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장관이 또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하는 22번째 부동산 대책이라고 한다. 네이버 부동산 카페에서 하는 말이다. 부동산 대책이 몇 번째인지 대책을 발표하는 장관도 모를 일인데, 부동산 카페 회원들은 그 횟수를 세고 있었나 보다. 횟수만 세는 게 아니라 부동산 대책을 분석하고 회피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부동산 대책이 몇 번째냐를 두고 거짓말 논쟁도 일어났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국회 예결위에 출석한 국토부 장관에게 22번째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고 질의하자 “네 번째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팩트를 체크해 보니 장관이 직접 발표한 것은 4차례가 맞다. 하지만, 국민들은 22번쯤, 그 이상 발표한 것으로 느끼니 문제다.

“나라에서 정책을 만들면 백성들은 대책을 세운다.(上有政策 下有對策)”라는 말이 있다. 중국 속담인데, 중국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부동산 대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끊임없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투기를 하지 말라고 하지만, 내 집을 향한 국민들의 욕망은 식을 줄 모른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가 문제라고 봐서 대책을 발표했는데, 국민들이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보다 정책의 빈틈을 찾아 나선다면 정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낸다. 적어도 부동산 대책에 있어서는 “너는 짖어라, 나는 살란다” 수준으로 정부가 신뢰를 상실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국토부 장관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기는 어렵다. 한국 경제 현실에서 집값을 떨어뜨리는 대책이란 게 있을 수 없다. 유사 이래 대한민국 집값이 떨어진 적이 없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도 집값 하락은 부동산 경기 침체를 이끌고, 부동산 경기침체는 국가 경제를 나락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 중인 국토부 장관이 무슨 죄가 있겠나.

잡을 수도 없고, 잡아서도 안 되는 집값을 잡겠다는 국토부 장관보다는 2주택자 한 채는 팔라는데 안 파는 이 정부 고위공직자들이 더 책임이 크다. 청와대 비서실장이란 사람은 2주택 이상 보유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은 한 채를 처분하라고 해 놓고 본인부터 안 팔고 있었다. 금융위원장이란 사람은 값을 올려 매물을 내놔 아예 안 팔리는 처지라고 한다.

이 외에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다주택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 寧有種乎)라고 사람이 귀하게 되는 데 차별이 있을 수 없는 시대에 부동산 투자에만 유독 신분과 자격이 필요하다는 것일까? 정책 실패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신뢰의 상실은 뼈 아프다. 이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다시 신뢰를 얻는 길은 멀고 험하지만 방법은 있다. 우선 2주택자들부터 자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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