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시대 독주하는 택시, 승차거부 등 소비자 불만 폭증

코로나19에 의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고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택시 승객이 많아지자 다시 택시들의 횡포가 시작됐다. 사진은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는 택시기사가 포착된 모습. [이창환 기자]
코로나19에 의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고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택시 승객이 많아지자 다시 택시들의 횡포가 시작됐다. 사진은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는 택시기사가 포착된 모습.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그간 우버, 타다 등 공유 모빌리티 모델들의 시장 진입을 ‘질 좋은 서비스 불가능’ 이라는 이유 등으로 불사의 각오로 막아낸 택시들이 과연 얼마나 승객들에게 안전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길목에 도달했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 통과를 종용하고 더 나은 서비스로 승객들에게 보답하겠노라 외치며 길거리에서 ‘타다’를 사라지게 했던 택시가 ‘승차거부’를 비롯한 승객들의 불만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카카오 택시, “손님 콜 들어와도 골라 태운다”
선호 지역 선별해서 골라 태우는 ‘옵션’ 따로 있다

 

지난해 10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두 달 뒤 12월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고, 기존의 택시 업계를 비롯해 카카오택시, 마카롱택시 등 신개념 서비스 택시로부터도 꼼수 지적을 받으며 불법 여부를 두고 소송 전까지 치렀던 타다는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타다금지법’이 수용되면서 도로를 떠났다.

앞서 2월 해당 재판부가 “혁신적인 모빌리티의 운송업 기준 판단은 안 된다”며 무죄 선고를 했음에도 국회가 브레이크를 걸어 다시 기존 택시들이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 셈이다. 택시 관련 조합 등 관련 단체들은 택시에 비해 타다 드라이버의 보장되지 않은 신상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향후 개선된 택시 서비스를 약속했지만 170만 타다 가입자들이 ‘밥그릇 싸움’의 희생자가 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부터 창궐하기 시작한 코로나19는 택시업계에도 큰 타격을 안겼다. 길에는 인적이 없고 퇴근 이후 저녁 시간 식당이나 술집에 손님도 없었다. 경쟁자 ‘타다’가 있던 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손님 태운 택시를 보기 힘들 정도였다. 빈 택시들만 길에 즐비했다. 오랜만에 택시를 타면 기사들은 사뭇 다른 친절함과 마스크 착용으로 승객을 맞았다. 

국민들의 협조 속에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 습관이 자리를 잡으면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의 전환과 재난지원금 등으로 식당은 다시 손님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택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와 함께 택시의 승차거부도 다시 시작됐다. 지난달 어느 금요일 저녁 A씨와 친구들 3명은 신림역 인근에서 식사와 술을 곁들이다 밤이 깊어 각자 택시로 귀가를 하고자 했다. 일행 앞에 도착한 택시는 조수석 족 창문을 열어 A씨에게 ‘어디 가시냐’고 묻고는 답을 채 끝내기도 전에 돌연 떠나버렸다. 더 많은 택시가 오갔지만, 결과는 같았다. 

기다리다 시간이 지체되자 각자 콜택시를 부르기로 하고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했다. 현재위치와 목적지를 기입했지만 대부분 3~4km 이내로 할증이 붙어도 약 6000원 내외의 요금이 나오는 거리에 거주하는 일행은 콜택시 배정도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가장 가까운 A씨의 자고 있는 가족을 전화로 깨워 친구들을 데려다 줬다. 

콜택시 선호 지역 골라 ‘배정’ 될 때 까지 대기

취재진과 만난 카카오택시 기사는 “선호 지역을 입력해 놓고 기다리면 배정이 된다. 가까운 거리로 가는 콜(승객의 요청)은 계속 넘쳐나지만 무시한다”며 “콜택시마다 별반 다르지 않고 원거리 손님을 태우면 이득이 큰 것은 당연하다. 그게 아니라면 편의에 따라 선호하는 지역으로 가는 손님의 콜이 오길 기다리다 받는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기사는 “새벽 시간을 포함해 하루에 두 번, 선호 지역 입력이 가능해 술 마신 승객들이 많이 나오는 시간에는 대부분 원거리를 입력하고 손님이 배정될 때까지 대기한다”며 “앞에서 마주쳐도 물어봐서 근거리 손님이면 안태운다. 비단 카카오택시뿐 아니다. 어느 택시들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 등 승객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강남, 영등포, 종로, 을지로, 여의도 등 주요 유흥 지역에서는 승차거부가 여전하다. 여기다 기존의 막말 등 폭언과 담배냄새도 다시 돌아왔다. 창문을 열고 버젓이 담배를 태우다가 누군가 택시를 부르면 창밖으로 꽁초를 휙 던지고 창문을 올려 승객을 맞이한다. 

택시 단체 관계자는 “모든 택시가 그런 것은 아니다”며 “일부 그런 택시는 시민들의 신고나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2월~4월을 거치면서 택시를 타는 손님이 많이 없어 택시 업계가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고 다시 승객들이 늘어나면서 ‘승차거부’를 신고하는 사례도 다시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택시의 ‘승차거부’ 사례에 대한 승객들의 제보가 오면 내용과 경위를 파악해 자격정지에 이르기까지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다”며 “올해 6월까지 상반기 동안 민원으로 들어온 신고건수가 677건, 교통지도과에 적발 건이 351건 등 총 1028건에 이른다. 지도와 행정처분 등을 통해 시민의 발인 택시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민원은 3월과 4월을 거쳐 줄었다가 6월 들어 다시 확대되는 모양새다. 승객이 많이 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외 외국인 승객들에 대한 부당요금 청구 사례도 신고 32건, 단속27건이 적발됐다. 총 59건 가운데 24건은 경고 처분을 받았고, 4건이 자격정지를 당했다. 우리말이 서툰 외국인의 경우 신고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택시의 정당한 비용을 몰라 적발 건 외에도 더 많은 부당요금 지불 사례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퇴직을 하고 운전대를 잡았다는 한 중년의 택시기사는 “밖에서 택시를 바라볼 때 개선했으면 하던 것을 직접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항상 서비스 마인드를 생각하지 않으면 나도 힘들고 승객도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