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생명력, 이집트

[편집=김정아 기자/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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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프리랜서 이정석  기자] 우리는 흔히 강을 '생명의 젖줄'이라 표현한다. 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상투적인 수식어를 몸으로 체감해 본 적은 없다. 강이 없더라도 나무와 풀이 빽빽한 풍경에 익숙한 탓이다.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다 본 나일 강은 말 그대로 생명의 젖줄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북 아프리카 사막을 뚫고 굽이쳐 흐르는 초록의 생명력. 이집트 여행은 미처 체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시작됐다.

에드푸 (Edfu)
에드푸 신전 (Edfu Temple)

에드푸 신전은 기원전 237년 프톨레마이오스(Ptolemaios) 3세가 건설했다.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Horus) 신을 섬기는 신전이라 호루스 신전으로도 불린다. 실제 입구 양쪽에 2개의 대형 호루스 상이 있는데, 그 정교함과 아름다운 곡선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벽면에는 적을 무찌르는 거대한 파라오의 모습도 새겨져 있다. 전해지는 호루스의 출생과 복수극은 한 편의 드라마다. 호루스의 아버지는 오시리스(Osiris), 어머니는 이시스(Isis)인데, 권력에 눈이 먼 삼촌 세트(Seth)가 오시리스를 살해하고 만다. 이에 이시스는 세트 몰래 호루스를 출산하고 훗날 호루스가 세트에게 복수를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호루스의 상징으로 우제트(Udjet)라 불리는 눈 모양은 안전을 의미한다. 현재 이집트 항공기의 수직꼬리에도 우제트가 그려져 있다.

에드푸 신전은 룩소르의 카르나크 신전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고대 이집트 유적 가운데 가장 보존 상태가 좋아 당시의 의식과 신화, 생활상 등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23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겪은 평지풍파를 대변하듯 여기저기 훼손된 곳도 많다. 돋을새김한 벽화는 누군가 고의적으로 긁어낸 듯 여기저기 파였고, 내부 천장은 시꺼멓게 그을렸다. 고대 로마의 박해를 피해 이곳에서 살던 기독교인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건물 안에서 불을 피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 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 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콤옴보 (Kom Ombo)
콤옴보 신전 (Kom Ombo Temple)

'금으로 뒤덮인 산'이라는 뜻의 콤옴보 신전은 기원전 332년 지어졌다. 매를 상징하는 고대 이집트의 주요 신, 호루스와 함께 악어 신인 소벡(Sobek)을 위한 신전이다. 양쪽으로 난 2개의 입구를 지나면 안뜰이 나오는데, 독특한 벽화가 눈길을 끈다. 놀랍게도 농사를 짓는 데 꼭 필요한 달력이 표시돼 있다. 동그라미 안에 점이 찍힌 것은 하루(Day), 소문자 영어 n과 비슷한 건 숫자 10을 나타낸다. 비록 몇 개의 숫자에 불과하지만, 고대 상형문자를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뛴다. 또 다른 벽에는 당시 수술 장면과 도구 등을 기록한 벽화가 보인다. 당대 최고의 내과 의사이자 건축학자로 훗날 건축의 신으로 추앙받게 된 임호테프(Imhotep)의 치적 등이 기록됐다.

콤옴보 신전은 나일 강의 잦은 범람으로 크게 훼손됐지만, 지속적인 보수를 통해 복원에 성공했다. 신전 한쪽에는 신성한 우물이 있는데, 클레오파트라가 목욕한 곳으로 알려졌다.

[사진= 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 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아스완 (Aswan)
필라이 신전 (Philae Temple)

이시스(Isis) 신전으로도 불리는 필라이 신전은 ‘모든 신의 어머니’인 이시스와 ‘죽음과 부활’을 관장하는 오시리스(Osiris)를 위한 신전이다. 기원전 3세기, 프톨레마이오스가 버려진 신전을 보수하면서 그리스 로마 양식이 더해졌다. 후에 콥트교의 예배당으로 사용되며 기독교 양식까지 첨가됐다. 그래서인지 다른 신전들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얼핏 보면 고대 그리스식 사원인데, 기둥에는 이집트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고, 일부에서는 콥트교 십자가까지 보인다. 원래 이 신전은 인근의 필라이섬에 있었지만, 아스완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자 1972년부터 10년에 걸쳐 아질키아섬으로 이전했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로맨틱 사원'이라는 애칭도 갖게 됐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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