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권 플레이'가 한창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입을 열 때마다 거론되는 후보뿐만 아니라 당 소속 의원들과 대권로또를 꿈꾸는 우파진영 인사들이 들썩거린다.  4.15총선 폭망 이후 이렇다 할 관심거리가 없었던 통합당으로서는 이마저도 감사할 일이다. 그래서 통합당에 인색한 친여권 언론에서도 지난 한 달을 '이슈몰이'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보수 대신 진취' '기본소득론' '여의도연구소 폐지(개편)' '사안별 위원회 신설' 등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가장 많이 관심 갖고 보도한 것은 정책보다는 '대권후보 감별' '킹 메이커'였다. 메이커가 아니라 본인 자신이 '킹'이 되려는 얄팍한 술수라는 비난도 있지만 아무튼 통합당과 우파진영의 최대 '호재'는 김종인 위원장의 '대권후보 품평'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당을 살리는 최고의 전략은 '골목식당 백종원 셰프 같은 국민호감형 대권 후보를 세워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장제원 의원의 “1년 남짓 임기(내년 4월 재. 보궐선거)를 받은 비대위원장이 대통령 후보 전략공천권까지 가지고 있느냐” 등 출범 이후 꾸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종인 위원장의 '대권후보 플레이'는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금 민주당은 8.29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비전과 전략, 조직 재정비가 한창이다. 대표 경선은 호남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차기 유력 대권후보 이낙연 의원과 과거 민주화운동권 출신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의 양자 대결이 확실시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낙연 의원의 대표 경선 출마다. 지지도는 물론이고 당 안팎에서 상당한 호조건을 갖춘 차기 유력 후보의 당대표 출마는 도박에 가깝다. 통합당의 황교안 전 대표의 선례에서 보듯이 전면에 나서면 아무래도 득보다 실이 큰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낙연 의원이 도전한 것은 민주당 특유의 '폐쇄적 집단 조직화'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은 물론 지지 세력은 과거 어느 정치세력보다 순결성'과 '충성심을 강조한다. 같은 민주당 소속 의원이라고 해도 과거부터 함께해오지 않았다면, 즉 운동권 또는 친노진영 출신이 아니고 반기업-반검찰 성향이 의심되는 인사는 결코 수용하지 않는다. 

한 예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아 국무총리, 경기도지사, 당 대표 후보로 매번 거론되던 김진표 의원이다. 그는 과거 민주당과 그 지지 세력이 총력으로 반대해온 한미 FTA협정 동조자, 친기업 협력자로 낙인찍힌 후 아직도 회복을 못하고 있다. 당시 원내대표로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를 따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낙연 의원이 적지 않은 위험을 무릅쓰고 당대표 경선에 도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런 당내 사정이 반영된 것이다. 이낙연 의원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여권 핵심세력(?) 충성-순결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이낙연 의원 진영은 당대표가 되어 확실하게 조직을 틀어잡지 못하면 차기 대권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내부적인 요인 외에도 이낙연 의원은 물론 김부겸 전 의원에게도 당대표 경선 과정을 통해 얻는 큰 이점이 있다. 하나는 당대표 경선 전략과 공약 준비과정을 통해 전문가 그룹을 모아 정책캠프를 꾸린다. 또 그들을 통해 차기 집권과 국정운영 플랜은 물론 자연스럽게 예비내각(셰도우 캐비닛)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 하나는 공개적으로 전국 친위조직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즉 이번 당대표 경선은 후보들에게 대선을 준비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과거 직선 대통령이 대부분이 재수 이상의 도전 끝에 당선된 배경 역시 낙선 당시 만들었던 캠프가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2022년 대선을 향해 뛴다. 그러나 그 준비과정은 다르다. 민주당은 당 대표경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후보자를 노출시키고 그 후보자는 국정플랜과 전국조직을 만들어가고 있다.

반면 통합당은 김종인 위원장 개인의 낙점만 바라보는 one top, Top-down 방식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자신이 공약도 만들고 조직도 만들고 이슈플레이도 해놓은 다음 '백종원같이 대중적 인기 있고, 김동연같이 경제를 잘 알고, 윤석열 같이 든든한, 참신한 후보'를 낙점해 내세우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김종인 위원장 1인 독점 대선플레이는 위험하다. 대선은 탁구나 테니스, 골프처럼 혼자하는 게임이 아니다. 축구, 농구처럼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감독도 11명의 선수를 대신할 수 없다.

며칠 전 잠재적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에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를 제안하면서 이에 앞서 김종인 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나, 당론 추진을 요청했고 동의 받았다고 공개했다. 형식은 당론 추진을 위한 협조지만 내용적으로는 김종인 위원장의 추인을 받고 공개한 것이다. 

똑같은 ‘부동산백지신탁제’를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통령이나 당대표에게 추인 받지 않고 그냥 페이스북과 언론을 향해 직접 제시했다. 과연 국민을 직접 설득하는 방식과 낙점 받는 방식 중 어느 방식이 '킹 메이킹'에 성공할 수 있을까.

 "과거와 같은 '보스' 중심 계파 정치에서 벗어나 미래 비전과 정책을 중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돋보이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지난 4월 24일 김종인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밝힌 뒤 가진 한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다. 지금 본인이 과거와 같은 그 '보스' 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이다.
 

김종인 위원장의 대권주자관련 발언
김종인 위원장의 대권주자관련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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