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박종진] ‘실패한 보수’를 진단하다
“청년들에게 사기 치는 정당 돼 버렸다”
“정치의 외주화는 굉장히 위험하다”

김영우 전 의원과 박종진 앵커
김영우 전 의원과 박종진 앵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에 김영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출연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미래통합당의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21대 국회가 시작된 지금 김 전 의원은 언론 등을 통해 꾸준히 당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영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23일 서울 퇴계로에 위치한 일요서울신문 스튜디오에서 박종진 앵커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 전 의원의 ‘주간 박종진’ 출연은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출연이다. 아래 내용은 ‘주간 박종진’ 31회 인터뷰 주요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일요서울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바른정당의 추억

박종진 “바보 만들었다”

 

박종진 앵커와 김영우 전 의원은 바른정당과 미래통합당 두 당에서 같이 몸 담은 바 있다. 박 앵커는 방송에서 “우리가 바른정당에서 그냥 밀고 갔어야 했다”며 보수 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자 김 전 의원은 “지금 생각하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좀 그렇긴 한데,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억이 난다. 바른정당에서 박종진 앵커를 영입 1호로 해 놓고 거의 신경 안 썼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에 박 앵커는 “바보 만들었다”라고 맞장구쳤다.

김 전 의원은 “정치권에서는 아무도 신경 안 쓴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절대 키워주는 분위기가 아니다. 근데 그걸 잘 모르더라”라며 박 앵커에게 말했다.

이어 “누워서 침 뱉기인데 (보수진영이) 누군가 키우는데 굉장히 소홀하다. 그런데 저쪽 동네 사람들 소위 진보 좌파 쪽은 20~30년 동안 계속 키운다”라며 “보좌관 했던 사람들이 다시 청와대 들어가고 청와대에서 훈련시켜 가지고 다시 기초 의회 선거나 지방 선거 때 내보내고 국회의원 만들고 그게 시스템화돼 있다. 그런데 우리는 조금 잘나가면 내리깎는다. 그런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박 앵커는 “더러운 분위기다. 잘못된 분위기다”라며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보수진영에서 선거 때마다 나오는 청년정당 슬로건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청년들을 맨날 선거 때만 되면 청년정당 만들어야 된다고 뽑아서 병풍 세우고 본인들이 원하지 않는 지역으로 그냥 보내 가지고 출마시키고 다 떨어뜨리고 선거 끝나면 또 오갈 데가 없다. 그게 반복되다 보니까 청년들에 대해서 계속 사기치는 정당이 돼 버렸다. 이런 건 앞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영우 전 의원

“정당, 선거기술자 놀이터 아냐”

 

박종진 앵커는 정당 개혁 방안을 설명하는 김 전 의원에게 당에서 할 일이 있지 않겠냐며 당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는 날 부를 일이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위원장이 선대위원장 오는 것도 반대했고 비대위원장 하는 것도 반대했다”라며 “당이라고 하는 것은 공당이다. 그런데 이쪽에서 했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든다고 저쪽으로 가 가지고 문재인 대선 후보 (대통령 만들고) 저쪽 사람들 또 국회의원들 만들고 다시 넘어와 가지고 (그러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못난 탓도 있지만 정당이라는 곳은 선거 기술자의 놀이터가 돼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그분이 능력이 있고 정책적으로 경험이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게 다다. 지금은 경험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다. 당이라는 곳은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 그런데 오자마자 보수라는 얘기 꺼내지 말라, 시비 걸지 말라, 이랬다”라며 비판했다.

이어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의논해서 힘들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답을 같이 찾아야 당의 체질이 바뀌는 거지. 내가 답이 있어. 내가 답장 가져왔어. 시비 걸지 마. 입도 뻥긋 하지 마. 이렇게 하면 그 사람이 또 나가면 당이 또 허약해지는 거다. (결국) 악순환이다.”라고 분석했다.

김 전 의원은 “절대 당의 미래에 대해서 비전에 대해서는 외주를 주면 안 된다. 정치의 외주화는 굉장히 위험하다. 이건 웰빙 정당의 전형이다”라며 “소위 부잣집 사람들 잘사는 사람들은 일이 잘 안 풀리면 ‘야 사람 불러’ 해서 해결하지 않나. 근데 또 그 문제 생기면 사람 또 불러야 한다.”라며 스스로 당을 정비하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우리가 왜 이랬지. 왜 망했지. 그것에 대해서 집요하게 토론을 하고 그 과정이 체력을 단련시키는 우리의 가치를 더 단단히 하고 우리가 변하지 않아서 민심을 담아내지 못해서 망했구나라는 걸 우리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 하는데 너무 급했다. 4.15 총선 지나고 나서 비대위 체제 구성하는 것부터 해서 덜컹 외주를 주지 않았나”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런데 정치 컨설턴트 기술자들은 선거 기술은 있다. 아마 포퓰리즘 경쟁으로 갈 거다. 포퓰리즘 경쟁을 해서 정권을 가져온들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겠나”라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어둡게 봤다.

김 전 의원의 말을 듣던 박 앵커는 “엉망이 되는 거다”라며 호응했다.

김 전 의원은 “정당의 목표는 정권 획득이지만 그 권력을 가지고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느냐에 대한 밑그림을 굉장히 신중하게 그려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표퓰리즘 경쟁을 하고 이렇게 가면 권력을 잡은들 또 탄핵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우리가 저변을 확대해야 되고 우리 정당의 근육을 단련시켜야 우리가 오래 걷고 오래 뛴다”라고 말했다.

박 앵커는 “어느 한순간에 다 무너져 버린 듯한 느낌”이라고 감정을 설명했다.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동상 [뉴시스]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동상 [뉴시스]

 

“보수에 매력 있는 인물 없다”

“잘 안 만들어졌다”

 

김 전 의원은 진보진영과의 비교를 통해 보수진영이 그동안 너무 안이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의원은 “소위 진보 좌파 진영은 한 30년 이상 이런 작업을 해 왔다”라며 “예전에 이탈리라 공산당 이론가인 그람시의 진지전 이야기 하지 않았냐. 우리사회 각 분야에서 후진도 양성하고 그쪽 가치관 주입을 위해서 30년 이상 전교조에서도 했고 학생운동 쪽에서도 했고 노동계에서도 했고 문화예술계에서도 했고 그 결과가 오늘날의 인프라 이걸 다 깔아 놓은 거다. 완전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럼 보수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저 사람들이 했던 것처럼 30~40년 걸려 진지전을 시작할 것이냐. 그것도 필요하다. 아니면 기동전이 필요할 것이냐. 기동전이라 하면 단기전이다. 단기전으로 하려면 좀 괜찮은 대선후보 중심으로 해서 당장 내후년 대선을 어떻게 이길 것이냐에 총력을 모아야 하느냐. 여러 가지 작전상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우리는 저쪽 사람들에 비하면 순진했다. 그 정도로 노력을 안했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앵커도 “안이했다”라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힘들다고 보는 거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의원은 “이런 추세로 가면 쉽지 않다고 본다. 이런 말 하면 화 낼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보수 쪽에도 노무현 같은 스타일의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여러 정책적인 면에는 반대를 하지만 그 사람이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고 부산에서 야당으로 출마하고 그런 일을 많이 했다. 5공 청문회 때도 열심히 했다. 나름대로 한 우물을 팠다”라며 “누가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장담했나. 상상을 못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볼 때는 그런 사람이 매력이 있었다. 감동을 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우리가 볼 때 (보수진영에는) 매력이 있는 인물이 없고 잘 안 만들어졌다. 그런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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