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벌기업 구원투수로 아들 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버지의 불미스러운 퇴진에 아직 검증조차 마무리 되지 않는 아들들의 출연에 논란도 예고된다. 대표적 인물이 김남호 DB그룹 신임 회장과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다. 그는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 부문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리베토코리아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이 전무는 아직 승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내부에서는 그의 후계자 확정을 위한 행보가 진행중이다. 이들에 대해 알아본다. 

 [DB그룹] 성폭력 피소 등 혐의로 김준기 회장 대신하는 김남호 
 [코오롱] 인보사 사태 물의빚은 이웅열 회장 대신 나선 이규호


우선 김남호 신임회장이다. DB그룹은 지난 1일 "그동안 그룹 회장직을 맡아 온 이근영 회장이 물러나고,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을 신임 그룹 회장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신임 김 회장은 내년 초 정기주총을 거쳐 그룹 제조서비스부문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DB Inc.의 이사회 의장도 겸임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DB그룹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으로 DB손해보험(9.01%)과 DB Inc.(16.83%)의 최대주주이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 DB금융투자, DB캐피탈 등을, DB Inc.는 DB하이텍과 DB메탈 등을 지배하고 있다.

김 회장의 취임에 따라 DB그룹은 창업 이래 50년 가까이 그룹을 이끌어 온 김준기 회장의 창업자 시대가 끝나고 2세 경영 시대로 전환했으며, 김남호 회장을 보좌하는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체제 전환 예견된 사안...청사진 내놓을까

이번 김남호 회장 체제로의 전환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부친인 김준기 전 회장이 작년 3번째 암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사실상 경영 복귀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자 검찰이 항소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 4월 17일 열린 1심에서 판결의 양형 등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항소했다.

김남호 회장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그룹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는 계열사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해 왔을 뿐 아니라, 김준기 전 회장 퇴임 후에는 이근영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 경영을 이끌기 위한 준비과정을 밟아왔기 때문이다.  

김남호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국내외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중임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히고 "앞으로 DB를 어떠한 환경변화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각 사 경영진과 임직원들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상품 기획, 생산, 판매, 고객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컨버전스 구축과 온택트(ontact) 사업역량을 강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다만 이번에 회장직에 오르면서 부친인 김 전 회장이 불명예퇴진한 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했던 DB그룹은 본격적인 오너경영에 돌입하게 됐다. 이에 오너경영인으로서 김 회장의 리더십에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그간 눈에 띄는 경영적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그룹 안정을 위해선 대내외 악재 속에서 경영 성과를 보여줘야 할 숙제를 떠안고 있다. 

코오롱그룹의 동일인이자 지주사 최대주주인 이웅열 회장의 부재가 현실화되면서 후계자인 이규호 전무의 어깨도 무거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회장은 2018년 코오롱그룹에서 퇴임했다.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창업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로부터 2년 뒤, '인보사 사태'의 중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 회장은 구속 위기에 있다.  이웅열 회장은 ㈜코오롱의 최대주주로 49.7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이규호 전무에게 쏠린다. 이 전무는 1984년생으로 아직 40대가 채 되지 않은 젊은 경영인이다. 이 회장이 퇴임하며 "아들의 경영능력이 부족할 경우 주식 1주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만큼 그는 지금 시험대에 올라있다.

눈 여겨볼 점은 이 회장 퇴임 이후 현재 코오롱그룹을 움직이는 'One&Only 위원회'에 이 전무가 소속돼있다는 점이다.

One&Only 위원회는 이 회장이 퇴임하면서 등장한 조직이다. 지주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5인과 이 전무가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One&Only 위원회를 중앙 협의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회장의 공백을 대신해 그룹 아젠다를 이끌어갈 핵심 조직이라는 것이 회사 안팎의 평가다. 이 조직에 이 전무가 소속돼있다는 점은 그가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을 시사한다.

경영 성과는 여전히 '시험대'

아쉬운 점은 경영 성과다. 이 전무는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 부문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리베토코리아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인더)의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패션, 이하 코오롱FnC)은 지난 1분기 적자 전환했다. 코오롱FnC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3% 줄은 1708억원을, 영업손실은 140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코오롱FnC는 코오롱인더 계열사 내에서 유일한 적자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코오롱FnC 적자세는 코오롱인더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코오롱인더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5.32% 감소한 265억원을 보였다. 같은 기간 매출도 989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51% 감소했다. 

코오롱인더는 패션사업뿐만 아니라 화학, 석유 수지, 산업자재, 필름·전자재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번 분기에도 패션을 제외한 사업부는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패션부문은 지난 2013년 78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고점을 찍은 뒤 매해 실적이 감소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코오롱FnC가 매출 '1조원' 수성에 실패한 점은 더 뼈아프다. 지난 2010년 연매출 1조원 대열에 오른지 10년여 만의 일이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9729억원과 1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 66.1% 감소했다. 

한때 삼성물산 패션, LF와 함께 패션 빅3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지만, 현재는 중견패션기업과 비슷한 매출 수준을 보이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업계는 코오롱FnC 최고운영책임자(COO) 이규호 전무의 경영 능력에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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