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링크’에 ‘재테크 유도’도···고수익 보려다 큰코다친다

골프장 운영자금을 횡령해 도박자금으로 쓴 20대 회계담당 직원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뉴시스]
불법 도박.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혼란스러운 틈을 노리는 사이버 도박단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서 주식‧재테크‧창업 등으로 위장하고, 심지어 ‘대통령 피습’, ‘코로나 백신 치료제개발’ 등의 내용을 담은 가짜뉴스로 시민들에게 도박사이트 접속을 유도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사이버 도박단의 실체를 추적해 봤다.

대통령 피습”, “백두산 화산폭발등 도박사이트 접속 유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오면서 일명 ‘집콕족(집에 콕 박혀 있는 사람들의 줄임말)’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감염병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사이버 도박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또 집콕족을 노리는 사이버 도박단이 활개를 치고 있어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상담 프로그램 ‘헬프라인’ 도박 상담 접수 인원이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250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162명으로, 올해 346명이 증가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10대 청소년층과 60~70대의 노년층을 제외하고는 최소 1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상담 인원이 지난해 3~5월 기준 273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380명으로 증가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측은 코로나19로 시민들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스마트폰 사용빈도가 늘면서 도박 광고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스포츠 경기가 중단됨에 따라 중독성이 더욱 강한 사이버 도박 등으로 도박 유형이 변화했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 기간 중 사설 FX 마진거래, 주식 중독 등 금융과 관련한 상담이 증가한 것도 특이점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뒤 주식 중독 상담 인원이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스마트폰‧컴퓨터 등을 접하는 시간이 늘면서 이를 노리는 사이버 도박단의 광고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이버 상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수익을 보려는 시민들도 증가하면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도 모호해지는 실정이다.

일부 SNS 댓글 창

불법으로 얼룩졌다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주식‧재테크‧투자‧고수익‧창업 등 정보를 퍼 나르는 댓글 알바인 모집 글이 허다하다. 문제는 불법 사이버 도박 댓글 알바 글이 도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주식‧재테크‧투자‧고수익‧창업 등의 키워드를 걸고 홍보하는 업체가 불법 사이버 도박 사이트인 경우도 많다. 합법적인 투자로 위장하는 것. 막상 가입해보면 ‘고수익’을 강조하면서 불법 도박을 하도록 유도한다.

불법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는 게시물‧댓글, 이러한 불법 사이트를 홍보하는 댓글 알바 모집 글, 주식‧재테크 등으로 위장한 도박 사이트 홍보글 등이 혼재되면서 일부 SNS 댓글 창은 불법으로 얼룩진 실정이다.

이런 업체들의 댓글 알바에 가담했다가 돈을 받지 못했다는 게시물‧댓글,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먹튀(거액의 돈을 벌어들이고 수익만 챙겨서 떠나는 것)해 돈을 날렸다는 피해자도 한둘이 아니다. 이러한 피해자 중에는 10대도 많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수법 갈수록 교묘

경찰 “각별히 주의해야”

사이버 도박단의 수법은 더욱 교묘해졌다.

최근 경찰은 코로나19 재테크 관련 가짜뉴스를 유통해 불특정 다수를 도박사이트로 유인한 뒤 약 26억 원 규모의 불법 이득을 챙긴 일당을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사이버안전국은 사기도박 관련 수사를 진행해 A(23)씨와 B(33)씨 2명을 사기와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C(23)씨와 D(55)씨 등 일당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가짜뉴스 등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수법으로 사기 도박 사이트 접속을 유도하고, 자금 입금 등 명목으로 62명에게 26억 원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필리핀 마닐라 등지에서 활동, 사기 도박 사이트로 연결되는 문자 메시지를 약 63만 회 발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국내 우한폐렴 급속도 확산 감염자 및 접촉자 신분정보 확인하기’, ‘코로나 확산 막을 백신 치료제 개발 마지막 테스트 중 정보 제공’ 등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 등을 담은 내용의 메시지 보냈다.

또 ‘백두산 화산폭발’, ‘미국‧이란 결국 전쟁 발발’, ‘대통령 피습’ 등 자극적인 내용의 가짜뉴스와 ‘월급쟁기 건물주 되기’ 등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내용 등의 메시지도 보냈다. 모든 메시지는 도박 사이트 접속을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위장술’로 파악됐다.

이들은 연합뉴스를 사칭한 가짜뉴스를 보내기도 했다. 일당은 문자 발송, 사이트 제작, 고객 홍보 등 임무를 나눠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1대 1 대화로 유입된 피해자들 상대로는 사이트 가입을 권유하고 도박 자금 입금, 수수료 등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100만~1000만 원 규모 자금 입금을 유도한 뒤 사이트에 도박 수익이 난 것처럼 표출, 신뢰를 쌓았다고 한다. 이후 출금 신청이 있으면 다시 수수료 명목으로 고액의 추가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30~40대 여성과 50~60대 남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주 간 9회 입금, 2억2000만 원 규모의 피해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A씨 등은 경찰에 ‘코로나 사태로 도박사이트 운영이 어려워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의 가짜뉴스 또는 고수익 투자 정보를 빙자해 불특정 다수를 유인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발송자가 확인되지 않은 문자메시지 링크를 클릭할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가짜뉴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재전송에도 유의하기를 바란다”면서 “관계기관과 협력해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더욱 엄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