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18개 훔친 자(코로나 장발장)와 같은 형량”

서울구치소 나서는 손정우. [뉴시스]
서울구치소 나서는 손정우.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법원이 ‘다크웹’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수천여 개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하면서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미국 송환 불허 배경에는 ‘국제자금세탁죄’의 범죄 특성과 국내 수사 진행에 따른 신병 확보 필요성이 법원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지난 6일 손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심사청구 3차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여기에서 인도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손 씨는 이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곧장 석방됐다.

손 씨에 대해 인도 불허 결정이 내려진 배경으로는 우선 인도 심사 대상이 된 ‘국제자금세탁’ 혐의와 한국에서 추가 고발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모두 네트워크에 기반한 범죄인 점이 고려됐다.

손 씨에 대해 미국은 총 9개의 혐의로 기소했고, 이 중 3개 혐의는 ‘국제자금세탁’ 관련 혐의다.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은 법무부는 손 씨 혐의 중 국내 법원의 유죄 판결과 중복되지 않은 ‘국제자금세탁’ 부분만 인도 절차를 진행했다.

아울러 손 씨 부친이 아들을 범죄수익은닉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있다. 아들이 동의 없이 자신의 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범죄수익금을 거래‧은닉했다는 취지로 사실상 아들이 국내에서 처벌 받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재판부는 ‘국제자금세탁’과 ‘범죄수익은닉 위반’ 혐의 모두 범죄인의 소재지 등에 상관없이 ‘다크웹’과 암호화폐 거래소에 접속 가능한 네트워크가 연결된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든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반 범죄라는 점을 지적했다.

두 범죄 모두 네트워크에 기반 한 범죄이므로 꼭 범죄인 인도를 통해 미국에서만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 것. 또 손 씨가 미국으로 인도된다면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에서는 웰컴투비디오 국내 회원들에 대한 수사가 현 단계에서 미완의 상태로 마무리될 수 있다며, 수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의 신병 확보가 더 시급하고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결정이 나오자 ‘판사의 자격을 박탈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고, 정치권‧시민단체 등에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로라 비커 BBC 서울 특파원은 6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검찰은 너무 허기진 나머지 달걀 18개를 훔친 남성에게는 1년6개월이라는 실형을 구형했고,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도 동일한 형량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비커 특파원이 언급한 달걀 18개 훔친 사건은 ‘코로나 장발장’으로 불리는 사건이다. 수원의 한 고시원에 거주하는 한 40대 남성이 코로나19로 일용직 일자리를 잃고 지난 3월 열흘 넘게 굶주리다가 고시원에서 구운 달걀 18개를 훔친 사건이다. 검찰은 이 남성에게 “절도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한편 법무부는 최근 미국 연방 법무부에 손 씨에 대한 우리 법원의 인도 불허 결정내용을 최종 통보했다. 법무부는 필요시 ‘국제형사사법공조’ 절차를 밟아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웰컴투비디오 관련 증거를 확보해 국내 수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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