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포스트 박원순을 노리는 민주당 빅4의 징검다리 대권 경쟁이 시작됐다. 서울시장은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성공신화를 기반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만 되면 단번에 유력 차기주자로 발돋움한다. 오세훈 전 시장과 박원순 현 시장이 여전히 유력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서 오는 202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뒤 2027년 차차기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시나리오를 그리는 중량급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주인공은 임종석 신임 외교안보특보, 이인영 통일부장관 내정자, 추미애 법무부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본인들은 이같은 시나리오에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차기 서울시장 선거전의 유력 후보군이라는 점에서 여권 안팎의 설왕설래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친문 핵심주류에서 뚜렷한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친문과 비문 진영의 피말리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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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성공신화 여파차기 서울시장 차차기 대선 전초전 양상
- 추미애, 윤석열과의 혈투에 친문 지지 업고 신()친문 부상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검찰개혁 화두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추 장관은 진격의 추다르크로 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시절 당 대표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추 장관은 친문 지지층의 응원을 바탕으로 신()친문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여권내 86그룹 대표주자인 임종석 신임 외교안보특보와 이인영 통일부장관 내정자 역시 조용한 물밑 세몰이에 나서며 발걸음이 바빠졌다. 두 사람은 특히 최근 현 정부 후반기 외교안보라인 개편에 이름을 올리며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차차기 대선 무렵 86세대의 나이가 60살 안팎으로 정치적 완숙기라는 점도 고려 요인이다.

아울러 과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박원순 현 시장에게 번번히 패했던 박영선 장관의 재도전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MBC 기자 출신으로 폭넓은 대중성과 비문이라는 꼬리표도 최근에는 상당 부분 희석시켰다. 실세 장관으로서 보다 탁월한 업무역량을 과시할 경우 차기 서울시장 레이스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진격의 추다르크’, 윤석열과 혈투 친문 눈도장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범여권의 최대 관심은 차기 대선에서의 정권재창출 여부다. 이낙연 전 총리가 도전에 나서는 오는 8월 전당대회 당권경쟁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차기 대선 이후를 내다보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가장 선두에서 존재감 부각에 나선 정치인은 추미애 법무장관이다. 현 정부의 최대 이슈인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특히 검언유착 의혹수사와 관련, “지금까지 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경고한 뒤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하는 초강수를 선보였다. 미래통합당이 장관 탄핵추진을 공언하고 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추 장관은 특히 윤석열 총장과 전면전을 불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층인 친문진영에서 확실한 점수를 땄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구원도 어느 정도 해소한 모습이다.

게다가 검찰개혁은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숙원과제다. 다만 검찰조직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번번이 실패했다. 추 장관의 정치적 도박이 성공한다면 차기 서울시장 레이스를 앞두고 가장 앞서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추 장관의 정치적 이력은 화려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파격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 서울 광진을 지역구에서만 내리 5선을 기록했다. 장관 입문 이전 민주당 대표 시절에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압승을 이끌었다. 아울러 법무장관으로 입각하면서 21대 총선에서는 지역구를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의원에게 물려줬다. 다선의원, 당 대표, 장관을 거친 마당에 정치적으로 남은 길은 서울시장과 같은 광역단체장이나 대권 말고는 없다.

다만 차기 대선의 경우 이낙연 전 국무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김부겸 전 장관,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쟁쟁한 인사들이 출전하는 만큼 차차기 대선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 법무장관 이후 정치적 공백기를 고려하면 서울시장이 최적의 코스다. 정치적 야심이 적지 않은 추 장관이 차기 대선 이후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 승리 이후 차차기 대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다크호스임종석·이인영, 86세대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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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서울시장 선거를 노리는 86세대의 경쟁도 시작됐다. 과거 국민의정부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치권에 입문할 당시만 해도 이른바 ‘386(30·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으로 불렸지만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덧 여권을 대표하는 중량급 정치인으로 우뚝 섰다. 86세대는 과거 정치권에서 새피 역할을 거쳐 소장파로 자리잡은 뒤 현 정부 들어서는 국정운영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했다.

