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160억…‘국민 혈세’ 행방 묘연 고발

경찰. [뉴시스]
경찰.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경찰 수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참고인. 참고인으로 선정된 사람들의 출석과 조사는 필수가 아니다. 경찰 요구에 불응해도 된다는 것.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들에게는 ‘참고인 여비’라는 수당이 지급된다. 일종의 보상책인 셈이다. 조사 과정에서 참고인 여비 설명이 포함된 서류를 작성한다. 그러나 참고인 여비 조건이 맞춰졌음에도 누구에게는 지급되고, 누구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면 그 여비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는 참고인도 속출하는 모양새다. 일요서울은 ‘경찰 참고인 여비’에 대해 추적해 봤다.

- 경찰청서울지방경찰청, ‘예산 부족절대 없다는데유용 아니냐

#1 수차례 참고인 조사에 출석해 온 A씨. 그는 최근 지인에게 새로운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한다. 참고인 조사에 출석했다고 A씨가 지인에게 말하자 “참고인 여비를 받을 수 있다”고 소식을 전한 것. 그러나 A씨는 수차례 참고인 출석을 하는 동안 여비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도, 수령한 적도 없었다. 참고인에서 피고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 진술 거부 등 미지급 대상도 아니었다고 한다.

#2 B씨도 수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여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최근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 여비를 수령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고인 여비 행방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됐다.

이들의 사례처럼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나 여비에 대한 설명, 실제로 수령한 적도 없었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지급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중한 시간을 내, 경찰 조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음에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 셈이다.

일요서울이 최근 경찰청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참고인 여비 집행액은 49억에 달한다. 연간 16억 원에 달하는 수치다. 지방청별 예산 배정액은 2017년 기준 ▲서울 2억4270만 원 ▲경기남부 2억837만 원 ▲경남 1억1271만 원 ▲부산 1억966만 원 ▲대구 9128만 원 ▲충남 8572만 원 ▲인천 8307만 원 ▲전남 7913만 원 ▲경북 7694만 원 ▲경기북부 7543만 원 등 순이다. 서울이 가장 높은 예산을 받고 있는 것.

서울, 경기남부, 강원, 세종, 제주 등을 제외하면 2018년~2019년 예산 배정액도 2017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참고인 여비 지방청별 총 예산액은 47억여 원 정도다. 예산액보다 집행액이 2억 원가량 높은 셈이다.

개인당 참고인 여비 평균 지급 금액은 2만6000원 정도다. 일비 2만 원에 교통비가 6000원이라고 경찰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멀리서 오신 분들, 지방에 있으셔서 KTX를 타고 오신다거나 버스를 타고 오신다면 이분들에게는 실비가 나간다. 경찰이 필요에 의해서 불러서 오셨을 경우 비용을 드려야 하니까. 그런 차원에서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며 “보통은 (조사를 받고) 바로 나간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밝힌 최근 3년간 ▲참고인 여비 집행현황 ▲지방청별 참고인 여비 예산 배정 내역. [자료=경찰청 제공]
경찰청이 밝힌 최근 3년간 ▲참고인 여비 집행현황 ▲지방청별 참고인 여비 예산 배정 내역. [자료=경찰청 제공]

그렇다면 A‧B씨 등처럼 참고인 여비를 받지 못한 사례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지난 2003년 1월 SBS는 수사기관의 관행을 고발했다. 검찰과 경찰이 참고인으로 출석한 사람들에게 여비를 주도록 규정돼 있으나 잘못된 관행 때문에 받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보도였다.

참고인 권모씨는 SBS에 “아침에 회의하다 갑자기 불러서 온 거다. 오늘 업무시간 깨고 왔다”고 밝혔다. 담당 형사는 “이런 사람 같은 경우는 참고인이 아니고... 당시 사건 관련자”라고 일축했다. SBS가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자 말을 바꾼다. 형사는 “법적인 논리로 따진다면 당연히 줘야지. 주로들 보면 그거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솔직히...”라고 밝힌다. 검찰 관계자도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였다.

강력반 형사는 “담당 형사들이 번거로우니까, 이런 절차를 내부적으로 신청하고 하는 게 까다롭잖아요”라고 말했다.

“다른 예산, 다음 해 예산 끌어오기도”

이후에도 이런 사례는 종종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일부 경찰은 언론을 통해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와 예산 배정액이 가장 높은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의 입장은 달랐다. 예산 부족은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서별) 지급기준은 다 똑같다. 다르면 말이 안 되는 거다. 예산도 사건수라든지 이런 거를 비교해서 본청에서 지방청으로 내려주면 지방청이 각 경찰서별로 내려주고 있다. 집행을 하는데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다른 예산을 전용 등을 통해 어떻게 해서든지 지급하고 있다”면서 “1월에 온 사람은 예산이 있어서 받고, 12월에 오는 사람은 예산이 없어서 못 받고 하는 경우는 굉장히 불합리하지 않느냐. 그런 것을 방지하고자 ‘어떻게 해서든 비용이 나갈 일이 있으면 예산(경찰서에)을 줘라’, ‘안 되면 내년 예산이라도 지급하라’ 등으로 조치해서 지급되지 않는 일을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도 “여비는 사실 예산이 없어서 지급 못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예산에서라도 (끌어올 수 있게) 돼 있어서 예산이 없어서 그러진 않을 것”이라며 “개별 사례가 어떤 건지는 모르는 내용이니, 답변 드리긴 어렵지만 지급 통보가 들어온 것은 지급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못 받은 인원 많은데...

