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주호영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이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1년여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은 지난해 4월20일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대한다며 첫 장외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대구, 대전 등을 돌다가 5월 25일 서울 광화문 집회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시 3개월 후인 8월 18일,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폭정을 중단시키겠다며 다시 장외집회를 선언하고 24일 광화문에서 구국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9월 16일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식을 가졌고 11월 20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패스트트랙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단식투쟁을 벌이다 7일 만에 끝냈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민심도 얻지 못했고 황교안 대표의 당내 리더십도 확보하지 못했다. 21대 총선이 다가오자 다급해진 황교안 대표는 '보수·중도세력 통합'을 명분으로 올해 1월 20일 새로운보수당과 양당 간 통합협의체를 구성하기로 전격 합의했고 2월 17일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전진당이 합쳐진 '미래통합당'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4.15 21대 총선에서 폭망했다.

 누구나 다 아는 지난 일을 열거하는 것은 지금 미래통합당이 하는 짓이 꼭 지난 한 해 동안, 4.15 총선 폭망까지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달라진 것이 없다. 2019년 새해 벽두부터 입 달린 당내. 외(보수진영) 인사들은 하나같이 3연패(2016년 4·13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의 악몽을 말했다. 와신상담(臥薪嘗膽) 의 정신으로 거듭나야 한다,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말 뿐이었다.

 21대 총선 폭망 원인으로 언론에서는 이구동성으로 "통합당이 `반(反) 문재인` 여론만 즐겼을 뿐 제대로 된 개혁과 쇄신이 없어 유권자들이 기대했던 '건전 중도·보수, 대안 정치세력'으로 선택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합당은 폭망후 지도체제 문제로 진통을 겪다가 결국 김종인 비대위체제로 21대 국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비대위 체제는 지난 기간 동안 여야 할 것 없이 해오던 것이다. 

 원 구성 협상 역시 새로울 것이 없었다. 관행대로, 법사위원장만은…….그리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절로 갔고 또 하던 대로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소속 의원들이 찾아가서 복귀할 분위기를 조성했다. 돌아와서는 '다 가져가라'며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상임위 위원 사임서를 제출했다. 다음 수순은 삭발하고 단식하고 장외집회 여는 것인가. 

 지난달 26일 KBS 대표 예능프로그램으로 21년간 계속되던 '개그콘서트'가 105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숱한 유행어와 코미디언을 배출하고 30%대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IMF경제위기로 지친 국민들을 잠시라도 웃게 만든 감사한 프로였다. 종영 이유로 전문가들은 버라이어티 형식의 예능 트렌드의 변화라든가 전문 개그맨 못지않은 웃음을 선사하는 '방송인' 출현, 이런저런 제약이 많은 공중파보다 자유로운 유트브 공연 시청 선호 등이 겹친 것 등을 든다. 

 개그맨들이 자청한 것은 아니지만 시대의 변화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중은 망설임 없이 떠난다. 아무리 화려한 과거 전력과 전통을 강조해도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시청자' 마음에 들지 못하면 여지없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오나라 왕 부처가 아버지(합려) 원수를 갚기 위해 섶나무에 누워 자며 힘을 길러 월나라를 이겼고 다시 월나라 왕 구천이 쓸개를 핥으며 복수에 성공한다는 것이 와신상담이다. 월 구천은 죽을 지경에 이르자 자결하거나 도망치려고 했지만 신하들의 간곡한 청을 받아드려 오나라 부차에게 자신은 신하로, 부인은 첩이되길 청하면서 목숨을 구하고 살아남아 10년동안 백성을 살찌우고 군사를 길러 복수할 수 있었다.

  '현대판 '군주론' '21세기 손자병법'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다수의 책을 저술, 전 세계 리더와 독자들에게 현실을 돌파하는 지혜를 전파한 권력술의 멘토, 로버트 그린은 야만적이고 호전적인 상대와 싸울 전술로 항복전술을 조언한다. 더 힘이 센 적을 만나 질 것이 뻔하면 항복하는 것이 싸우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달아나면 다시 적에게 붙잡힐 수 있지만 항복하면 적을 공격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통합당의 원내전략은 국민들의 눈에는 4.15 폭망을 인정하지 않는 몽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1998년 김종필 전 총리가 내각제 개헌 유보에 반발해 “참을 때까지 참는 게 지성이지만 그래도 안 되면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고 말해 유명해진 순 우리말 몽니는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 부리는 성질’이다.

 거대 여당의 미친 듯한 폭주를 보면서 국민은 통합당이 철저한 개혁과 쇄신으로 '건전 중도·보수, 대안 정치세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아니 번데기에서 허물을 벗고 나비로 환생하는 탈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달라지려는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어 한다. 참 국민이 애처롭다. <4차산업문화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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