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교수
신용한 교수

“23번째다, 아니다 24번째다. 그것도 아니다. 진짜 대책은 딱 4번이었다.” 이젠 발표 횟수를 꼽는 것도 지쳤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말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6%로 기존의 3.2% 보다 상향 조정하고 1년 미만 보유 주택을 매각할 경우에는 현행 40%에서 70%의 양도소득세율을 적용하는 초강도의 7.10 부동산 보완대책을 발표하였다.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12%의 취득세를 부과하여 함부로 주택을 과다하게 취득하여 재테크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 매매 차익을 노리고 다주택을 보유할 투기 요인을 제거함과 동시에 주택가격 상승으로 다주택자가 얻게 될 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이상하리만큼 소극적이던 공급 확대 정책도 일부 반영하였다. 민영 주택에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을 새로 할당하고 국민주택에는 생애최초 특별공급 비율을 25%로 높인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은 3만 가구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기존 택지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주택 공급량을 늘리고, 재건축을 활성화하고자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공공재건축’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7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혼인 여부나 연령과 관계없이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세대라면 1억5천만원 이하 주택 구입 시에는 취득세를 전액 면제해주기로 한 점이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과연 1억5천만원 이하 주택을 눈을 씻고도 찾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백약이 무효’라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게다.

주로 노동시장의 불균형 현상에 대한 분석에 사용되는 마이클 스펜스 교수의 ‘시장신호이론’이 있다. 개별 경제주체들이 상호 정보 보유량의 격차가 있는 시장에 참여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조정해 가는 과정을 말한다. 정보량이 풍부한 쪽에서 부족한 쪽에 자신의 능력 또는 자신의 상품가치나 품질을 확신하게 만들어 줄 수단이 필요하고 이를 이용함으로써 정보의 격차로 야기되는 시장 왜곡 현상, 즉 ‘역선택’을 피할 수 있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렇다면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 정책에 관한 시장신호 깜빡이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수 차례 내놓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헛발질 수준에 머물고,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급락하자 화들짝 놀란 정부와 청와대는 다주택을 보유한 고위 공직자들에게 명령에 가까운 급처분 지시를 내리는 강수를 두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박병석 국회의장의 처분이 아들에 대한 꼼수 증여로 밝혀지고, 지시의 당사자인 노영민 비서실장마저 자신을 3선 국회의원으로 키워 주었던 청주의 아파트는 처분하고 서울 강남의 아파트는 지키기로 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비판을 넘어 냉소와 조롱 단계로 넘어가 버렸다.

정부 정책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일관성과 안정성 및 예측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 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의 선봉에 서 있는 정책 집행자들이 솔선수범하여 시장의 믿음을 확보하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우측 깜빡이를 켜고 좌측으로 달리는 일이 잦아지다 보면, IT 기술의 발달과 유튜브 등으로 이미 정보의 비대칭성을 스스로 극복한 국민들이 자신의 경험과 신념에 충실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똑똑한 한 채’, ‘강남불패’ 신화에 대한 시장의 확신은 정부 정책 집행자들의 헛발질로 인해 이미 진짜 ‘신화’로 굳어질 기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