대표주자는 임종석 신임 외교안보특보와 이인영 통일부장관 내정자다. 둘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86세대의 정치적 존재감을 한껏 높인다는 전략이다. 특히 두 사람은 최근 외교안보라인 개편설 속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으면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정치인생 내내 저평가 우량주로 불리던 꼬리표를 떼고 차기 서울시장·차차기 대선 도전이라는 성공적인 정치적 미래에 나설지 주목된다.

임 신임 특보의 경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친문진영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게 플러스 요인이다.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1·2차 남북정상회담 실무 준비를 총괄하면서 여권의 대표적인 차세대 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를 통해 정치적 재기를 노렸지만 민간통일운동에 전념한다며 출마 자체를 포기했다.

한 때 정계은퇴설이 나돌기는 했지만 임 전 실장의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문 대통령의 신임이 그만큼 두텁기 때문이다. 임 전 실장은 다목적 카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국가정보원장 등 안보라인재편 과정 속에서 하마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1·2차 남북정상회담 준비 과정 속에서 북한 핵심부와 적잖은 신뢰를 쌓은 만큼 외교안보특보로서 남북관계 복권에 이바지할 예정이다.

한때 여권 일각에서는 교착국면에 빠진 남북관계를 타개하고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문 대통령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대북특사설까지 거론된다. 임 특보가 한반도평화의 재진전을 위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총선 출마 좌절에 따른 정치적 공백을 딛고 다시 한 번 정치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 내정자의 움직임도 무시못할 요소다. 이 내정자는 역시 서울 구로갑 지역에서만 4선 중진 의원을 지냈다. 20대 국회 마지막 민주당 원내사령탑으로서 선거제 개편, 공수처 법안 처리 등 패스트트랙 정국을 주도하면서 정치적 주가가 급등했다. 외교안보라인 개편설 속에서 통일부장관에 내정이 돼 향후 정치적 위상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 내정자는 민주당 남북관계발전·통일위원장을 지내는 등 남북관계에 정통하다. 특히 민주당이 통일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민주당이 176석의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지만 있다면 본회의 처리는 어렵지 않다. 통일부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될 경우 이 내정자의 정치적 위상도 보다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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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다음은 내 차례박영선, 3번째 도전

박영선 장관의 향후 행보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 장관은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퇴 이후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주자로 나선 바 있다. 다만 박원순 시장에게 석패하면서 분루를 삼켰다. 박 장관은 이후 서울시장 선거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민주당의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20186월에는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도 나선 바 있지만 마찬가지로 실패했다.

다만 박 시장이 3선 서울시장을 마친 뒤 차기 대선 도전에 나설 게 확실시되면서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차기 주자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서울 구로을 지역에서만 내리 4선을 한 것은 물론 민주당 원내대표, 국회 법사위원장 등 당 안팎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야당 의원 시절에는 날카로운 논리와 현란한 언변으로 대여 저격수로서의 존재감도 한껏 과시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2015년에 펴낸 저서 누가 지도자인가는 정치인 박영선의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드러내준다. 책은 박 장관이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등 국내 지도자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해외 지도자를 만난 경험을 풀어놓은 것이다. 원내대표와 장관에 그치지 않고 보다 더 큰 정치적 꿈을 꾸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 장관의 정치적 약점은 비문 색채다. 친노·친문으로 이어져는 현 정권 주도세력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최근에는 이러한 단점을 상당한 폭으로 지워냈다. 문 대통령의 낙점으로 입각했다는 게 상징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일하면서 정기적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해 문 대통령과 만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비문이라는 꼬리표도 어색할 지경이다.

특히 본인의 지역구를 문 대통령의 최측근 핵심으로 평가받은 윤건영 민주당 의원에게 물려준 점도 의미심장하다. 차기 서울시장 도전을 위한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친문진영과의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박 장관의 경우 민주당 탈당 없이 다선 의원을 지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적 라이벌에 비해 원내 기반이 탄탄한 것도 강점이다. 정계입문 이후 검찰 및 재벌개혁 문제에 천착해온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여의도 정치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서울시장은 단순한 광역단체장 자리가 아니다. 경기지사와 더불어 대권으로 가는 최고의 지름길이라면서 민주당 안팎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중량급 정치인들이라면 서울시장 도전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차기 서울시장의 임기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와 거의 일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적 공백기에 대한 우려도 덜 수 있다차기 서울시장에 당선만 된다면 여권 내부의 차차기 경쟁에서 가장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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