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10월16일 복역 중인 절도범 3명이 탈옥해 서울 서대문구 북과좌동 가정집에서 인질극을 벌였다. 그들 중 한 명인 지강헌 씨가 경찰의 총격을 받기 전 남긴 한 마디는 “유전무죄(有錢無罪-무전유죄(無錢有罪)”였다. 죄를 지어도 돈 있으면 무죄가 되고 돈 없으면 유죄로 감옥에 갇힌다는 불만 토로였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났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친문무죄-반문유죄(親文有罪-反文有罪)”라는 울분 섞인 신조어가 퍼져 간다. 죄를 지어도 문재인 대통령 측근이면 무죄가 되고 문 대통령을 반대하면 유죄로 쇠고랑을 찬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친문무죄-반문유죄” 사회로 뒤집혔다는 풍자이다.

문 대통령과 친문 세력은 그들의 핵심 측근인 전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단호한 수사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하며 조국 감싸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올 1월14일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고초만으로도 충분하니 조를 더 괴롭히지 말라는 두둔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법무부가 단행한 검찰인사에 대한 윤 총장의 반발에 대해선 “초법적”이라고 비난했다.

1월8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불법 선거개입 의혹과 친문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의 감찰무마 사건을 수사하던 윤 총장의 참모진을 “대학살”하는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어 추 장관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소신껏 수사하는 윤 총장을 아예 찍어 내려는 듯 모욕 주고 나섰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제 지시를 절반 잘라 먹었다”고 막말하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을 곧 하겠다”고 겁박했다.

물론 법무장관은 직제상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총장은 독립적 직무수행을 위해 2년의 임기가 보장되며 법무장관과 똑같은 장관급이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윤 총장을 아랫것 나무라듯 망신 준다. 참다못해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조응천 의원은 추 장관의 작태에 대해 “제가 30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물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풍경으로 당혹스럽다”고 꾸짖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추 법무를 “즉각 해임”하지 않으면 “탄핵” 하겠다고 밝혔다. 문 권력이 “친문무죄-반문유죄”로 막가는 데 대한 반발이다.

그런가 하면 경찰과 검찰은 김모씨가 단국대 천안캠퍼스에 들어가 학생회관과 체육관 등에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고 해서 이례적으로 입건했고 법원은 유죄(벌금 50만 원)를 선고했다. 죄명은 ‘건물침입죄’인데 김 씨는 건물엔 침입한 적이 없었다. 단국대 측도 건물침입죄로 신고한 적도 없다. 단지 죄는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것뿐이다. 전광훈 목사도 여러 차례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문 대통령 하야와 탄핵 등을 주장했다가 특정 정당 지지호소 혐의로 구속돼 재판 중이다. 전 목사 또한 문 대통령을 비난한 죄다. 그런가 하면 경찰은 조국 반대집회에 후원금을 냈다고 해서 수천 명의 은행계좌를 뒤지기도 했다. “반문유죄”라는 비야냥을 떠올리게 했다. 군사 독재시절에도 흔치 않던 좌파독재의 단면이다.

문 권력은 “민주세력”이란 말을 자랑삼아 입에 달고 살면서도 반민주로 폭주한다. 지난 2월 새로운보수당의 하태경 공동대표는 민주당의 “본질은 민주(民主)가 아니라 문주(文主)주의”라고 했다. 국민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주인이라는 말이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우리의 민주주의는 북한의 미사일보다 백배천배 강하다”고 했다. 북 미사일보다 백배천배 강한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때 “문주주의”로는 북 미사일을 막지 못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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