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B씨에게 수년 전 2억 원을 빌려주었지만 B씨는 그 후 무자력 상태가 되어 그 빚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B씨의 부친 C씨가 사망하면서 유산으로 7억 원을 남겼다. 사망한 C씨에게는 아내 D씨와 아들인 B씨, 딸인 E씨가 있다. 그런데 B씨는 자신이 유산을 물려받을 경우 A씨로부터 가압류를 당할 것을 우려하여, D씨, E씨와 함께 상속재산을 D씨와 E씨가 나눠 갖기로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하고, 얼마 후 B씨 본인은 상속을 포기하였다. 이 경우 A씨가 B씨의 상속포기를 사해행위로 보아 자신의 채권 2억 원 한도에서 상속포기를 취소하고 다른 상속인들에게 가액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사해행위는 돈을 빌린 채무자가 돈을 빌려 준 채권자를 해치는 것을 알면서도 한 행위를 말한다. 즉 자신의 재산을 빼돌려 채권자에게 채무를 변제해주지 않으려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해행위는 사해행위취소를 통해 제3자에게 넘어간 재산을 도로 찾아올 수 있게 된다. 사해행위취소권은 그러한 사해행위 및 사해의사를 안 날로부터 1년 내에, 사해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 내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해행위 취소 문제가 상속 문제와 얽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법원은 상속포기가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1.6.9. 선고 2011다29307 판결). 위 대법원 재판부의 판결을 보면, 상속포기는 비록 포기자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바가 있지만, 상속인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로서 순전한 재산법적 행위와 같이 볼 것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상속포기는 1차적으로 피상속인 또는 후순위상속인을 포함해 다른 상속인 등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체적으로 판단해 행해지는 인적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다. 즉 상속은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에 가지던 모든 재산적 권리 및 의무, 부담을 포함하는 총체 재산이 한꺼번에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으로서 다수의 관련자가 이해관계를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해행위 취소는 채권자 자신과 수익자 또는 전득자 사이에서만 상대적으로 효력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대적 효과를 상속포기에 적용시킨다면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는 그 법적 처리의 출발점이 되는 상속인 확정의 단계에서부터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한편 상속인의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상속의 포기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인 상속인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는 않는다.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상속의 포기는 민법 제406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A씨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하여도 패소하게 된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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