“예산 몇 년째 같은 수치···이상해”

기존 경찰청훈령 ‘참고인 등에 대한 비용 지급 규칙’을 살펴보면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출석을 요구받고 지정된 장소에 출석한 자 중 피의자‧고소인‧법령상 신고의무자를 제외한 제3자에게 지급할 여비, 숙박료, 식비를 참고인 등의 비용으로 한다(제3조)고 적혀있다.

참고인 등의 여비, 숙박료, 식비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사법경찰관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실비를 지급할 수 있다(제4조)고도 적혀있다.

지급하지 않는 경우(제6조)는 ▲참고인이 허위진술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진술을 거부했을 때 ▲허위의 검안 또는 감정 등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검안 또는 감정 등을 거부했을 때 ▲의사 또는 감정인 자신의 귀책사유로 검안이나 감정 등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등이다.

참고인 등의 비용은 제6조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진술을 종료한 때, 검안‧부검 및 감정에 대한 감정서를 제출한 때, 운구‧안치가 종료된 때, 진술‧문서의 통역‧번역을 마친 때에 지체 없이 지급해야 한다(제7조)고 나와 있다.

지급 기준에 부합했는데도 받지 못한 참고인들의 여비는 행방이 묘연한 상황. 한 경찰 관계자는 “절차가 귀찮아서 등록하지 않는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A씨의 입장은 달랐다. 일부 경찰이 참고인 여비를 마치 ‘용돈’처럼 유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 예산 등이 몇 년째 같은 수치인 점도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A씨는 “일부 경찰이 빼돌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고지를 안 한 자체도 이상하다”면서 “최근 참고인 조사를 갔을 때 경찰에게 지금까지 참고인 여비를 못 받았다고 하니 분위기가 싸해졌다. 지능팀 인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된 것이다. 또 만약 허위진술이라서 안 줬다면, 아직 참고인 조사 중인데 허위진술임을 어떻게 판단하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참고인 출석자 평균,

조사 인원 등 통계 없다

참고인 여비 관련 내용을 고지 받지 못한 인원이 있다는 질문에 경찰청 관계자는 “사법경찰관이 불러서 조사를 했을 경우 시스템에서 입력을 한다. 조서를 작성하는데 조서가 완료되면 마지막에 참고인 권리 안내서라는 게 자동으로 출력된다. 거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는 간인 찍고 하는 게 있는데...자연스럽게 참고인 분들이 보게 된다”면서 “‘참고인 비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그 안에 다 적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식이 된다”고 말했다.

지급 기준이 됨에도 지급을 안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경찰관이 해당 참고인에 대한 판단이 주관적일 수 있다. 허위 진술을 했다면 안 준다는 식이라든지. 참고이지만 피의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참고인 조사를 받다가 피의자로 전환되는 경우도 많다 보니”라며 “그런 경우는 나름대로 판단해서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진술을 거부하거나 허위 진술을 할 거면 굳이 오실 필요가 없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A‧B씨 등은 참고인 여비에 대한 안내‧서류 내용조차 받아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참고인 여비가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해야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0년이면 160억 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청‧서울지방경찰청 측은 참고인 출석자 평균, 조사 인원 등은 경찰이 집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사각지대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 모두 “참고인 출석자 평균, 전체 참고인 중 여비를 수령한 참고인 등의 통계는 관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참고인으로 올 수 있는 사람이 경찰서별로 엄청 많을 수 있지 않은가. 누굴(참고인) 몇 명 조사하고 이런 통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참고인 여비 안내나 지급을 받지 못했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실정이다.

한편 최근 경찰은 참고인 여비 등을 예외 없이 실비로 받을 수 있도록 훈령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회의를 열고 경찰청 훈련 ‘참고인 등에 대한 비용 지급 규칙 일부 개정규칙안’을 심의‧의결한 것. 경찰위원회는 일부 문구를 삭제하는 등 비용 지급을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참고인은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서 쓴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등을 사법경찰관이 인정하는 범위 안에서 실비로 지급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허위 진술, 진술 거부 등 예전에는 이런 기준이 들어가 있었다. 이 부분이 이번에 개정을 하면서 조금 수정됐다. 개정 전에도 의무적인 면이 있었는데 이번에 더욱 강화된 것”이라며 “주관적인 판단을 좀 더 배제하는...그런 쪽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