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내정자 “통일 위해 친북(親北)해야”... 文 정부 ‘속내’ 담겼나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북한과의 대화를 주도하는 통일부 장관에 이인영 후보자를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평소 북한과의 적극적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대북 유화책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안보라인을 교체함으로써 경색국면에 놓인 남북관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야당은 이번 인사에 대해 “대북 해바라기”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즉, “청문회를 통해 현미경 검증을 하겠다”고 선포한 상태다. 이에 일요서울이 통일부 장관에 대한 쟁점 현안을 추적해 봤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7.06.[뉴시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7.06.[뉴시스]

 

- ‘송곳 검증’ 예고 野 “북(北) 바라기 인사” vs 與 ‘언급 자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안보라인을 교체했다. 시작은 지난해 2월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정상회담이 아무 성과 없이 결렬되면서부터다. ‘하노이노딜’ 이후 결국 북한은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더 강한 긴장관계를 촉발했다. 한반도 정세가 위기상황에 봉착하며 문 대통령이 주장한 ‘한반도 운전자론’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그간 여권에선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해 돌파력과 추진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했다. 그래서 차기 장관은 학자나 관료 출신이 아닌 대북 정책을 주도적으로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 출신을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우선 정부는 지난 3일 김 전 통일부 장관 후임으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내정자는 현장과 의정 활동에서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교착 상태인 납북관계를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풀어나감으로써 남북 간 신뢰 회복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는 등 남북 화해, 협력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국정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2004년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4선(17·19·20·21대) 의원을 거쳐 최근까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중진급 정치인이다. 특히 이 의원은 지속적으로 남북관계에 관심을 보여 온 터다. 20대 전후반기 모두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했고, 21대에도 외통위를 희망해 배정됐다. 민주당 남북경제협력 특별위원회 위원장, 남북관계 발전 및 통일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일각에선 이 내정자에게 대북한관이 ‘편향됐다’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내정자가 지난 2011년 출판한 공동저서(이인영, 김재원) ‘진보 보수 마주보기’에는 그의 ‘대북관’과 ‘통일관’이 드러나는데, 바로 “나는 종북은 아니지만 민족 대단결 측면에서 통일을 하려면 내 양심에서 친북(親北)은 어쩔 수 없다”라는 발언이다. 이로 인해 ‘유화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내정자의 발언과 행적들을 살펴보면, 일관되게 북한에 대해 유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에선 “편향적 대북관을 가진 이 내정자가 통일 정책의 책임자가 되면 북한의 비위 맞추기란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대북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요서울은 북한 전문가를 통해 이 내정자의 통일관을 비롯한 청문회 쟁점을 들어봤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7.06.[뉴시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7.06.[뉴시스]

 

북한인권법 이어 대북전단 ‘반대’

북한은 지난달 5일 통일선전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은 이제야 삐라 살포를 막을 법안을 마련하고 검토 중이라고 이전보다는 어느 정도 진화된 수법으로 고단수의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며 “남쪽에서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여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것이다. 이런 북한의 반응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1일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뿌리 뽑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 2012년 북한인권법에 대해선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이자 외교 결례”라며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불필요하게 북한만 자극할 뿐 북한 인권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앞서 이 내정자의 저서에서는 지난 2016년 3월 국회에서 통과된 북한인권법에 대해 “미국, 일본의 북한인권법과 같이 한국의 북한인권법은 압박 수단일 뿐 실효적이지 않다”고 진단하며 “북한을 압박 및 고립하는 정책은 그동안 효과적이지 않고 실패했다”고 명시했다.

대북전단 살포 또한 거론됐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를 놓고 이 내정자는 자당의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대표 발의한 ‘대북전단 살포금지법’ 발의에 동의, 반대 입장을 명확히 드러냈다. ‘북한 압박 정책은 실패했다’고 진단한 그의 대북관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편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지난 8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대북전단 살포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기조가 대북 유화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으로 규정하려 하지만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보장 받아야 한다”고 했다. 북한인권법에 대해 신 센터장은 “국제사회의 일관되고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진다면 북한도 다른 방도가 없다”며 정부의 노력을 주문하기도 했다.

 

조선중앙TV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장면을 17일 보도하고 있다. 2020.06.17. (사진=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조선중앙TV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장면을 17일 보도하고 있다. 2020.06.17. (사진=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이인영 “北 미사일과 대북 지원, 별개 사항”

정부는 2018년 미국과 북한 문제에 있어 소통과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협의체로 한·미워킹그룹을 만들었다. 북한은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지속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달 17일 담화에서 “남북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구성하여 남북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 왔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는 별개로 지난 8일 “한미워킹그룹이 남북 교류를 억제하는 역할이 아니라 촉진제가 돼야 한다”며 “역할과 기능의 재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지난 6일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우리 스스로 판단해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며 “(대북)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므로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워킹그룹 협의와는 별개로 통일부의 독자적인 움직임을 시사한 것이다. 신 센터장은 지난 8일 “한미워킹그룹은 문재인 정부에서 구성한 것으로 이 내정자가 부처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한 듯싶다”고 진단했다.

‘독자적 대북지원’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 내정자는 2019년 민주당 원내대표 당시에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북 식량지원 카드를 적극 활용하자고 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위협과 대북 식량 지원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 내정자는 대북사업을 정치·군사적 상황에 관계없이 이뤄줘야 한다는 ‘남북한 간의 인도지원과 개발협력에 관한 법률안’도 발의하였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주도하는 통일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 내정자가 있다.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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