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머리 ‘구둣발’로 잔혹하게 가격···유단자들의 만행

폭행. [그래픽=뉴시스]
폭행.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20대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태권도 전공 체육대생 3명에게 최근 1심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에서 이들은 의식도 없는 피해자의 머리를 축구공을 차듯이 잔혹하게 가격했던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폭행 후 의식 없는 피해자 그대로 방치···택시에선 재연 동작까지?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상구)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21), 이모(21), 오모(21)씨에게 각각 징역 9년을 지난달 25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다. 법체계가 보호하고자 하는 최고의 법익”이라며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은 지난 1월1일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20대 A씨를 폭행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에 따르면 김 씨는 피해자 A씨의 머리를 축구공을 차듯이 가격했다. 김 씨는 사건 당일 구두를 신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태권도 시합 중에 보호장구를 착용한 선수도 머리 부분을 가격 당하면 기절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면서 “가죽 구두를 신은 상태에서 아무런 보호장구도 하지 않은 A씨의 머리를 발로 가격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A씨를 한 상가 안 복도로 끌고 온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오 씨는 “CCTV 없지?”라고 말한 뒤 A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폭행 후 A씨가 복도에 쓰러져 있음에도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편의점 인근에 모여 자신들의 폭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 씨와 이 씨는 함께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택시 안에서 이 씨는 폭행 재연 동작까지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여자친구에게

‘같이 놀자’며 접근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끝내 사망했다. 재판부는 김 씨 등이 A씨를 방치한 것을 두고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A씨와 시비가 붙은 원인에 대해서는 일당이 자초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김 씨 등은 클럽 내에서 춤을 추던 중 A씨의 여자친구에게 ‘같이 놀자’며 팔목을 잡아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로 시비가 붙은 것이다. 이후 A씨는 일당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

그럼에도 이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은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 씨의 주장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씨가 택시 안에서 자신의 폭행 부분에 대해 재연 동작까지 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만 23세의 젊은 나이로 한창 미래를 향한 꿈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던 한 청년이 세상에 그 뜻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갑작스럽게 고통을 받으며 삶을 마감했다”면서 “유족들은 강력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계획적으로 A씨를 살해하려 하거나 적극적으로 살해를 의도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다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비 끝에 순간적으로 격분해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당 중 한 명

항소장 제출

김 씨 일당 중 한 명은 지난 1일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장을 제출한 이 씨는 사건 당시 처음 시비를 촉발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도 전날 항소했다.

법원에 따르면 1심에서 살인 혐의 유죄가 인정되며 징역 9년을 선고받은 이 씨 측이 1일 서울동부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씨는 사건 당시 A씨의 여자친구에게 접근해 싸움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장본인이다.

검찰은 전날인 지난달 30일 항소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일당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들은 모두 태권도 4단의 유단자로 전국대회에서 우승하고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나간 경험이 있다”며 “피고인들은 태권도 시합 때 머리보호구를 써도 발차기를 당할 경우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 보호장구 없는 피해자의 급소가 집중된 머리와 상체 부위에 발차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에겐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인다”면서 “이들의 행위로 인해 민족무술인 태권도를 하는 태권도인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20대 초반이던 피해자는 살아갈 날이 많았지만 사망으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공판에는 피해자 아버지가 진술권을 얻어 눈물로 피고인들의 엄벌을 호소하기도 했다.

A씨의 아버지는 “사건이 있고 집사람은 먹고 자지도 못하고 고3이 된 딸은 공부도 할 수 없다. 저도 회사 일을 못해서 그만뒀다”면서 “병상에 계신 어머니와 혼자 계신 장모님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왜 올해 설에는 우리 아이가 안 보이냐고 말하시더라. 아흔이 넘은 우리 아버지는 먼저 간 손주 생각에 매일 울기만 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 변호사 한 명이 ‘얼굴에 멍만 조금 있는데 그게 어떻게 살인이냐’고 하더라. 무차별한 집단 구타로 피가 벽에 튀고 바닥에 흥건했다고 들었다”면서 “옆구리와 안면을 골절시키고 쓰러진 사람의 머리를 구둣발로 축구공 차듯이 해 끝내 숨통을 끊었는데 이게 살인이 아니면 뭐냐”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들은 아직까지 우리에게 단 한 번도 사죄를 하지 않았다. 사고가 있자마자 바로 변호사를 선임해 자기 방어에만 급급했다”면서 “저들은 악마다. 죽어도 용서할 수 없다. 법의 지엄함을 보여주셔서 원통한 우리 아이 원혼을 달래 달라”고 호소했다.

결심공판이 끝나고 난 뒤 법정 밖에서는 피고인 부모 중 한 명이 A씨의 부모에게 다가가 “죄송하다”며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놀란 A씨 어머니는 주저앉으며 운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아버지는 “지금 6개월 만에 이러는거냐”고 소리쳤다고 한다.

김 씨 일당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태권도를 배운 유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대회 우승 경력까지도 있는 ‘무도인’이라는 점 때문에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태권도를 ‘심신의 단련을 통해 인간다운 길을 걷도록 하는 무도이자 스포츠’라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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