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당대회 당권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이번 당권 경쟁은 대선주자 간의 양자 대결로 확정됐다. 당권 경쟁이지만 대권 경쟁 구도와 맞물려 대선 전초전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번 전대의 가장 핵심 관전 포인트는 유력 대선주자가 대세론에 쐐기를 박을 수 있을까하는 부분이다. 7개월짜리 당 대표가 선출될 것인지, 아니면 2년 임기를 제대로 완수할 당 대표가 선출될 것인지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영호남 대결이라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최대 주주인 친문의 선택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친문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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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연 안정감부각, ‘7개월짜리 당대표비판 정면 돌파 시도 
- 김부겸 영남 300만표 확보호언장담, ‘2년 임기완수·대선 패스로 승부수

당초 4파전으로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경쟁은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간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일찍부터 대선주자 전당대회 출마 불가론을 띄우며 여론전을 펼치던 우원식, 홍영표 의원이 최종 불출마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유력한 대선주자이자 당권주자인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모두 이번 전당대회에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기 때문에 한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대세론 흔들이낙연, ‘당권 잡아야 대권 잡아

이낙연 의원의 경우 반드시 이번 전대에서 승리해 당권을 거머줘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최근 이 의원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범여권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인 이낙연 의원과 2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아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8일 한길리서치에 따르면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4·6·7일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에서 이낙연 의원의 선호도는 전달보다 4.5%포인트 떨어진 28.8%로 집계됐다. 반면 이 지사는 지지율이 5.5%포인트 상승해 20%로 나타났다. 이 의원과 이 지사의 격차는 8.8%포인트로 좁혀졌다.

이어 김부겸 전 의원(3.3%), 박원순 서울시장(2.6%), 심상정 정의당 대표(2.4%), 김경수 경남도지사(1.4%) 순이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한길리서치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이 김 전 의원에게 패배한다면 대세론이 와해되면서 대권 가도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승리하더라도 압도적 승리가 아닌 50% 미만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다면, 이 경우에도 대세론이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의 대세론이 흔들리는 것을 노리고 있는 제3의 후보들이 틈새를 파고들게 되면 이 의원의 대선주자로서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이 의원은 전대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대 약점인 ‘7개월짜리 당대표라는 비판론 불식시키기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의원은 당 대표가 되더라도 민주당의 당권·대권 분리원칙에 따라 대선 1년 전인 내년 3월 중도 사퇴해야 한다. 이 의원은 안정감을 강조하며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위해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 출마 이유에 대해 민주당과 내게 주어진 국난 극복의 역사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와 전례 없는 국난극복위원장의 경험을 살려 당면한 위기의 극복에 최선으로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 8CBS라디오에 출연해서는 저에 대해 안정감 또는 신중함이 있다는 건 그만큼 마음속에 훈련이 쌓여 있어서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면서 신중함이라는 것은 어떤 정책 방향을 이야기할 때 선택에 따르는 문제들이 무엇무엇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신중해지는 것이라며 안정감을 부각시켰다.

이 의원은 당권 레이스를 안정적을 뛰기 위해 우군도 탄탄하게 구축했다. 당내에선 설훈·박광온 최고위원과 이개호·오영훈·김한정 의원 등이 돕고 있다. 전혜숙·김병욱·고용진·정춘숙·백혜련 의원 등도 우군으로 꼽힌다.

호남 출신인 이 의원은 영남 기반을 다지기 위해 영남 진보 세력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영입했다.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최인호 의원이 지원하고 있다. 이 의원은 친문 원로인 이기명 전 노무현 후원회장도 우군으로 확보했다.

김부겸, ‘대선까지 포기승부수 판세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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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전 의원에게도 전대 승리는 절실하다. 김 전 의원이 4·15총선 대구 수성구갑에서 낙선한데 이어 당권 도전도 큰 득표율 차이로 패배할 경우 정치적 위상과 입지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력 대선주자를 상대로 박빙 승부를 벌인 끝에 패배할 경우 차기 대권 도전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김 전 의원은 이 의원과의 차별화를 위해 영남 주자라는 강점과 당 대표 2년 임기 완수 및 대선 불출마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김 전 의원은 지난 9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임기 2년 당 대표의 중책을 완수하겠다고 굳게 약속드린다당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대신 어떤 대선 후보라도 반드시 이기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전 의원은 영남 300만표를 책임지겠다면서 대구시장 선거에서 졌을 때도 저는 40%를 얻었고, 그래서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낙연 대세론을 꺾기 위해 세력화로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는 서울의 이해식, 경기 고영인·권칠승, 부산의 박재호, 충북 정정순 의원 등이 우군으로 꼽힌다.

김 전 의원은 친노·친문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후원회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상임고문으로는 노무현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을 영입했다. 또 노무현 대선 후보의 경선 당시 조직특보를 맡았던 강영추 전 한국관광공사 감사에게는 캠프 총괄본부장을,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낸 김택수 전 대전 부시장에게는 캠프 대변인을 맡겼다.

초반 판세, 친문 선택이 승패 가른다

당권 레이스가 이제 막이 올랐지만 벌써부터 민주당 안팎에서는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초반 판세부터 이 의원이 대세론을 굳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결과는 예단할 수가 없다.

결국 승패는 친문의 선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권 주자 가운데 친문 후보는 없다. 이 의원과 김 전 의원 모두 비문성향의 후보들이다. 이 때문에 친문이 집단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보다는 개인적 이해 관계에 따라 지지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당내 친문 조직인 부엉이모임소속 박광온·최인호 의원 등은 이미 이낙연 의원을 돕고 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의원은 최근 일요서울통화에서 아직 전대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상황을 봐가면서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친문은 전대에서 개인적으로 움직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낙연 의원 측은 친문 지지에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 의원을 돕고 있는 한 의원은 10일요서울과 만나 지금은 지켜보는 모드인데 시간이 갈수록 지지세가 늘어날 것이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원외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겉으로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 의원의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해 물밑으로 김부겸 전 의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에 당권 도전 뜻을 접은 우원식, 홍영표 의원이 어떤 주자를 도울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우 의원은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 소속돼 있고, 홍영표 의원은 친문 조직 부엉이모임을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다. 두 의원의 행보는 소속 모임 의원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불출마한 두 인사가 이낙연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된 후 내년 중도 사퇴할 경우, 후임 당 대표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2년 임기를 채우겠다고 공언한 김 전 의원을 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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