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점수 조작 의혹… 계속 이어진 ‘부정 채용’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임원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 면접 점수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임원 A씨는 면접 채점표를 바꿔치기하면서 예비후보였던 특정인을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특정인 합격으로 인해 원래 합격자에 포함됐어야 할 응시자는 탈락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조사 결과 후 입장을 밝히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수정된 채점표 발견… 점수 조작으로 합격자 뒤바뀌어

지원자, A씨 관계에 “아는 사이 아니다” 석연치 않은 해명

2019년 중기중앙회 정규직 신입 채용 과정에서 임원 A씨가 면접 채점표를 수정한 것이 알려졌다. 중기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3개 산하기관 및 유관단체에 대한 채용비리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018년 말 중기중앙회 채용 면접관으로 참여한 A씨가 작성한 채점표 외에 수정된 채점표가 발견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채점표에는 한 지원자의 점수만 다른 채점표에 있는 점수보다 깎여 있었다. 이 지원자의 점수가 깎이면서 합격자에 포함됐어야 할 지원자가 탈락했고 탈락자에 속했던 예비후보 지원자는 합격했다.

지난 3월 중기부는 국민권익위원회와 추가조사를 진행한 뒤 지난달 11일 경찰에 A씨의 수사를 의뢰했다. 특히 채용비리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계좌 추적이나 통신 조회 등이 필요하지만, 중기중앙회는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중기부가 조사 또는 감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중기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부정 청탁 여부 등 구체적인 사건 고의성 등에 대해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는 사이 아니다”
지원자, A씨 관계 의혹 부인

중기중앙회는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따로 입장을 밝히기에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중기중앙회는 채용비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행정적 실수’라는 입장이다. 해당 임원이 채점표를 두 차례에 옮겨 적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라는 것이다. 관계자는 “(저희는) 그렇게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수사를 통해 확인을 하고 있는 과정이다 보니…”라고 말을 아꼈다. 특히 면접 특혜를 받았던 지원자와 A씨와의 관계에 대해 의혹이 있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들었다”라고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모르는 사이라면 이 같은 특혜를 주기에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관계자는 “아는 사이든, 부정청탁이 있었든 (그 부분은) 수사를 통해 밝혀지기 때문에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사 담당 직원은 업무 배제
A씨는 여전히 근무

A씨는 아직 중기중앙회에서 근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적 부분이 추후에 밝혀진다면 인사 조치나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중기중앙회에서 근무 중인 A씨와 달리 인사를 담당했던 직원은 업무가 배제됐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중기부가 요청했기 때문에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중앙회 임원 출신이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기중앙회 출신인 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는 중기중앙회 임원 자녀 10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지난달 9일 징역 8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재판부는 “강 전 대표가 소위 연줄로써 채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인식을 높여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강 전 대표는 중기중앙회 노조위원장을 역임했고 중앙회장 비서실장을 비롯해 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의 실세로 군림했었다.

중기중앙회 수장인 김기문 회장에 대한 잡음도 끊이질 않고 있다. 홈앤쇼핑의 대주주는 중기중앙회로, 2012년 개국 당시에도 김 회장이 홈앤쇼핑 대표이사로 지내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지난 2015년에는 김 회장이 경영 중인 로만손(현 제이에스티나)에 홈앤쇼핑이 차움병원 고급 회원권을 넘긴 사실이 2018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났으며, 김 회장이 홈앤쇼핑 대표이사를 겸직할 당시 3년간 26억7000만 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으면서 고액 급여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