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목 편집위원
김현목 편집위원

국회는 임기 개시 달포가 넘도록 개점휴업 상태였다. 새 간판은 내걸었지만 공전이 지속됐다. 3차 추경예산, 공수처 후속입법 등 갈길은 급한데 여야의 행태는 느림보였다. 지루한 원 구성 협상 결렬로 급기야 여당은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하기로 결정했다. 역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말았다. 수십 년 만의 보기 드문 형국이다. 여당은 무한책임도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야당은 떼쓰기로 일관하다가 더 복잡해졌다. 날 선 책임 공방이 지속되지만 평가는 국민들 몫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5일 공수처법 시행을 앞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공수처장 후보자추천과 함께 공수처 관련 후속법안 처리도 시급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국회의장에게 보냈다고 알려졌다. 사실상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속도를 내 달라는 요구다. 국회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2명의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 중 한 명을 공수처장으로 지명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구성 자체가 난항이 예상된다. 후보추천위는 7명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장관 등 3명의 당연직 이외에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이 합류해야 한다. 따라서 야당이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위원회 구성부터 제동이 걸린다. 야당의 행태에 따라서는 공수처장의 임명은커녕 후보자 추천조차 못할 판이다. 이에 공수처장 임명과 후속법안 처리를 강행할지 예측이 어렵다. 기대했던 공수처 발족이 차질을 빚을 상황이다. 매우 우려스럽다. 

공수처 운영을 두고는 여야의 속셈이 다른 느낌이다.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여당에선 과거 정치적 사건들이 부각되고 있다. 야당은 공수처가 휘두를 칼날의 향방을 우려하는 듯하다. 검찰개혁과 권력형 비리사건 등에 대한 성역 없는 조사라는 대의명분으로 통과된 공수처법이지만 시행을 앞두고 속셈이 복잡한 듯하다. 당초 도입 취지와 목적을 잃어버리면 자칫 정치적 공방의 장이 될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 명분이 차고도 넘치는 공수처 발족은 늦출 수 없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말이 있다. ‘양(羊)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라는 뜻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한다면 불신을 자초하게 마련이다. 여야가 서로 개혁을 주창하지만 국민 눈엔 못마땅스럽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정치를 해야 한다. 표만 의식해 눈속임 정치를 해선 안된다. 약속대로 시대적 요구인 검찰개혁과 공수처 발족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 최우선으로 공수처가 발족될 수 있도록 당장 후속조치들이 절실하다.

공수처 발족에 애를 태우는 상황에서 여야는 물론 법무부와 검찰마저 티격태격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장관은 말폭탄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검찰총장을 향해 “지시를 잘라먹고” “지휘랍시고” 등 거친 말을 쏟아 냈다. 공개적으로 대놓고 압박했다. 투박스러웠다는 평이다. 대통령이 서로 협력해 개혁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한 지 며칠 만이다. 일부 여당 내부는 물론 정의당조차 “표현이 저급하며 신중치 못하다.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경험 많은 장수답게 개혁은 노련하게 추진해야 한다. 혹여나 두 기관장이 자기 정치 하려는 식으로 여론을 의식하는 대응은 안 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검찰개혁을 두고 두 기관 간의 갈등은 예견되었다.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모습이다. 소통과 통솔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후보자로 추천될 때까지 기대가 컸었다. 당시 국회에 제출됐던 인사청문요청 사유서에는 “검찰총장으로서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검찰제도 개혁을 이뤄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적임자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따라서 이에 걸맞도록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추락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검찰 개혁은 최우선 개혁과제 중 하나다. 철옹성을 지키려는 검찰의 변화가 시급하다. 여기에 국회는 국민적, 시대적 요구인 공수처 발족과 검찰개혁 관련 후속입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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