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에 민감한 ‘육아맘’ 공분...“안전성 의심되는 와중에 2+2행사까지”

[몽디에스 홈페이지]
[몽디에스 홈페이지]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최근 영‧유아 화장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저마다의 기준에 맞는 제품들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육아용품에 대한 시장 수요가 증가한 만큼 각 기업들도 안전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내세워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하기 위한 연구‧노력에 집중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모호한 일부 기업들의 광고‧홍보로 소비자의 구매 판단을 흐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영‧유아 및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에 따른 우려와 함께 문제 기업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EWG ‘5등급’ 스페인감초뿌리추출물, 사측 ‘1등급’으로...“허위 정보” 비판 
- 몽디에스 “5월15일 갑작스런 데이터 변경...내부 논의 단계‧리뉴얼 준비 중”



최근 영‧유아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아이들 전용 화장품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안전성 최우선 원칙’을 내세운 아이들 전용 브랜드 상품을 다수 출시하고 있다. 기존 대기업 브랜드 중심이던 영유아 화장품 시장의 판도에도 큰 변화가 생긴 모양새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도 니즈에 따른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상품 선택에 한정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아이들 저마다의 피부‧건강 상태에 따른 제품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기업들도 이 같은 시장 반응에 보습 등 기초 케어 제품에 국한하지 않고 선케어, 색조 등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신생아를 포함한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은 SNS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커뮤니티, 이른바 맘카페만 보더라도 특정 상품에 대한 상세 사용 후기는 물론, 화장품 성분에 대한 꼼꼼한 분석에 대한 열띤 토론도 이어진다. 이런 소비 풍토를 반영해 개발된 성분 분석‧비교 사이트‧앱도 다수 나왔다.

“허위 정보는 소비자 기만”
정확한 정보 얻을 곳 없어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일부 기업들의 모호한 광고로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신을 18개월 된 아들을 둔 엄마라고 밝힌 A씨는 최근 한 아기용품 브랜드가 구성 성분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판매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브랜드는 패밀리케어 브랜드 몽디에스. 이 브랜드는 지난해 유명 화장품 판매 리뷰 사이트에서 카테고리별 랭킹 순위 중 ‘베이비&임산부 랭킹’ 3위에 올랐던 바 있다. 이미 ‘맘’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난 브랜드인 만큼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포함해 유명 쇼핑 채널에 유통되고 있다.

A씨는 이런 몽디에스가 소비자를 상대로 ‘성분 장난’을 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몽디에스 상품 중 ‘엑설런트 아토로션’을 구매하려고 성분을 봤는데, 홈페이지에는 1등급이라고 표기된 성분이 화장품 판매 리뷰 사이트인 ‘화해’에서는 ‘5등급’으로 표기돼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리뷰 사이트에 적힌 정보가 잘못된 것일 수 있어 재차 찾아봤음에도 불구하고 5등급 성분이 맞아 당황스러웠다고 설명했다.

EWG는 '스페인 감초 뿌리 추출물 Glycyrrhiza Glabra (Licorice) Root Extract'을 5등급으로 안내하고 있다. [EWG 홈페이지]


A씨가 지목한 원료 성분은 ‘스페인감초뿌리추출물;감초추출물’로 영문명은 ‘Glycyrrhiza Glabra (Licorice) Root Extract’이다. 스페인감초뿌리추출물은 스페인감초의 뿌리에서 추출한 것으로, 대한화장품협회의 성분사전에 따르면 산화방지제와 피부컨디셔닝제(보습제), 피부컨디셔닝제(기타) 등의 배합 목적으로 사용된다. A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성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식으로 허위정보를 올려두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아니냐”며 “이런 상황에서도 2+2 행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신생아 3개월 아이를 둔 B씨도 “전문가가 아닌 이상 상품 설명에 포함된 정보나 등급을 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는데, 무조건 1등급이라고 내세우면 선택할 때 판단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며 “해당 제품을 구매하려던 중 A씨의 게시글을 발견해 유해성 검색을 하려고 했지만 온라인상의 정보가 제각각으로 명확히 알 수 없어 또 한 번 적잖은 허탈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EWG, ‘5등급’으로 변경
사측 “논의‧리뉴얼 준비중”


현재 몽디에스 측은 EWG 그린등급을 기준으로 각 상품의 원료 등급을 공개하고 있다. EWG는 미국 비영리 환경연구단체로, 원료 및 성분에 대한 유해성 정도를 그린등급 형태로 책정하고 있다. 이에 본지가 EWG를 통해 스페인감초뿌리추출물의 성분 등급을 확인한 결과, 해당 원료는 사측이 홈페이지와 광고 등에 표기한 1등급이 아닌 ‘5등급’으로 확인됐다. A씨의 주장대로 사측이 정확한 등급 정보를 기재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몽디에스 측은 해당 내용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해당 성분 함량이 극히 낮은 만큼 위험 여지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몽디에스 관계자는 “스페인감초뿌리추출물에 대한 EWG 그린등급이 지난 5월15일경 기준 5등급으로 바뀌게 됐다는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데이터 변경으로 이에 대해 현재 내부 논의 중에 있으며 리뉴얼을 준비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자체 연구소 쪽에 확인해 본 결과 원료 테스트 과정에서 피부에 자극을 주거나 실제 감초 성분의 작용을 하는 정도의 함량은 아니다 보니 우려할 부분은 아니다”라며 “해당 성분이 대략적으로 0.0015%정도 들어간 부분이라 이상이 있을 부분은 아닌 것으로 확인 된다”고 안내했다.
 

몽디에스 홈페이지 상에는 스페인감초뿌리추출물이 1등급으로 표기돼 있다. [몽디에스 홈페이지]

한편 식약처는 현재 ‘의약품안전나라: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의 별도 홈페이지를 통해 화장품원료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화장품규제정보’의 카테고리를 통해 화장품 사용 제한 원료와 국가별 규제정보를 비롯해 배합 한도‧금지 항목도 공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이 표준명과 성분에 대한 기원 및 정의로 국한돼 있다 보니 전문적인 지식이 충분하지 못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유해성 여부를 인식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현실이다.

B씨는 “식약처 앱을 통해 식품 성분을 알 수 있는 것과 달리 화장품 원료는 맘카페와 리뷰 앱에서 공유하는 정보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육아 초보 엄마들에게는 성분 하나에 예민해 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아기 화장품 성분‧원료 등에 대한 체계적이고 세부적인 정보 제공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경우 성분이나 원료 사용 등에 대한 일정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뚜렷한 방안이 마련될지는 의문이다. 식약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현재 국내는 위험 원료에 대한 배합한도와 금지 등은 설정돼 있지만 나머지 성분에 대해서는 업체들의 책임 아래 화장품 성분 구성이 이뤄지는 시스템”이라며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부분은 고발에 의해 조사가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허위 정보 제공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판매사의 책임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 및 분쟁이 발생한 경우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조정 과정, 소송의 단계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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