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판단 가능성 주의...서면 근로계약 체결해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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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이하 부당해고 등)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또 같은 법 제28조 제1항에서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부당해고 등을 하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 근로자를 부당해고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사업장이나 근로자에게 많은 문의를 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해고’에 대한 문제다. 그런데 회사에 재직 중인 근로자가 아닌 입사 지원이나 면접이 이루어진 이후 근로자를 채용하기로 결정한 다음 코로나 19로 인한 경영악화로 이를 취소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가 자주 있다. 근로자가 실제 취업을 하지는 않았으나 회사가 채용하기로 결정한 이후를 노동법 상 ‘채용내정’이라고 하는데, 이번 주에는 회사의 사정 등에 따라서 채용내정 취소가 가능한지에 대해 알아보겠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실업급여 수급자 수가 연일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각 기업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은 미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형태로 근로자들을 미리 채용하고 있으며, 수습, 시용, 견습, 인턴, 채용내정 등 다양한 형태로 근로자들을 확보한다. 그런데, 문제는 회사가 이러한 형태(소위 ‘과도기적 근로관계’라고 함)로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했으나, 이를 취소하는 경우 과연 노동법적 제한이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회사가 근로자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일정한 요건이 충족하면 채용할 것을 약정하는 불확정적인 근로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를 소위 ‘채용내정’이라고 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채용내정을 믿고, 다른 회사에 지원하지 않는다거나 기존의 회사를 퇴사한 후 회사가 일방적으로 채용내정을 취소하게 되면 문제가 되므로 이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가 필요한 것이다. 

채용내정의 취소 문제
 
회사의 일방적인 채용내정 취소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해고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근로자는 부당한 채용내정 취소에 대해 노동위원회를 통한 부당해고 구제신청(근로기준법 제28조)을 할 수 있고, 법원을 통해 손해배상의 청구 또는 무효임을 주장해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확인하는 소송(해고무효소송,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채용내정의 취소는 앞서 말한 것 같이, 해고로 보는 것이 원칙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정당한 사유’가 존재해야 하며, 이러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부당해고로 인정되게 된다. 다만, 시용이나 수습 등과 마찬가지로 정식 채용된 근로자보다는 그 정당성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채용내정의 취소 사유는 무엇이라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해약권 유보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 채용내정 취소의 정당성 판단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본 채용의 조건이 될 수 있는 대학교 졸업, 학위의 취득, 채용서류의 제출 여부 등과 같이 회사가 별도로 판단할 여지가 없는 사항으로 정해져 있다면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했는지 여부에 따라서 본 채용을 할지를 결정하는 객관적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한편, 각종 프로젝트의 완성이나 경력 등 회사가 확인해야 할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면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명백하고 합리적인 기준이 정해져 있어야 하며, 불명확한 기준(업무능력, 대인관계 등)을 가지고 채용내정을 취소한다면 이는 부당해고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부당해고 여부 판단 사례

법원은 채용내정 통지를 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고, 그 후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채용내정을 취소한 것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2019구합64167, 2020.05.05. 선고) 

해당 사례에서는 근로자가 회사에 지원해 면접 절차를 거쳤고, 그 후 회사는 근로자를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외부적, 객관적으로 표명해 근로자에게 통지했으므로, 근로계약의 청약과 승낙이 이루어져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현실적인 근로의 제공과 임금 지급이 이루어지기 상당 기간 전에 사용자가 채용을 미리 결정하는 이른바 채용내정의 경우도 근로계약의 승낙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된 이후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채용내정을 취소한 것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한, 사용자의 채용내정 통지로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다면 계약 성립 시부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므로,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 채용내정 취소의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제한을 받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가 근로자의 채용을 내정했고, 아직 현실적인 근로제공이 이루어지지 아니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당연히 사용자에게 해약권이 유보된 근로계약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근로관계가 성립했음에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채용을 취소하면서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도 아니했으므로 회사가 근로자에게 불합격 통보를 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노동위원회는 채용내정이란 본채용 전에 채용할 자를 미리 결정해 두는 것으로 채용내정 통지 및 최종합격 통보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입증이 가능한 경우에 한해 당사자 간 근로계약이 성립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앙2019부해1525, 2020.02.11. 판정) 

해당 사례에서 근로자는 회사의 구인광고(청약의 유인)에 따라 이력서를 팩스로 제출(청약)했고, 서류심사의 적격을 따진 후 면접까지 보았고 면접자리에서 하루라도 빨리 입사를 해야 좋다는 식으로 설명했으므로 채용내정을 한 것이며 이를 취소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는 면접 과정에서 월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구두설명이 있었다 하더라도 채용의 주요조건인 입사일(근로개시일)이 확정되지 않았고, 서면 근로계약의 체결이나 최종합격 통보 등 근로계약 승낙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볼 만한 근거자료가 없으므로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회사가 문자메시지로 근로자에게 근무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것은 채용내정이라기보다는 근로계약 체결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청약의 유인으로 보아야 하고, 사용자가 최종적으로 승낙하지 않은 이상 근로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보아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고 판단(각하 판정)했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고, 기존의 채용마저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경영사정이 악화돼 채용을 취소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러한 경우 부당해고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며, 또 근로자는 채용내정이 된 경우 노동법 상 보호를 받기 위해 서면 근로계약을 체결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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