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신동주 회장의 ‘이사 해임의 안’ 부결

환하게 웃고 있는 신동빈 회장. [뉴시스]
롯데가 장남 신동주 회장의 막판 뒤집기를 막아낸 신동주 롯데그룹 회장의 거침 없는 행보가 있을 전망이다. 사진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랜드마크타워에서 열린 '시그니엘 부산'의 개관식에 참석해 내외빈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 3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는 앞서 신격호 명예회장이 맡아오던 자리로 신 명예회장의 별세 후 공석을 신동빈 회장이 채우게 됐다. 이와 함께 신동빈 회장은 일본 프로야구팀 지바마린스의 구단주도 동시에 맡게 됐다. 하지만 롯데가의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동생 신동빈 회장의 해임 안을 주총에 냈고, 이를 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펼쳐졌다. 해당 안이 주총에 부결되면서 업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향후 신동빈 회장의 거침없는 행보가 예측된다.

신동빈 회장 ‘한일 롯데’ 경영 거침없는 행보 예측
신동주 회장 ‘일본 회사법’ 따라 ‘해임안’ 소송 예고

신동주 회장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 이사 해임 안이 부결됐으나, 일본회사법 854조에 따라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 유죄 판결을 선고 받았던 신동빈 회장을 염두에 두고 부적절한 인물의 이사 취임을 방지하기 위한 명목으로 이사의 결격 사유를 신설하는 정관 변경안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부결된데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신동주 회장은 이른바 ‘롯데가(假) 형제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던 2015년 7월부터 2018년까지 5차례에 걸쳐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과 자신의 이사직 복귀에 대한 안을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의 광윤사의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도 표 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이어 신동주 회장은 올 해 주총을 앞두고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아 롯데그룹의 브랜드 가치와 평판, 그리고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며 “신동빈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신격호 명예회장 유언장 공개 “후계자는 신동빈”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롯데그룹은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품에서 ‘롯데그룹의 후계자는 둘째 신동빈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자필 유언장이 공개됐다”며 “롯데그룹의 후계자를 신동빈으로 한다. 롯데그룹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이는 신 명예 회장이 2000년 3월 작성한 것으로 그간 도쿄 사무실에 보관돼 오다 코로나19 등으로 미뤄진 유품정리 과정에서 발견됐다는 설명이다. 유언장은 이달 일본 법원에서 신 명예 회장의 상속자인 네 자녀들의 대리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봉됐다. 

유언장에는 신 명예 회장이 장남인 신동주 회장에 대해서는 유산 분배와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고, 단지 연구·개발에 힘쓰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신동주 회장은 강하게 반발하며, “해당 유언장이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동주 회장 측은 “당초 롯데가 (신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없다고 발표했는데, 갑자기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발견됐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며 “해당 유언장은 신 명예회장의 날인이 없고 공증도 받지 못해 법률적 효력도 없다”고 덧붙였다. 

신동주 회장측이 유언장의 효력이 없다고 내세우는 이유는 유언장의 작성일이 훌쩍 지난 2015년 신 명예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이 해직돼 이사회 결의의 유효성을 다투는 소송 제기 등 상황이 크게 변했고, 형제의 난이 이어지던 2016년 4월 신 명예회장이 방송에서 ‘후계자는 당연히 장남이 한다’며 신동주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했던 발언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유언장 기록에 따라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창업주님의 뜻에 따라 그룹의 발전과 롯데그룹 전 직원의 내일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도 신동주 회장의 반박보다 신동빈 회장의 후계자 결정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지난 24일 진행된 일본 롯데 홀딩스의 주주총회 결정이 신동빈 회장의 지위를 굳건히 했다는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5년 동안 이어진 형 신동주의 방해  

지난 5년간 동생 신동빈 회장의 롯데 경영권 상실을 목적으로 신동주 회장이 수차례 해임안과 여론몰이 등을 진행해 왔지만 이미 승기는 신동빈 회장 측으로 기울었으며, 신동주 회장이 설 곳은 한국과 일본 어디에도 없다는 풀이가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한다는 유언장이 만일 법적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양국 롯데를 장악한 신 회장의 행보는 이제부터 본격 시작할 것”이라며 “신 회장이 지난 두 달 간 일본과 한국에서 재택근무 및 화상회의를 진행하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등 근무자들의 환경 변화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월 신 명예회장의 49제가 끝난 뒤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의 현안과 일본 롯데의 경영 상황 등을 보고 받으며 화상회의를 통해 한국의 상황도 챙겨왔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에 맞춘 포스트 코로나 상황 대비를 지시하며 임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변화도 요구했다.

신동빈 회장은 “비대면 회의나 보고가 생각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이라며 “직접 방문이 어려운 사업장의 경우 오히려 화상회의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더 자주 들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종별, 업무별로 이런 근무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향후 재택근무와 화상회의의 정기적 시행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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