파괴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윤 총장이 2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면 내년 7월이다. 차기 대선으로 8개월여 남겨둔 시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약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회고록 집필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운동에 나섰던 것처럼 윤 총장이 어떤 식으로는 대선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메가톤급 폭발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현 정권 주요 실세들이 연관된 권력형 비리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합당 내부사정에 정통한 고위관계자는 현직 검찰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면서도 윤석열 총장은 현 정권 실세들의 아킬레스건을 모두 쥐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대선이 본격화하면 여권 우위의 정치지형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윤석열 총장이 지금은 손사래를 치지만 여권의 칼질에 불명예 퇴진할 경우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차기대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정치는 생물이다. 윤 총장이 본인이 원치 않더라도 야권 주변의 상황이 윤 총장을 대권주자로 밀어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준석 언론인>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