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절차 진행 중 “셧다운, 희망퇴직” 종용

제주항공의 최후통첩에 이스타항공소속 조종소노조원들이 인수 절차 초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셧다운과 희망퇴직을 종용했다며 규탄에 나섰다. [이창환 기자]
제주항공의 최후통첩에 이스타항공소속 조종소노조원들이 인수 절차 초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셧다운과 희망퇴직을 종용했다며 규탄에 나섰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 최후통첩을 두고 이스타항공 소속 조종사들로 구성된 노조를 비롯한 근무자들이 지난 3일 제주항공 규탄에 나섰다. 아울러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에 대한 셧다운 등 고의적인 파산 유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스타조종사노조는 그간 셧다운과 희망퇴직 등 어려운 길을 걸어온 이스타항공의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주항공의 지시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제주항공의 독점적 지위 확보를 위한 이른바 ‘쓰고 버리는 카드’로 활용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스타조종사노조는 제주항공이 체불 임금 해소 등 선행 조건의 이행을 요구하면서 단 ‘열흘’안에 해당 문제가 완료되지 않으면 인수 계약 자체를 해지하겠다고 경고한데 대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행조건은 이스타항공의 태국 총판 타이이스타젯에 대한 선 지급 보증3100만 달러(약 370억 원)과 코로나19 이후 지난 5월까지 임직원들의 체불된 임금 250억 원, 외부 미지급금 해소 등으로 약 800억 원에 달하는 부채 해소다.

이스타조종사노조 등 이스타항공 소속 임직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부를 상대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당시 인수합병 과정에서 오간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정말 셧다운과 희망퇴직 지시했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양측의 인수합병을 위한 논의 초반 코로나19 등 경영악화 여건이 이어지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운항중단)’과 ‘희망퇴직 유도’를 종용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이스타조종사노조의 설명이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지난 3월20일 당시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이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과의 통화 중 “셧다운을 하고 희망퇴직을 들어가야 한다”며 “그게 관으로 가도(정부 지원 등)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해당 통화 내용과 관련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희망퇴직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다”며 “이는 기업결합심사를 위해 의도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제주항공이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지시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책임은 계약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고도 그간의 부채를 이스타항공에 갚으라는 날강도 짓을 하고 있다”며 “억지를 부려 인수매각을 파탄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셧다운 결정으로 이스타항공은 고용유지지원금 대상이 되지 못했고 손실이 확대되면서 부채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제주항공이 LCC 분야 독점적 지위 확보를 위해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몰고갔다는 비판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이스타홀딩스 지분 포기에 따른 비용 200억 원을 제주항공으로 전달했으나, 제주항공은 지난 1일 “3월 이후 발생한 채무에 대해 영업일 기준 10일 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계약은 파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이스타항공에 보냈다. 

80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은 방안을 찾을 길 없는 이스타항공과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하지 않겠다”는 제주항공과의 사이에서 이스타항공 소속 임직원들은 하루하루 가시밭길을 가고 있다. 

한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양 사의 CEO를 면담하고 ‘수용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대승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만일 이번 인수절차가 취소되면 정부가 제주항공에 지원 예정이던 1700억 원의 지급은 취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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