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의 남한 측 자산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끝장 볼 때까지 보복” 운운했던 북한의 도발이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보류’ 지시로 일단 멈췄다. 북의 6월 도발은 김의 여동생 김여정 로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6월4일 담화로 시작되었다,

김여정은 남한 탈북단체들의 대북 전단살포를 구실로 연락사무소 폐기와 남북군사합의서 파기 등을 협박했다. 그 후 북은 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고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확성기 재설치 작업 등에 착수했다.

그러나 24일 김정은은 김여정과 군부의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했다. 20일에 걸친 저 같은 김정은 남매의 대남 군사도발 겁박은 어린아이들의 병정놀이 같았고 속이 뻔히 들여다보였다.

김정은 남매의 군사보복 겁주기 저의는 뻔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해 미국의 대북제재를 풀려는 데 있다. 김은 미국의 올 11월 대통령 선거와 한국의 4.15 총선을 이용해 대북 제재를 풀 수 있다고 착각했다.

김은 한·미 두 정상들과 회담을 열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해 주고 핵실험장 일부를 폭파해주며 두 정상들의 총선과 대선을 위해 ‘치적(治積) 선전감’을 던져주면 그 대가로 대북제재 전면 해제를 받아낼 수 있다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이 5개월로 다가섰는데도 대북제재를 풀지 않고 있다. 11월 대선에선 대북 강경론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예정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도 4.15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미국의 대북제재에 묶여 제재를 해제하지 못한다. 여기에 김은 시간에 쫓기며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김은 문재인·트럼프에 대한 인신공격과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등 ‘벼랑끝 전술‘ 카드를 꺼내들었다. 남한은 지난 날 북한의 울진·삼척 공비침투 양민학살, KAL 858기 공중폭파, 천안함 폭침 등을 겪었다. 그래서 남한은 북의 도발에 익숙해져 긴장하되 겁내지는 않는다. 주한미군이 버티고 있는 한 북의 상투적 벼랑끝 전술 협박에 무릎 꿇은 한국인은 없다.

김의 노림수는 뻔하다. 문 대통령이 북에 의해 ‘배신자’ 낙인을 면하고 싶으면 대북제재를 풀어야 하고, 트럼프도 북으로부터 ‘치적 선전감’을 계속 얻어가고 싶으면 대북제재를 해제하라는 것이다. 김의 벼랑끝 전술에 대한 대응책은 간단하다. 김의 병정놀이에 휘둘리지 말고 대북제재를 한 단계 높여 김을 더 압박하면 된다.

이 시점에서 미국의 대북 제재 의지는 확고하다. 하지만 한국의 자세가 흔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4월27일 “여건이 좋아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며 “가장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남북협력의 길을 찾아 나서겠다”고 했다.

미국의 대북제재 속에서도 대북 지원의 길을 서둘러 찾겠다는 말이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핵화는 남북협력의 전제조건이 아니다”라고 주장, 북이 비핵화를 거부해도 대북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퍼주기 타령을 복창했다.

통일부는 ‘5.24 조치’의 실효 상실을 선언했고 북한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라고 하자 북의 하명대로 굴종했다. 만약 문 정부가 김정은 남매의 병정놀이에 겁먹고 ‘5.24 조치’를 해제하는 등 굴복한다면 미국과 함께 맞서던 북핵 폐기 공동전선은 무너지고 만다. 문 정부는 3대에 걸친 김씨 왕조의 상습적 벼랑끝 전술에 휘둘리지 말고 단호히 맞서야 한다.

김정은이 대남군사행동을 ‘보류’했다고 그에 감복해서 비핵화 없이 대북 제재완화에 나선다면 북의 핵폭탄 보유를 인정해주는 결과가 된다. 핵폭탄을 손에 쥐고 날뛰는 광기서린 독재자 김정은에게 우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맡긴다는 건 자멸을 자초하는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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