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발(發) 직권 남용 ‘논란’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공정성’ 논란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특정 방심위원을 ‘공정성’을 빌미로 삼아 ‘해촉’을 강행하면서 ‘공정성’ 논란은 더욱 불거지는 모양새다. 방심위의 존재 의미가 ‘공정성’에 있는 만큼, 공정성 논란은 방심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취임사 발언까지 재조명되면서 “친문무죄(親文無罪), 반문유죄(反文有罪)”라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이 ‘방심위원 해촉 사건’을 파헤쳤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전광삼 전 위원 “친문무죄(親文無罪), 반문유죄(反文有罪)”

전광삼(53)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달 25일 해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방심위 건의에 따라 해촉을 결정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미래통합당 추천 위원 2인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심의위원(정부·여당 추천 강상현 위원장과 허미숙 부위원장, 강진숙·김재영·심영섭·이소영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이 전 상임위원에 대한 해촉 건의안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로 결정했고, 그 다음 날 기어코 ‘전광삼 상임위원 해촉 건의안’을 강행 처리했다. 바로 ‘정치적 중립 위반’ 여부가 해촉 사유로 작용한 것.

‘전광삼 방심위원 해촉 사태’는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상임위원이 당시 미래통합당에 비공개 공천을 신청·철회한 것을 두고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비판이 정부여권 일각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5월11일 법제처 관계자가 내놓은 “정치 활동 관여에 해당한다”라는 해석이 등장하자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활용됐다. 특히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불과 3일 만에 논평을 내고 “방심위원들은 위법행위로 방심위 명예와 중립성을 훼손한 전광삼 위원에 대해 ‘해촉’을 결의해 청와대에 요청하기 바란다. 이번 사안은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신속히 전광삼 방심위원을 해촉하라”고 강변하기까지 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일까.

미래통합당은 지난달 25일 성명서를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무슨 권한으로 ‘해촉 건의안’을 의결했는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방통위법)’에 해촉 건의 권한은 없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즉, 방심위가 저지른 ‘해촉 건의’는 직무범위를 벗어났다는 주장이다. 방심위의 ‘직권 남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미래통합당은 이어 “방송통신위원회는 인사혁신처로 보낸 ‘전광삼 상임위원 해촉 건의안’을 철회하고, 방심위가 ‘해촉 건의’ 권한이 있는지부터 검토하라”며 “떳떳하다면 강행처리 당시 회의록을 숨기지 말고 즉각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일요서울은 지난 1일 ‘해촉’된 전광삼 방심위 상임위원과의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내용 일부를 공개한다.
 

전광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뉴시스]
전광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뉴시스]

 

전광삼 위원 “조건부 면직 황운하? 파면됐어야”


-방심위원 해촉이 됐는데,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저를 방심위원에서 해촉했다. 우선, 방통위법에 따르면 법적인 결격사유가 없을 시 위촉해야 하므로 때문에 거부권이 없다. 그런데, 정부·여당 측에서는 저를 해촉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난 2월, 미래통합당에 비공개 공천 신청에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직선거법 53조의 공직제한 규정에 해당되느냐’고 물었다. 중앙선관위는 “직을 유지하면서 입후보해도 될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이를 해석하면 선거법에서 저는 공직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즉, 공직제한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법제처 해석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당시 법제처는 ‘해촉 사유에 해당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법령 위반 여부만 판별할 뿐, 해촉 사유 판단은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더니 극히 2달 만에 갑자기 “정치활동 금지조항을 위반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근거는 바로 ‘(비공개)공천을 신청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 그런데, ‘정치활동 근거 규정’은 방통위법을 비롯해 공무원법에도 없다. 정치활동을 규정한 것은 오로지 국가정보원법에서도 9조2항2에만 해당된다. 해당 법조항에 따르면 ‘그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해 지지·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 목적으로 이를 유포하는 행위’라고 적시돼 있다. 저는 직위를 이용해 공개적으로 정치적 의사 표시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비공개였고 철회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방심위의 ‘방심위 상임위원 해촉 건의’ 과정이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가.
▲‘직권 남용’이다. 방심위는 앞서 언급한 내용을 근거로 ‘해촉 건의안’을 의결했다. 처음에는 ‘해촉 여부 검토 건의안’이었는데, 2주 만에 ‘해촉 건의안’으로 바뀐다. ‘반드시 해촉시키고 말겠다’는 의지와 의도가 다분하다. 방통위법 제21조(심의위원회의 직무)에 따르면 심의위원회의 직무는 8가지를 명시했다. 문제는 명시된 8가지 직무 가운데 ‘방심위원 해촉 건의’ 등과 관련한 조항은 없다. 특정 직무에 대한 의결권을 갖고 있지만, 의결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을 의결한다는 것은 명백한 직권 남용이다. ‘불법 행위’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 같은 ‘불법적 건의’를 토대로 해촉을 강행했다.

-이번 사태가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가. 향후 대응 계획은 있는가.
▲전혀 공정하지 않다. ‘친문무죄(親文無罪), 반문유죄(反文有罪)’다. 반드시 따져봐야 할 문제다. 저의 경우, 방통위법과 공직선거법의 마찰 문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황운하 의원은 어떤가. 현직 경찰이면서 현직 국회의원이지 않은가. 게다가 당시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관련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그러다 출마하면서 당선이 됐고, 정부는 황 당선인에 대해 ‘조건부 면직’ 처리를 하지 않았나. 저와 동일한 사안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사안의 정도를 고려하면 ‘파면’됐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게 대통령이 말한 ‘공정’인가. 법조인까지 하신 분이 이런 것을 공정으로 배우셨는지는 모르겠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 모습. [뉴시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 모습. [뉴시스]

 


전 위원 앞서 강규형 前 KBS 이사 해임…法 “재량권 남용”

이번 사건의 핵심은 ‘방심위원의 ‘해촉 건의 여부’가 ‘직권 남용 여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야당 추천 위원이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쟁점이 됐다. 그렇다면 유사 사례는 없었을까.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야당 추천 위원이었던 강규형 前 KBS 이사에 대해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 등을 이유로 들어 해임 건의를 의결한 바 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추가 8명도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 이력이 있었는데, 지난 2017년 12월 방통위가 제출한 ‘해임 의결안’을 문 대통령이 하루 만에 재가하면서 강 전 이사는 속히 짐을 싸야 했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김국현)는 “KBS 이사 해임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강규형 前 KBS 이사가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번 처분(해임)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지적과 함께 강 전 이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강 전 이사가 업무추진비 일부를 부당 집행했다는 등 이유만으로 임기 만료 전 해임될 정도로 이사 적격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강 전 이사의 부당 집행 액수가 해임되지 않은 다른 이사들에 비해 현저히 크다고 보기 어렵고, 강 전 이사는 부당 집행액을 모두 반환했다. 또한 KBS에서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을 이유로 징계한 사례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강 전 이사는 지난 2일 일요서울에 “문 대통령 측이 항소를 했다”고 전했다. 강 전 이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측 변호인은 현재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광범 변호사다.

한편, 현재 미래통합당 측에서는 ‘전광삼 방심위원 해촉’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핵심 관계자는 지난 1일 일요서울에 “방심위의 ‘해촉 건의안 사태’에 대해 ‘직권 남용’ 등과 관련한 당 차원의 법률 대응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과연 ‘전광삼 방심위원 해촉 건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뉴시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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