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추미애 장관의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수용 여부를 놓고 ‘일전’을 벌여 오던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 총장 간의 한판 대결이 ‘씁쓸한 여운’을 남긴 채 일단락된 듯하다.

대검찰청은 9일 입장 발표를 통해 “채널 A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게 됐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자신들의 건의를 ‘좌고우면’할 것도 없이 곧바로 묵살하면서 재압박을 한 장관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검은 안 해도 될 한마디 ‘사족’은 달았다. “검찰총장은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면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의 ‘부당함’(?)을 ‘흔적’으로 남겨놓으려 한 것이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놓고 ‘反 윤석열 사단’(?)의 중심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주도하는 수사 외에 ‘수사 자문단’을 꾸리겠다고 맞대응해 온 검찰총장을 결국 장관의 합법적인 수사지휘권으로 제압(?)한 것이다. 온 나라가 부동산 정책 시시비비와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 논란 등으로 들끓는 와중에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전은 언론의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이어져 왔다.

유례가 흔치 않았던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맞대결 양상이 세간의 주목과 관심을 끈 요인들은 몇 가지 있다. 추미애 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추다르크’ 별칭을 지녔고, 당 대표에 아마도 차기 서울시장이든 대권이든 얼마든지 도전할 만한 역량과 위상을 갖췄다는 데는 별반 이의가 없는 ‘강골 여성 정치인’이다. 그러나 여권을 대표하여 ‘검찰총장 제압 전’에 나서면서 정치인들 앞에서 견제받는 행정부 장관으로서는 부적절할 정도의 다소 거친 말로 지적을 받기도 하여 보수, 야당 세력에겐 타깃이 되기도 했다.

윤 총장의 경우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으로 발탁됐지만, 세간의 ‘들이받는 데는 선수’라는 인물평처럼 조국 전 장관 등 여권과 권력 핵심들을 대상으로 거침없이 칼을 휘둘러 왔기에 여권에선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검찰총장이다.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대립과 갈등 양상이 국민들에겐 짜증 유발로 이어졌지만, 여기에 ‘흥행 대목’이 등장했다. 추 장관과 대립이 정점을 향할수록 ‘윤석열 대망론’이 급등했고 급기야 여론조사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는 양상까지 나타난 것이다. 원치 않은 여론조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백종원 대망론’까지 소환할 정도로 대권가도에 사막길을 걷고 있는 야권에선 ‘신기루 같은 현상’으로 다가선 것이다.
‘국민 짜증 유발 사건’이 다행히도 일단락됐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기에 대통령과 청와대뿐만 아니라 윤석열 총장 본인 역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검찰로서는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고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몸부림’으로 내세울 수도 있는 사건이었지만, 윤석열 총장은 결국 ‘검찰식 정치’를 통해 ‘정치적 타협’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수용 여부를 놓고 검사장회의를 하고 그 결과를 총장은 보고 받고 정리해서 장관에게 전달하고 독립적 수사단을 꾸리는 대안도 내놓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윤총장 자신의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말 듣는 척’ 해 준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윤석열 총장은 ‘검찰 중립 훼손’이라고 판단했다면 당당하게 입장을 밝히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정당한 수사지휘권’ 수용 의사가 있었다면 그냥 ‘쿨’하게 수용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윤 총장은 아직은 ‘대항점의 정점’이 아니라고 판단해서인지 거취 문제는 말이 없다. 추미애 장관도 역시 ‘제압’했으니 확전을 피하는 듯하다. 

여권이나 검찰총장 어느 쪽도 자신들의 의도와 목적이 달성된 ‘해결’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언제든지 제2, 제3의 장관과 총장의 대결 여지는 상존해 있다. 적어도 항간에 추미애 장관과 여권이 윤석열 총장을 ‘대선주자로 키워주고 있다’ 는 말은 틀린 것 같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미 ‘검찰식 정치’를 통해 자신을 스스로 키워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